매년 12월31일 자정에 국방부에서 제야의종 타종과 신년법회가 봉행된다.

현역 예비역과 병사들까지 동참하여 새해 국군장병의 무운장구를 기원하고 국가안보가 튼튼해져 나라가 안정된 가운데 국가번영을 이루고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게 되기를 축원올린다.

군종교구장 선묵혜자스님은 법구경 말씀을 인용하여 새해법문을 하셨다. 사람들이 하도 이것저것 온갖 걱정을 하며 살고 있어 그 걱정을 덜어주는 말씀이다.
''해결될 일이라면 걱정하지 말라.
어차피 해결될 일이니까...
해결되지 않을 일이라면 걱정하지 말라.
이래도 저래도 어차피 해결되지 않을테니까...''
해결될 수 있는 일에는 최선을 다해 자기 역할을 꾸준히 하고 있으면 되고(盡人事 待天命) 해결될 수 없는 일에는 그에 맞게 살아나가면 될 일이다. 계절을 바꿀 수는 없으니 추위, 더위에 슬기롭게 적응하며 사는 것처럼.

복잡한 세상일들로 인해 사람들의 마음이 온통 오염되어 있다. 사람마다 자기주관이라 하며 주장하고 자기 의견과 맞지 않으면 화내고 서운해하고 미워한다. 이를 밝히는 길은 뭘까?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나를 들여다본다." -프레드리히 니체-
어둠을 아무리 파헤쳐도 거기에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어둠을 밝히는 길은 불을 켜는 것이다. 불을 켜는 순간 억겁의 어둠도 순식간에 사라진다. 어두워져 있는 마음을 밝히는 길은 역시 마음에 불을 켜는 것이다. 어떻게 불을 밝힐까?

우리 마음에 있는 두가지 마음:
1)외부를 인식하고 분별하면서 일상적으로 우리가 쓰고 있는 마음(일어났다가 곧 사라지고 시시각각 변하고 있어 生滅心이라 이름한다)
2)우리의 바탕마음으로 외부세계를 인식하는 주인역할을 하는 본마음으로서 굳이 마음이라고 이름붙일 것도 없이 오히려 생명력이나 성령이라고 할 그것. 그 주인이 우리의 오장육부를 자동으로 움직이게 하고 손발을 움직이게 하며 춥고 더운것, 아픈것을 아는 등 어떤 일도 다 이 바탕위에서 일어나 언제나 변치 않는 '眞如心'
1)의 마음을 밝혀주는 길은 2)의 마음에 불을 켜는 것이다. 즉 잠자고 있는 그 마음이 깨어있게 하는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는 1)의 마음으로 만물의 영장이 되었다. 과학과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발전시켜 왔다. 그 과정을 저해하는 대상을 섬멸하면서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그들의 이상(이데아)과 욕구를 추구했다. 네안델탈인, 크로마뇽인 등도 그렇게 멸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 홍역(천연두)도 박멸했다. 또다른 種이 계속 나타나겠지만 그들에게 방해가 된다고 여겨지면 집단적지성으로 단합하여 이를 박멸시켜 나간다. 그 과정에서 자연의 훼손과 오염은 물론이고 호모사피엔스 스스로도 내면적 오염이 되어 상호간 갈등과 충돌, 전쟁 등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처방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머지 않아 인공지능(AI)이 인간을 지배하는 시대가 오기 전에 시급히 해야할 과제가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호모사피엔스에는 '호모스피리투스'가 함께 갖추어져 있다. 위에 언급한 1)의 마음과 2)의 마음이 나에게 다 갖추어져 있다는 것이다. 나이든 분들은 젊은 시절에 대부분 1)의 마음 위주로 세상을 살아왔으니 퇴직 후에는 2)의 마음을 쓰는 훈련이 필요하다. 아직 현직에서 세상일에 분별하고 사리판단을 하며 살아야 하는 입장에서도 이제는 2)의 마음, 즉 '영혼'이 열리는 노력을 한다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훨씬 지혜롭게 하늘뜻에 맞게 해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변과 우주만물까지도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의 과도한 욕심으로 유발되는 자연환경 파괴나 훼손도 대폭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인류 스스로 멸망의 길에 이르지 않게 적절한 '브레이크'가 필요한데 그런 자정능력이 인류에게는 있다. 더 크게 잃기 전에 깨어나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는 그 필요성이 더 절실하다. 두가지 이유를 들겠다. 첫번째는 산업화를 선도적으로 이루면서 여러 분야에서 세계 1위의 자리에 오른 분야가 많은데 그 위치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과학적인 부분보다는 2)의 마음, 즉 영혼이 열리는 상태가 되어야 산업화의 제품이나 결실이 인류에게 이로움을 주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두번째는 그러한 역할이 우리 한민족에게 주어진 사명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찍이 天孫으로 홍익인간 철학과 이념이 바탕이 된 한민족이다. 동방의 등불, 인류의 희망이라고 선각자들이 우리를 일컫기도 했다. 우리부터 그 자부심과 사명을 견지하고 그 사명을 다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올해는 그 실현이 시작될 수 있게 각개인마다의 영혼이 깨어나 국민이 화합하고 나라가 안정되는 그런 해가 되기를 염원해 본다.

탑돌이 후에 자정에 맞춰 타종

일산 고봉산 영천사에는 1983년 백마부대 대대장시절에 처음 불교와 인연이 맺어진 당시의 초연스님이 아직도 그 자리에 계신다. 매년 방문하여 저녁식사까지 하고 온다.

1월2일 아침에 국립현충원 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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