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육사동기회 쟌차팀 용문전적지와 지역 순례

여추 2021. 4. 18. 18:37

 

4.18(일)

3번째 일요일, 육사동기회 월례 라이딩 날이다.
용문역까지 전철타고 가는데 3시간, 오는데 3시간, 현지 라이딩 6시간, 꽤나 멀고도 긴 일정이다.

그래도 육사 동기회 쟌차팀은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이 오거나 말거나, 상관없이 연중 무휴다. 또 거리가 멀거나 말거나 코스가 어떻거나 역시 개의치 않는다. 조금이라도 젊을때 먼곳, 힘든 코스를 가보고 나중에 편하고 가까운 곳은 언제든 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어디든 가고 먼곳부터 먼저

현역시절, 추운 겨울을 골라 혹한기훈련을 했고 한여름에 하계훈련을 하면서 어떤 기상조건에서도 생존하고 전투력을 유지하는 훈련체험들을 해내었다. 추위에는 6.25 장진호지구전투를 떠올리고 더위에는 6.25 낙동강전선을 떠올린다. 고난은 피하는게 아니라 겪고 이겨내어야 할 대상으로 훈련을 쌓아온 터였다. 그렇게 살아왔으니 주말의 난이도가 조금 높은 라이딩 계획이라도 감담할만하다. 다만 혈기왕성했던 젊은시절과는 당연히 체력적인 차이는 있겠지만 그 대신 끈기와 지구력은 오히려 더할런지도 모르겠다.

옛 중앙선의 명품자전거길

서울에서 지평행 중앙선 전철노선은 명품 자전거코스로 이어지고 있어 주말마다 전철이 자전거로 몸살을 앓을 지경이다. 옛 중앙선이 직선화되면서 기존 철로길이 자전거길로 바뀌어 팔당역 부근에서부터 양평지역까지 남한강을 따라 구불구불 터널을 지나기도 하고 다리도 건너며 예전의 운치있는 낡은 역 건물을 만나기도 한다. 지평까지 가는 전철의 어느역에 내리더라도 멋진 자전거길로 연결될 수 있는 좋은 조건이라 주말이면 첫번째와 마지막칸은 자전거로 만원이다. 아침에 일찍 가서 조금 일찍 오는게 자전거 싣기가 좋고 오후 중간시간대에는 종점에서 아닌 국수, 양수, 운길산역 등에서는 아예 전철에 들어설 공간조차 없다. 코스와 시간계획을 잘 세워야 좋은 여행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아예 이른 시간에 먼데까지 가서 다 돌아보고 올때도 일찍 자리잡아 특석으로 올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6.25 용문산/지평리전투의 현장

용문 지평리 일대 지역은 6.25때 용문산지구 전투와 지평리전투 등으로 유명하다. 성공적인 인천상륙작전의 기세로 반격을 하여 압록강까지 진출, 거의 자유민주통일을 눈앞에 두고 크리스마스 이전까지 전쟁을 마무리한다는 유엔군의 구상이 중공군의 개입으로 인해 계속 밀려나면서 후퇴를 거듭, 다시 서울을 내주는 1.4후퇴에 까지 이르렀다. 용문산전투에서의 6사단, 특히 지평리를 지켜낸 미2사단 23연대와 프랑스군 몽클레어대대의 용감한 전투는 전사에 길이 남는 사례들이 되고 있다. 프랑스군 대대장 몽클레어중령은 2차대전시 중장으로 전역했는데 한국전 참전 대대장이 되기 위해 4계급을 낮춰 중령으로 자진 참전한 분이기도 하다.

난생처음 만나는 아름다운 풍경

7주째 주말마다 자전거 봄나들이순례를 하면서 보니 우리나라가 이렇게 아름다운가 새삼 눈이 열리는 느낌이 든다. 물론 좋은 코스를 잡아서 가서 그렇기도 하고 꽃피고 연둣빛 잎들이 피어나는 봄철이라 그렇기도 하겠지만 이전에도 이리 아름다웠나 싶게 보이는 풍경마다 난생처음이고 그래서 다 새롭다. 나이 탓인가? 시간/공간이 계속 지나고 있으니 우리 눈에 보이는 현재의 순간에는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시간/공간이 보일 수밖에 없고 당연히 난생처음이기는 하다. 서울에서, 도시지역에서 멀어질수록 더 깨끗하고 아름답다. 사람 손길이 덜 닿고 인위적 가공물이 최소화될수록 더 좋다. 그런데 지금은 시골에서도 예산사업이 해마다 뭔가 계획되고 투입되다 보니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을 과도하게 해놓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농로를 꼭 콩크리트로 다 포장해야 하는지, 농로 중간에 운동기구가 왜 필요한지 등등 앞으로도 켸속해나갈 일들일텐데 가급적 자연상태가 잘 보존되는 방향이 되면 좋겠다. 지금 시기 가까운 산의 풍경을 상상해보면 나무들마다 싹트는 시기에 차이가 나고 새잎의 색깔이 달라 산 전체가 은은한 파스텔 색조의 편안하고 부드러운 아름다움으로 보인다. 아마 조금 더 지나 녹음이 짙어지면 다 숨어버리고 말 풍경들이다.

용문산에서 발원하는 여러갈래의 개울물이 이처럼 맑을 수가 없고 라이딩 주변 논의 넘실대는 물도 봄빛에 반짝인다. 길가의 민들레, 오랑캐꽃, 이름모를 야생화 잡초들까지도 예쁘지 않은게 없다. 파아란 하늘과 맑은 공기, 주변의 자연이 모두 반기는 완벽한 조화속에, 거대한 우주의 춤에 함께하여 우리도 한바탕 소풍으로 즐긴 소중한 시간이었다.

코스:
용문역~ 흑천~ 광탄용문산전적비~ 봉황정 정자~ 비룡고개~ 백동저수지/빙어낚시~ 백동고개~ 점골저수지~ 향소리(우리식당, 점심식사)~ 말치고개~ 망능리 꿈꾸는사진기~ 중원천~ 중원계곡~ 시인과농부~ 덕고개~ 마룡교~ 용문역(40km)

용문역을 나서서 동쪽으로 흑천을 따라 가다가 반시계방향으로 중원계곡을 돌아 용문역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용문산지구전적비 참배

흑천변 절벽 위 전망이 좋은 봉황정

저 뒤쪽 절벽 위에 봉황정이 있었다.

잠시 쉬는 사이에 '다래순'따기

예쁜 백동저수지

500년 느티나무의 멋진 자태

단월면 향소리의 작은 식당에 우연히 갔는데 이런 기막힌 두부전골맛은 난생처음이다.

단월면에서 용문면으로 넘어가는 15도 정도의 가파른 말치고개 오르막 위에서 보니 뒤로 꽤나 높은 산들이 발아래로 보인다. 바우고개 노래를 합창하며 가쁜 숨을 고른다.

 중원계곡으로 가는 길에서 만난 멋진 카페 - 꿈꾸는사진기

중원계곡: 여름에 이같은 깨끗하면서도 한적한 계곡을 어디에서도 보기 어렵다.

중원계곡에서 내려오는 길에 시인과 농부 펜션

마지막으로 운치있는 길가 커피집에서 잠시 오늘의 시간여행을 정리

용문역으로

전철로 되돌아 오는데 3시간 정도
용문역에서 탄 덕분에 앉아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