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눈쌓인 남산에서 600년 도읍 서울을 굽어보며 - 한양도성 순성길로 동기회 송년산행

여추 2022. 12. 18. 23:31

12.16(금) 10시, 동기회 산호회 9명이 충무로역에서 만나 남산한옥마을을 통과하여 남산북측 순환도로 서쪽으로 삼순이계단, 남산정상 팔각정 넘어 동쪽으로 장충단공원 지나 장충동 별미 원조족발집에서 점심식사

남산으로 송년산행 할때마다 눈이 내리거나 눈내린 다음날이거나 하여 경치가 무척 좋다. 애국가 2절에 나오는 '남산위에 저소나무...' 솔가지에 하얀 눈이 소복히 쌓여 찬바람을 이겨내고 있는 기개가 엿보이는 날이다.

오전 기온이 춥기는 하지만 바람이 없고 視界가 좋아 먼데까지 깨끗하게 다 보인다. 눈이 내려 길이 미끄럽다고, 강추위가 계속되고 한파경보가 발령된다고 노약자들은 외출을 자제하라는 행정안전부 문자가 계속 오고 있는데도 누구도 산행을 연기하자거나 하는 이가 없다. 계획된 인원 100% 참석이다. 현역시절에 한겨울 혹한기훈련을 이겨냈던 동기생들이니 그런가 보다.

한양은 500년을 내다본 최적의 명품 도읍지이다. 특히 4대문 안쪽은 매우 안정적인 지역이다. 다른 지역보다 풍수해나 태풍, 지진 등으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 지금은 시가지가 외곽으로 확장되고 특히 한강이남지역 개발이 촉진되어 있다. 경복궁을 지을 때 북악을 뒤로 하고 남산(목멱산)을 앞으로 했다고 한다.

주변의 산에서 서울시내를 내려다 보면서 언제나 편안하지 않은 마음이 드는게 높은 빌딩들의 무게를 어떻게 땅이 감당하고 있을까 하는 것이다. 게다가 땅속으로는 지하철과 터널을 이리저리 뚫어 놓았는데 수맥들은 어디로 빠져 나갔을 것이며 땅이 지압으로 인해 밀도가 높아졌을 것 같다는 상상도 해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모든걸 받아들이고 있는 땅과 강, 바다 등이 고맙지 않을 수 없다. 우리 후손들도 오래 사용할 수 있게 조금 불편하더라도 아껴 사용하면 좋겠다.

서울같은 이런 여건을 골고루 갖춘 도시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산과 강이 있고 사계절 돌아가는 기후에다 서울지역은 다른 어느 지역보다 바람은 감추고 물을 얻는다는 장풍득수(藏風得水, 풍수)여건이 구비되어 있어 600여년 전 조선의 도읍으로, 또 그 이전에는 고려 별궁으로 자리잡았던 선조들의 선견지명이 반영된 터전이다. 배산임수가 잘 된 지형이라 할 것이다. 지금은 기술적으로 보온이나 방수 등의 기술이 발달되여 어느 지역이라도 주거지를 조성할 수 있기야 하겠지만 아무래도 자연적인 여건보다 나을 수는 없다. 자연생태계 속에 인간도 존재하는 것이므로 그 순리에 맞게 따르는 것이 훨씬 편안함을 준다.

신시가지가 조성된 지역에 갈때에도 이런 요소를 고려하여 주거지역을 선정하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겠나 싶다. 지금 발생되고 있는 수많은 질병이나 사고, 심신의 불편함 등도 이런 주거여건의 영향이 없다고도 볼 수 없다. 예전에 음택의 위치에 매우 민감해 하셨던 선조들만큼은 아니더라도 내가 살고 있는 陽宅에 대하여 크게 신경쓰지 않고 형편되는 대로 맡기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 할 것이다. Hardware, software가 함께 구비된 'Home, Sweet Home'이 대외활동의 기본이 된다.

국민 개개인의 심신건강과 사고발생, 사회적인 여러 갈등들이 일어나지 않게 주거여건으로 인한 요인을 줄이는데 도시계획 전문가들이나 건설관련 종사자들이 지혜롭게 역할을 해나가면 좋겠다. 예전보다는 훨씬 발달된 학문으로 공부하고 다양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이 되니 역사에 오래 남을 좋은 계획을 세워 사람들이 편안하고 행복해지는 길에 일조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현대의 대다수 건설사업들은 사업성 위주로 시행되다 보니 그런 근본적인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는 경향이다. 예전의 도선국사나 무학대사같은 역사인식과 사명감, 그리고 안목이 절실히 필요한 싯점이다. 그래서 삼성건설 재직 중에는 역학과 풍수에 대한 과외공부를 하여 설계시공 제안사업시에 그런 내용을 성공적으로 반영한 적도 있다.

임인년을 보내고 계묘넌을 맞늗 눈쌓인 남산에서 동서남북으로 시가지가 가득한 서울시내를 굽어보면서 안락하고 평화로운 인간의 삶에 대한 길을 모색해 본다.

충무로역에서 옛 수경사였던 한옥마을을 들어서서...
오른쪽편이 충정사 법당이다.

출발전 기공체조 지도는 언제나 내몫이다.

한옥마을 북쪽 위 터널을 지나
북측순환로 입구에서 코스 설명

한적한 순환로

제갈공명을 모신 와룡묘가 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운치있는 식당. 예전에는 목멱산장이었는데 이름이 바뀌었다. '목멱산호랭이'

삼순이계단을 올라

서남쪽 전망이 좋은 쉼터

정상 직전의 서북쪽 전망이 좋은 정자 쉼터에서 간식

서북쪽 전경
멀리 왼쪽부터 안산, 인왕산, 보현봉,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 불암산...

사랑을 언약하며 자물쇠를 채우고는 누구도 열지 못히게 열쇠를 버린 '사랑의 자물쇠'들이 헤아릴 수도 없이 매달려 있다. 언약대로 잘 살고 있기를 빈다.

남산정상 팔각정

동쪽편의 전망대에서 본 전경

장충동 맛집 원조족발 식당에서 점심식사

올해에도 산행대장 덕분에 건강도모 멋진산행,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