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한가위 추석 차례와 한글축문

여추 2017. 10. 7. 00:15
추석날 차례와 한글축문

명절은 하나인데 친가와 처가 다 챙겨야 하는 아들네는 매번 바쁘다. 사돈댁 여건에 맞추어 명절 전에 아들네가 미리 처가에 먼저 다녀오는 덕분에 명절 우리 차례에는 빠지지 않고 동참하게 된다.

올해는 추석 전날 오후에 아직 아무도 도착하지 않아 처음으로 우리 내외가 차례음식으로 부침개를 부쳤다. 내가 보조해보기는 처음이라 다 서툴다. 산적, 고구마, 똥그랑땡 등에 나무젓가락으로 부침가루를 앞뒤로 뒤적이며 살짝 뭍혀 툴툴 털어낸 후 계란을 풀어놓은 양재기에 풍덩 담가놓으면 아내가 후라이판에 구워낸다. 젓가락질도 서투르고 꾸물거린다고 연신 지적받아가며 부지런히 노력하는데 아내는 화력의 세기 조절이나 노릇노릇 적당히 익었을때 뒤집어 완성하는 타이밍에 전혀 실수가 없다. 음식 준비가 어디 이뿐이겠는가? 수십가지 차례음식들 준비 하나하나가 이보다 쉽지는 않을텐데 갑자기 너무 대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남자들은 바깥일 한다고 이 핑계 저 핑계로 양해받기는 하지만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지금 젊은이들이야 대다수 맞벌이부부라 양쪽이 다 집안일 하는게 당연해 보이지만 우리세대 남자들은 그래도 월급봉투 받아와 폼잡기도 했고 가정에서 과분한 대우를 받은 마지막세대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명절준비하는데 대하여 언론에서는 며느리들의 애환과 부담을 애써 부각시키는 방향에서 '명절증후군'이니 하면서 보도하고 있는것 같아 우리세대가 보기에는 썩 동의가 안된다.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가 1년에 몇번 안되는데 이런 기회가 자녀들의 사회성 향상이나 가족간 연대감 형성 및 앞날의 생활에 서로서로 도움기회가 되지 않겠는가 싶은 것이다. 올해 별것도 아닌 작은 보조를 했다고 한 말 같아 부끄럽기는 하지만 어릴때 부친께서 하신 방식으로 우리는 아직 실천하고 있다. 아마 수백년 윗대 조상께서도 고향 그 집과 그 농사를 지으며 이런 문화를 실천하시지 않았을까?

명절 가족모임에서 꺼내지 말아야 할 화제꺼리 몇가지가 거론되기도 하지만 80중반의 자형 내외분과 형제자매, 그리고 2세대, 3세대가 한자리에 모이고 보면 굳이 어떤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서로의 마음을 느끼게 된다. 1년에 적어도 명절 두번, 기제사 두번 모이고 어른들은 생일때 만나고 나들이 기회 만들어 1박여행도 하다보면 고운정 미운정이 그냥 다 녹아들어 편안해진다. 술과 고스톱도 잘 활용하기만 하면 최고로 쉬운 윤활제가 된다.

올해의 추석은 또 하나의 추억꺼리를 남기고 이렇게 연휴를 넘기고 있다. 다만 이런 문화를 담을 이 사회, 나라가 평온하게 유지되겠는가, 한바탕 난리를 치르거나 아예 다른 체제로 넘어가게 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 가족모임에서도 공통적 과제로 되었다.

제주가 강신례 참신례 올린 후 첫잔에 추석 축문을 독축했다. 명절차례는 단잔에 축이 없다고 했는데
한글축문을 독축하고 모두 돌아가며 잔도 올렸다.

자형 동생 매제 그리고 2세대까지

동생의 명필로 올해 처음 쓴 지방 분축.

<정유년 한가위(추석) 차례 한글축문>
 

歲次 丁酉年 八月 庚戌朔 十五日 甲子 孝子 00와 後孫 一同 敢召告于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계절 가을에 이런 좋은 결실을 이루게 해 주신 자연과 우주만물에 감사드리며 가까이는 오늘의 저희에게 좋은 가정과 전통을 이어가게 해 주신 모든 조상님과 부모님께 감사드리는 자리에 자녀와 손주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저마다의 다양한 인품과 소질과 능력을 타고 나와 각자의 영역에서 그 생명력을 발현하고 있고 그 중심에 가족과 가정이 있어 안정된 터전을 이루고 행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높고 낮음도 크고 작음은 없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바른 역할로 살아가고 있음이 곧 자신의 성숙하게 하는 길이고 가정과 사회와 국가에도 기여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조상님과 부모님께서 저희 후손들을 잘 보살피고 큰 힘이 되어주고 계심에 항상 고마운 마음입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새로운 날이 밝고 만물이 생명으로 성장해가는 가운데 온 우주가 조화롭게 운행되어 가고 있음이 고맙고.
또한 인간이 그 본성을 알거나 모르거나 넓은 대지에 피어나는 각가지 아름다운 야생화처럼 각자의 삶을 스스로 가꾸어 가는 자연스러운 원리가 실행되고 있음을 고맙게 여기고 있습니다.

올해 정유년 추석은 겉으로는 평온함이 유지되고 있는 것 같으나 내면적으로는 예년과는 달리 나라가 마치 살어름판 위를 걷듯이 아슬아슬한 위기를맞고 있는 것 같아 1950년 6.25때의 추석과 같은 상황이 연상되고 있습니다. 그때의 전쟁통에도 조상님 음덕으로 우리 가족들은 안전하게 그 혼란을 이겨내었듯이 설사 삼계화택에 이른다 하여도 무사히 혼란기를 넘기게 되게 조상님의 음덕이 이르게 되기를 축원올립니다. 아울러 나아가 우리 대한민국이 이 어려운 난관을 극복함으로써 선진 대한민국으로 성장하고 세계속에 우뚝서는 한민족의 위대한 시대가 펼쳐질 것을 축원올립니다.
 
누가 복과 화를 골라서 주는 것도 아니어서 자기가 살아온 대로 그 그릇에 따라 담아가는 것이 순리이기는 하나 지금의 시대가 하도 위중하게 보여 또 이렇게 간절한 마음을 올려 봅니다.

이번에는 자녀 손주들의 신상에 변화도 있었고 새로운 손주가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잠시도 멈추지 않고 변해가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지만 이왕 좋은 변화가 이루어지게 모두가 노력하고 있습니다. 잘 지켜봐 주시기를 앙망합니다.
 
정유년 추석을 맞아 형제자매 손주들이 한자리에 모여 부모님과 조상님의 음덕을 기리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정갈한 음식을 준비하여 올리오니 흠향하시옵소서.

정유년 음력 8월 보름 추석에 부모님과 조상님께 후손들이 간절히 고해 올립니다.

큰생질네 3명은 큰집차례 참석하고 오느라 일단 17명 기념촬영
부산에서 지현이조카 3식구도 합류

지나고 보면 이런 정겨운 장면도 참 귀하다

오후3시가 지나 각자 헤어지는 시간

사촌들

생네와

우리식구는 오후5시경 동탄역에서 SRT타고 고향집으로 출발

동대구역에 저녁에 도착. 처제네 차 빌려 고향으로.
이종사촌 상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