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경기광주 백마산 동기산행에서도 구국발원
여추
2019. 3. 15. 23:14
흙길이 참 좋다. 낙옆이 수북히 쌓여 있어 운치를 더해준다.
겨울이면 온 산에 잎을 덮어주어 덜 춥게 하고 부엽토가 되어 생물들이 살 거처가 되어주며 또 자기가 떨군 잎이 자신이 성장하는 자양분으로 되기도 한다. 자연계는 이렇게 상호보완 선순환을 하고 있다. 학생시절에 배운 먹이사슬이 아니라 서로 살려주는 관계가 아닌가 싶다. 난생처음 와본 산이지만 여기 아무도 안보는 산속에서 수천 수만년, 또 그보다 훨씬 오랜 세월이 반복되고 있었고 자연이 그 원리대로 운행되고 있었구나. 낮에는 큰나무 사이로 햇살이 땅에 쪼이고 바람소리, 새소리 들어가며 나무도 풀도 그렇게 자라나고 나이들면 그 자손들이 그 자리를 이어 오늘의 모습이 되고 있구나.
흙이 수북이 덮혀있는 산이라 편안하고 풍요로워 보인다. 깊이 파내려가도 여전히 흙일 듯싶다. 예나 지금이나 지구는 같은 방향으로 운행되고 있으니 겨울에는 편서풍이 불어왔을 것이다. 그 바람에 대륙의 흙이 실려와 한반도 서쪽지방은 황토가 축적되어 왔다. 그 황토가 오래 다져져 규사, 일라이트가 되어 지금은 광산으로 쓰여지고 있기도 하다. 좋은 황토는 그대로 약재이기도 하다.
미세먼지가 근래들어 기승을 부린다. 이전에 황사가 있었지만 매년 오는 현상이라 지금만큼 민감하지는 않았다. 오염도가 높은 미세면지가 국내적 요인도 있지만 대외적 요인이 50%정도라는 발표도 있었다. 세상사는 어떤 일도 다 마찬가지이지만 나는 나아닌 요소들에 의해 영향을 받고 결정되기도 한다. 때로는 내가 아무리 잘해도 남때문에 내 삶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아니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세상 전체가 한덩어리라 따로따로 나눠지지 않는다. 즉 '한덩어리' 세상이다. 상호작용과 의존관계에 있다. 내가 마시는 물, 음식, 옷과 신발, 교통수단 등의 하드웨어는 전부가 다 땅과 바다와 햇살을 받아 형성되어 이런저런 많은 사람들과 과정을 거쳐 나에게 돌아온다. 緣起map을 그려보면 다 그렇구나 쉽게 이해가 온다.
이 시간에 여기 산에 올 수 있는 시간과 여러 여건이 되는 이들은 가장 행복한 축에 든다. 종착지인 경기광주역에서 지팡이를 짚은 어떤 어른이 묻는다. 산에 가려면 얼마나 머냐고? 길을 알려드리기는 했지만 그 계단길 비탈을 올라갈 수 있을 것같지 않다. 세상은 멋진 무대를 펼쳐놓고 마음껏 즐기며 살아라 하는데 심신이 그리되지 못하는 이들이 더 많다. 하드웨어로 그리 못할 여건이라면 소프트웨어인 마음으로라도 걸림없이 자유롭고 즐기며 살면 되지 않겠나?
언제 힘들었던 적이 있었나 싶다.
그런 느낌까지도 다 영원하지 않다. '諸行無常'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것, 생각이나 감정까지도 다 그렇다. 시간이 상처를 치유해 준다. Time heals all wounds.
'이 또한 지나가리라'
이후에 세찬 바람과 함께 눈비가 내린다.
우린 따스한 날씨에 잘 다녀왔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