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우리 친구 명의 칫과 손창인박사, 내과 심재희박사

여추 2019. 6. 5. 19:40

다 퇴직하고 보니 여러 사람들의 삶들이 그냥 보인다.

자의든 타의든 다 자기 방식대로 다르게 살아왔으니 더 잘살았다 잘살지 못했다 비교할 것도 없다. 물질적인 수준은 풍족하거나 궁핍하거나 뚜렷이 비교될 수 있겠지만 그런 요소들은 다 사라져가고 한가지도 가져갈 수 없는 것들이다. 평생을 두고 추구해 왔고 거기에 행복과 자유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행복은 거기에 있는게 아니었구나 이제서야 안다. 그러면서도 또 목말라하고 충만하지 못하게 사는 習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나이들면서 왕성하게 활동했던 지난 시절을 되돌아 보면 이룬 것보다 아쉬운게 더 많은 것같다. 화려했거나 고생스러웠던 지난 일들이 당시에는 다 심각한 일들이었는데 지금 와서 보면 행복했거나 아픔의 추억으로만 남겨지게 된다. 어젯밤 꿈과 하나도 다르지 않게 잡을 수 없는 '한바탕 꿈'이었다.
''그래도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이 현상은 실상이겠지, 꿈일 수가 없어.''
그런데 어쩌랴? 1초만 지나면 다 과거로 들어가고 마는 것을...

어릴 적 서당에서 뜻은 깊이 모르면서 외웠던 명심보감 문구가 떠오른다.

적금이유자손이라도 미필자손이 능진수요...

사마온공이 가로되, 
"돈을 모아 자손에게 남겨 줄지라도 반드시 자손이 능히 지킨다고 할 수 없고, 

책을 모아 자손에게 남겨 줄지라도반드시 자손이 능히 다 읽지는 못할 것이니 

드러내지 않는 가운데 음덕을 쌓아 자손계(子孫計:자손을 위하여 하는 계획)로 삼은 것만 같지 못하느니라."

'積陰德於冥冥之中...'
이게 복짓는 길이요 삶의 보람을 찾는 길이며 아울러 하늘뜻에 맞는 길이 않을까 싶다.

여기 우리 친구들에게 그런 역할을 하며 살아온 두 의사친구가 있다. 칫과의 손창인박사와 내과의 심재희박사다. 경륜이나 나이로서만이 아니다. 안목과 마음씀까지 그렇게 보인다. 의사였던 고교친구들이 많지만 서울에서가 아니면 찾아가기 어렵고 대형 대학병원보다는 개업병원이 언제든 가기 쉽다. 그러다 보니 수십년 이어지게 우리 친구들의 주치의가 되어주고 있다. 언제라도 찾아가면 되고 급하면 전화를 하기도 한다. 이런 친구가 있는 우리는 얼마나 복이 많은가?

'三界皆苦 我當安之'
세상이들 모두 苦痛속에 있으니
내 마땅히 이를 편안케 하리라.
聖人이 큰 원력을 세우셨고
그 길을 밝혀 놓으셨다.
같은 길이다.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편안케 하는 이 시대의 명의가 우리 친구이니 어찌 고맙지 아니한가?

''살리는 사람은 산다''고 했다.
록펠러가 젊은시절에 재벌이 되었는데 몸이 아파 하루 1달러 음식도 먹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결심을 하고 록펠러재단을 설립하여 의료연구를 지원하여 페니실린이 개발되었다. 페니실린 덕분에 2차 세계대전에서 부상당한 수많은 장병들을 살려내었다. 어려운 곳에 기부도 했다. 이전에 느끼지 못한 환희심이 일어났다. 록펠러의 건강이 기적같이 좋아졌다. 53세에 죽을 상황에서 이후 98세까지 살았다.

70을 넘기고 이제 손주들 재롱보면서 만년을 유유자적 지낼 나이에 아직도 하얀 가운 입고 아픈이들을 돌봐주고 있는 두 친구가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백수'로 지내는 입장에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제까지처럼 매일매일 쌓여가는 陰德으로 록펠러처럼 오래 우리 친구들과 아픈 이들과 사회에 소금이 되는 역할을 해 주기를 앙망한다.

손창인박사, 심재희박사에게 감사와 찬탄의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