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성복천 개울물은 철철 넘쳐흐르고 징검다리도 건넌다

여추 2019. 7. 27. 10:46

새소리가 아침잠을 깨운다. 봄이 지났는데 아직도 뻐꾸기가 운다. '뻐꾹' 소리가 아파트 건물에 반사되어서인지 메아리처럼 온 아파트를 울린다.

우리를 서울에서 이곳으로 이사오게 했던 고교친구가 나보다 몇년 전에 자기가 이사하려고 이곳을 왔는데 맹꽁이 소리가 들리는 것에 feel이 꽃혀 곧바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아파트 바로 뒷편이 광교산이고 성복역이 있는 시가지에서 10분정도 완만한 비탈길을 올라 맨 위쪽에 있는 아파트라 숲속처럼 공기가 상큼하고 기온도 시가지보다 2~3도 정도는 낮은 것같다. 겨울에 아랫동네에 비가 와도 윗동네에는 눈이 쌓여 있을 정도이다. 서울에서 비가 내리면 야외주차한 차들이 먼지물을 뒤집어 쓴 것같아 보이지만 여기는 세차한 듯 차가 깨끗해진다.

아파트 울타리를 나와 신작로 황단보도를 건너면 성복천 개울이 흐른다. 다리위로 휙 지나면 그냥 다른 길 가는 것과 다를바 없지만 비탈 데크길로 내려서면 개울을 만나 징검다리를 건너 역으로 간다. 광교산계곡이 그리 깊지 않을텐데 맑은 물이 계속 흘러온다. 물고기가 햇살을 받아 비늘이 번뜩인다. 물오리가 두마리 있고 가끔 왜가리도 온다. 개울가 수초가 물결따라 길게 흔들리고 붓꽃과 달맞이, 산나리꽃도 핀다. 개울 양쪽 산책로에 여러 화초가 계절따라 갖가지 꽃을 피운다. 그중의 압권은 도로쪽 벽을 따라 올라간 줄장미의 빨갛고 노란 꽃이 넓은 벽에 가득 핀 장관이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듯이 며칠 지나면 그 풍광도 지나간다. 아쉽지만 1년 기다리면 그 광경을 또 볼 수 있다. 매일매일 변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펼쳐지는 풍광을 계속 볼 수 있는건 행운이다. 동네 이름이 또 그렇다. '星福동'이고 성복천이다.

어제 어떤 친구가 우리나라 지명 몇가지 사례를 이야기했다. 자기 고향인 청주지역에 비행장이 들어섰는데 활주로의 비행기 내리는쪽 동네이름이 '비하리'이고 비행기 뜨는쪽 동네가 '비상리'라고 한다. 화천에 평화의 댐이 건설되었는데 원래 마을 이름이 댐 아랫쪽이 '수하리', 윗쪽이 '수상리'라 한다. 여수 순천지역에서 연대장 근무시의 경험이란다. 조계산 자락에 저수지를 건설하여 조계산 반대편으로도 용수를 공급해야 하는데 송광사의 반대로 직선으로 굴을 뚫지 못하고 꾸부렁하게 돌아 가게 되었다. 그 꼬부라진 굴의 코너 지명이 굴의 목이라는 의미의 '굴목재'라고 했다. 이런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어떤 현상이거나 우연은 없다. 다 필연이라 할 것이다.

아파트단지 뒤쪽 산위에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있다. 아침이면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가 명랑하다. 공자께서 듣기좋을 소리 중에 밤중에 아이의 글읽는 소리라 했는데 여기 학생들의 와글거리는 소리는 그에 못지 않다. 일요일 아침이면 비가오나 눈이오나 조기축구팀이 이른 아침부터 경기를 한다. 이 또한 어른들이 내는 즐거운 소리다.

이런 지역적 여건 덕분에 여름에 덥지않게 지내고 겨울에 춥지않게 지내고 있다. 에어컨, 히터 없이 여름 겨울을 지내왔다. 한여름의 부친 제사날 저녁에 가족들이 20여명 모이니 모두 덥다고 하여 며칠 전에 큰맘먹고 응접실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더위를 많이타는 매제가 제일 좋아한다.

이런 평상이 가장 큰 福이고 행운이 아닌가 싶다. 행운 정도가 아니라 기적같은 일들이다. 내가 태어나서 이제까지 어찌하여 내 심장은 잠시도 쉬지않고 뛰고 있는가? 오장육부와 신체의 모든 기능들이 내가 의도하지 않아도 제역할을 해주고 있지 않은가? 이런저런 생각이 일어나고 걸어서 여기저기 다니는 이런 일상적인 일들이 모두 기적같은 일이 아닐 수 없다. 물위를 걷거나 공중을 나는게 기적이 아니고 가장 기본적인 일상이 바로 기적인 것이다. 어떤 명예나 재물을 얻는 것보다 더 큰 행운이 아닌가?

장마에는 황톳물이 콸콸 내려온다. 오랫만에 보는 광경이다. 

물이 잦아들면서 잠겼던 징검다리가 나타난다.

산나리가 피어있다.

물오리 부부

데크 비탈을 내려가면 성복천이고 저 아래 징검다리를 건너 성복역으로 간다.

저 앞에 보이는 아파트단지이다.

저녁이나 밤에도 징검다리를 건너 집으로 온다.

평상시의 물흐름

장미가 만발한 초여름의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