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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 기제사에 한글축문, 발원문

여추 2019. 12. 29. 00:02

어릴적 시골에서 살던 농경사회에서는 형제, 친척들이 멀지 않은 곳에 살아 윗대 선조들이 해왔던 전통적 의례 방식으로 喪祭를 할 수 있었다. 1960년대 급격한 산업화로 농촌인력이 대거 산업현장으로 이동함에 따라 도시인구는 늘어나고 농촌인구는 갑자기 줄어들어 그 50여년의 추세가 지금의 현상이 되고 있다.

이제는 친척뿐 아니라 부모와 형제들도 직장이나 생활여건으로 인해 멀리 떨어져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예전 풍습대로 명절이나 제례 등을 행할 여건이 되지 않아 집안마다의 형편에 따라 지금 시대의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어 보인다. 그래도 우리는 형제간이 다 멀지 않은 수도권에 살고 있고 아직은 上京 1세대가 다 있으니 이전에 부모님이 하신 방식으로 그냥 실천해오고 있다.

명절차례나 제사를 모시는 의미를 이렇게 정리해 본다.
1) 조상천도
2) 가족친지 화목을 이루는 기회
3) 전통의 계승, 유지

가족 1세대, 2세대, 3세대가 함께 모이는 자리라 길게 대화할 시간이 되지 않으니 '축문'이라는 형식을 빌어 하고싶은 말을 요약 정리하고 있다.
부모님이 살아오신 길,
우리세대가 행하여야 할 일,
자녀 손주들에 대한 당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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歲次 己亥 十一月 戊辰朔 二十九日 丙申, 孝子 ㅇㅇ와 자녀들 그리고 손주들이 어머님의 기일에 함께 모였습니다.
 
오늘은 성탄절로 온 세계가 성인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입니다. 성령과 평화와 부활이 함께하는 축복의 날입니다. 며칠 전에는 冬至가 지나면서 이제 하루하루 낮시간이 길어져 밝은 양의 기운이 점차 늘어나는 희망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하늘이 사람에게 행복하라 행복하지 말라 한 적이 없는데 사람들이 스스로 각자의 인연에 따라 자기의 길을 가고 있는 게 세상입니다. 순풍을 만날 때도 있지만 맞바람을 만나는 때도 있습니다.어려움을 당할 때 사람들은 “왜 나한테만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원망하는 마음을 내기도 하지만 하늘은 누구에게나 차별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똑같은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져 있는 것입니다.
 
희망으로 맞았던 기해년 황금돼지해도 이제 몇일을 남겨두고 庚子年 새해를 앞두고 있습니다.지난해에도 당신의 자녀와 손주, 증손들은 각자 세상일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아왔습니다.무엇보다 집안의 어른이신 자형 누님께서는 건강하게 형제간의 든든한 언덕이 되고 계십니다.형님은 최근 병원치료와 회복이 진행 중이라 다음에는 여기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손주와 증손들은 인생의 큰 변화기를 매년 매순간 맞고 있는 중요한 시기입니다. 직장에서 사회와 국가에 큰 역할을 하고 있고 대학진학과 해외 유학을 하면서 각자의 능력을 넓은 세상을 향해 펼쳐 나가고 있습니다. 막내딸 인숙이는 올가을에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완주하는 쾌거를 달성했음도 고해 올립니다. 이런 여러 일들이 대부분 예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로서 앞으로도 여러 성취들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부모님께서 저희에게 몸소 실천하시면서 보여주셨던 가족간 화목, 그리고 이웃에 도움주기 등을 통해 지역사회와 나라의 안녕으로 이어지는 역할을 해 나가도록 저희들도 생활속에서 실천해 나갈 것임을 다짐합니다. 
 
오늘 기일을 맞아 이 자리에 참석했거나 사정상 함께하지 못한 자녀 손주들까지 일일이 기억하시어 그들의 손길 발길을 안전하게 보살피시고 또한 몸과 말과 뜻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해 나가도록 큰 용기와 힘을 보태 주시기를 앙망하옵니다.
 
조촐하지만 정갈한 음식을 정성으로 올리오니 흠향하시오소서.
 
기해년 십일월 이십구일에
자녀 손주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정성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