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고향방문 여행으로 가본 황매산 오도산의 어릴적 미지의 세계

여추 2020. 6. 1. 17:49

황매산과 오도산

5.27~ 29 형제자매간이 함께한 고향여행에서

-난생 처음 가본 깨끗하고 인상적인 산청군
-황매산 930m능선에서 올려다본 1108m 정상과 멀리 1915m 지리산 정상, 그리고 아래로 보이는 세상
-군립 오도산휴양림 2박
-누님의 초등친구 70년만의 상봉
-고향집 제초, 전지, 초계/쌍책 선산 참배
-어릴적 미지의 세계로 매일 개벼리에서 황강너머로 바라보며 동경했던 오도산 1134m 정상에 올라 그 뒤쪽편 세상을 살펴본 감동

여행을 떠나는 것은 행복이다.

일상이 아닌 다른 어디에 행복이 있을까마는 사람들은 이 현실을 벗어난 어디에서 행복을 찾으려 한다. 일상은 늘 복잡하고 머리아픈 일들로 가득차 있다는 인식이 있어 여기로부터 잠시라도 벗어나고자 하는 기본적인 욕망이 누구에게나 있다. 현실에서 충만하지 못한 때문일게다. 그리고 부족한 사랑이고 葛愛이며 존재불만족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행복연구소에서 권장하는 방식이 현실로부터 시간 공간이동으로 여행을 떠나라는 것이란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형제자매들은 자주 모임을 가진다. 꼭 여행이라고 이름할 것도 없이 시간 나는대로 한달에 한두번씩 점심 맛집에 가거나 가까운 야외로 한나절 나들이 후에 식사를 함께 한다. 여동생네 카니발 차가 있어 어디로든 이동이 쉽다. 다행히도 87세로 연로하신 자형도 우리들 만큼이나 활동적이고 건강하여 누님과 함께 언제든 우리가 주선하면 나서신다. 게다가 매제의 음식 조리솜씨가 기막히게 좋다. 코오롱, 현대 등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하자마자 다 내려놓고 곧바로 식당을 개업하여 주방에서 10여년 땀흘린 베테랑인데다 부지런하여 놀러가면 음식재료 다 준비해 가서 기막힌 음식을 만들어 낸다. 가히 예술 수준이다. 누님과 여동생은 17살 차이로 한세대가 다를 정도이지만 형제자매간 이런 다양한 컴비네이션이 조화를 이루니 언제든지 시간만 내면 된다. 전국의 100대 명산 산행을 매주 2회 정도 이어가고 있는 여동생과 바쁜 일정의 내 스케쥴만 맞으면 짧게는 한나절, 하룻밤, 길게는 2박도 하게 된다.

고향 방문

이번 여행은 고향방문이다. 여행 중에서도 고향을 방문할 수 있는건 행운이다. 그것도 시골고향이 있고 어릴적의 추억이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아마 우리세대가 이런 몇가지 조건을 다 가진 마지막 세대가 되지 않겠나 싶은 아쉬움이 크다. 16살에 서울로 유학길을 떠나와서 이후로 계속 고향을 떠나 살기는 했어도 태어나고 자란 우리집, 조상이 대대로 살았던 그 삶의 터전, 산하는 변함없이 옛모습대로 그 자리에 있다. 우리는 명절때마다 가고 묘사때도 가는데 연세가 드신 자형은 자주 고향을 가고싶어 하시는데 자녀들이 바쁘니 방법이 없다. 그래서 이번여행은 고향방문으로 했다. 300km 넘게 멀리 가는데 1박 더하자고 매제가 제의하여 다른 일정을 조정하여 그러자고 하고 시골집에서 잠자기가 불편할텐데 가까운 휴양림이 없나 하는 자형 말씀에 여동생이 오도산자연휴양림을 2박 예약했다. 여행계획이 척척 맞아 들아가고 날씨까지 좋다.

오도산휴양림을 예약하고 보니 어린시절 멀리서 보았던 오도산에 대한 궁금증이 떠오른다. 오도산은 황강건너로 내가 본 가장 멀고 가장 높은 산이었다. 동네에서 앞뜰, 뒷뜰의 논밭과 초등학교, 그리고 가끔씩 가본 읍내가 내가 살고 본 세계의 전부였다. 저 높은 산 너머에는 어떤 세상이 있을까? 초등학교로 걸어다닌 개비리고개에서 황강건너 저 멀리 겹겹이 쌓인 산들의 제일 뒤쪽에 삼각형으로 뾰족하게 솟은 오도산과 그 산너머의 세계는 언제나 미지의 꿈같은 세계였다. 그 막연했던 꿈이 고향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게 했던 동력이 되지 않았던가 싶다. 그런데 막상 그 산을 이날 처음으로 정상까지 가보게 되었으니 그 감회가 얼마나 컸겠는가? 어쩌면 영원히 미지의 세계로 남겨두는 것도 좋았을거라는 생각도 해보지만 어차피 지금시대는 천안통이 다 열린 듯 세계 곳곳까지도 직접 가보지 않고도 가본 것보다 더 자세히 보고 아는 시절이 되었으니 그런 미지의 세계란 이젠 어디에도 없을 듯하다. 그래도 어떤 식으로든 누구에게는 꿈이 되는 소중한 무언가는 있을테지.

<산청>
황매산 가는 길을 '네비'가 대전-통영 고속도로로 안내해주는 바람에 속리산휴게소의 멋진 야외 소나무 아래에서 점심식사를 할 수 있었고

산청지역을 경유해서 국도로 가는 길로 들어섰는데 주변의 풍광이 어찌나 깨끗하고 아름다운지 모두들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전체적으로 꽤나 고지대로 올라온 것 같은데 상쾌하기 이를데 없다. 주변 산세를 보아하니 문필봉, 장군봉이 많이 눈에 띈다.

<황매산>

저 멀리 1915m 치리산 정상이 보인다.


<누님의 초등친구 70년만의 상봉>

1950년 ==> 2020년


<고향집>

마당에 풀이 많이 자라 있다.

말끔히 정리


<선산 성묘>

미리 봄벌초를 해달라고 부탁했더니 시원스럽게 깨끗해졌다.


<오도산휴양림과 다랑이논>

지실마을의 논들은 담장으로 쌓여져 있다.


<1134m 오도산정상>

초등학교 가는길 개비리에서 황강건너 멀리 왼쪽에 삼각형으로 뾰족히 솟은 오도산

 이날 가까이, 점차 가까이 정상까지

건너편에는 이런 세상이 있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