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신축년, 흰 소의 해에 챙겨볼 3가지 - 효도/화목/참회 

여추 2021. 1. 1. 00:56



辛丑年은 흰소의 해다.

검은 소가 흰 소가 되어 등에 타고 피리를 불며 집으로 오는 해이다.

절에 가면 벽면에 소에 관한 10개 그림인 '十(尋)牛圖'가 있다. 고삐풀린 검은 소가 남의 농작물을 뜯어먹으며 피해를 입히는데 주인이 점차 길을 들여 흰소로 바뀌면서 고삐를 잡지 않고서도 알아서 주인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망나니처럼 제멋대로 쾌락을 쫓아 다니던 마음(겉마음)의 本心(속마음)을 알아 2021년 신축년은 마음을 깨우치는 해, 신축년, 흰 소의 해를 맞는 올해의 염원이다.

해가 바뀌고 세상일들은 시시각각 변화되어 가는데 나 자신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나? 앞에서 언급한 겉마음이 아닌 속마음(本心)으로는 모든 언행이 道를 벗어나는 법이 없겠지만 우리가 살아온 習이 하도 겉마음으로 사는데 익숙해져 있어 왠만해서는 그 흐름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선각자들께서 말씀하시기를
''익은 것은 설게 하고
선 것을 익게 하라''고 하셨다.

근본을 바꾸는 노력이 쉽지 않다면 세상일의 실천을 통해서라도 내삶을 변화시켜 보자. 해가 바뀌는 싯점에서 결심하고 실천하기가 그래도 쉽지 않겠나 싶다. 비록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일단 실천해 보자. 내가 바뀌지 않으면 하나도 달라지지 않으니까 말이다.

3가지를 살펴보자.
'효도하는 날'
'화목을 다지는 날'
'참회하는 날'로 삼아보자.

1)먼저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부모님께 효도하고 조상께 감사드리는 일이다.

80된 아버지가 50된 자식에게 물었다.
"저게 무슨 새지?"
"아버지, 그거 참새예요"
조금 있다가 아버지가 또 물었다.
"저게 무슨새라 그랬지?"
"아버지, 참새라니까요"
"응 그렇다고 했지"
조금 지나서 또 물었다.
"얘야, 저거 무슨새라고?"
"예, 아버지, 참새라고 그랬잖아요, 참 새"
"그래 내가 깜박했나 봐, 그래 참새지"
또 조금 지나고 나서 아들에게 또 물었다.
"저거 무슨 새냐?"
"아 아버지, 왜 자꾸 그러세요. 참새잖아요. 아버지 망년드셨나봐?"

아버지가 한마디 한다.
"애야, 너가 어릴 적에 아버지한테 묻고 또 묻고 백번 천번 물어도 한번도 짜증내지 않고 다 대답했단다"

아들 지개에 실려 산속으로 고려장가면서도 혹시나 자식이 되돌아 올때 길을 못 찾을까 나뭇가지를 꺽어 표식을 남기는게 부모의 마음이다.

그런 부모님의 은혜에 평상시에 바빠서 못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세배하고, 돌아가신 부모님과 조상께는 다례를 올려 감사를 표한다.

2)화목을 다지는 일로서 행복은 그리 먼데 있지 않고 가까이에 있으니 이를 알고 실천하는 것이다.

남편이 직장에서 온갖 궂은 일 해내면서 스트레스 받고 때로는 그만두고 싶은 상황도 견디며 봉급 타오는 과정을 아내가 본다면 목이 메어 밥이 제대로 넘어가겠는가? 어느해 관사에 살 때 상급자에게서 밤2시에 전화가 왔다.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예의를 갖추어 전화를 받는데 막말이 쏟아져 온다. 사무실에서는 흔히 있는 상황이었지만 가족이 큰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또 집에서 아내가 남편 출근한 이후 아이들 챙기는 일부터 매일매일 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에 애쓰면서 어른과 친지 챙기는 모습들을 남편이 본다면 얼마나 대견하고 안스럽겠는가? 

세월이 얼마나 길다고 그 아까운 시간을 부부간에 아옹다옹 다투면서 서로 원망하고 미워하며 살까? 설사 그런 다툴 일이 생기더라도 사는 동안에 다 풀어야 언젠가 이 세상 떠날 때 홀가분해 지고 그 원망이 후손에게까지 이어지지 않게 된다. 

이웃이나 남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덕을 쌓아야 할 일에 오히려 사소한 일로 복을 까먹고 있지는 않는지 살펴볼 일이다.

3)참회를 하는 날로서 반성하고 고쳐나가는 일이다. 한살 더 먹은 나이값을 해야 하는데 여전히 철없이 내 몸뚱아리 하나 편안하자고 남이 싫어하는 일을 하거나 불편하게 하지 않았는지, 사소한 일로 다투거나 알게 모르게 남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지 등을 살펴 이를 풀어나가고 고치도록 하는 것이다. 즉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과거를 살피고 미래의 실천을 다짐)

유배살이 중인 다산 정약용선생이 새해를 맞아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 글에 이르기를 "나는 새해를 맞으면 1년 공부를 미리 계획하였단다. 혹 몇 달 뒤에 일이 생겨 실천을 못할지라도 계획을 세워라. '착한 것을 즐겨하고 실천해 나가려는 의지[樂善向前之志]를 연초에 꼭 계획을 세워라''고 자식들에게 일렀다. 

또 부인이 보내온 헌 치마폭에 글을 써서 '하피첩'을 만들었고 두 아들에게 서신으로 이렇게 타일렀다.

''이웃을 많이 도와드리거라. 나는 저들에게 이리저리 도왔는데 저들은 나에게 그리하지 않는구나 하는 마음이 혹시라도 일어난다면 너가 쌓은 공덕이 마치 바람에 재가 날리듯 흩어질 것이니 바라는바 없이 선행을 해라.''

바라는바 없이 마음을 내라는 깨달음을 전해준 것이다.

<歲月>
묵은 해니 새해니 분별하지마라.
겨울가고 봄이 오니 해가 바뀐듯하지만 
보아라! 저 하늘이 두 가지의 상으로 달라졌는가?
어리석은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 꿈속에서 사네.

 새해 첫날 일산 고봉산 영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