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코로나로 멈춰버린 설날 풍습에 간소한 신축년 설날차례 한글축문과 새해 발원, 고향방문

여추 2021. 2. 12. 15:37


우리나라 개국이래 수천년 이어져 왔을 전통풍습이 이번 설명절에 잠시 멈춘 듯하다. 다시 예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런지, 다른 방향으로 전환될 것인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온 국민이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얼떨떨해 하고 있어 보인다.

자녀들 여럿 둔 부모는 하루에 한자녀 가족씩 축차적으로 세배를 오게 하기도 한다. 우리도 큰아들네 식구는 미리 왔다가 연휴에 스키장 가고 작은아들이 당일 차례에 참석토록 배분했다. 차례 후 오후에 고향집으로 간다.

갈 고향이 있는 사람은 복을 타고난 사람이다.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내고 산업화, 도시화된 객지에서 산 세대이다. 앞으로는 이런 세대가 다시 없을게다. 어릴적의 아름다운 추억이 살아있어 언제든 그 시절로 한번은 되돌아 가고픈 마음이 그 어른들에게는 있다. 더구나 어릴적의 고향집이 있다면 금상첨화라 할 것인데 우리는 다행히도 그 두가지를 다 갖추고 있다. 우리 세대가 누릴 수 있는 다시는 없을 혜택이라 아니할 수 없다.

고등학교때 방학으로 서울에서 고향집에 가면 아버지가 서당공부를 주선해 주셨다. 동생과 함께 명심보감 공부를 했다. 상투를 틀고 탕건을 쓰신 골품어른댁에 저녁마다 갔다. 첫구절이 이렇게 시작된다.
'子왈 爲善者는 천이보지이복하고 위불선자는 천이보지이화니라.'
첫 구절을 따라 읽으면서 속으로 킥킥 웃음이 났다. 그때 읽고 외운 문구들이 살아오면서 실감있게 살아나오고 지금도 그 道理는 변함이 없다.

여기 명심보감에서의 天, 하늘은 어디이고 누구인가?
설명절 인사로 어느 박사님이 이런 글을 올렸다.

''신축년 새해에 하나님의 넘치는 가호와 축복이 모두에게 임하시길 기원합니다!

그 하나님의 대리자가 인간에게는 대부분  부모입니다.

특히 60대 70대인 우리 세대 대부분에게 '어머니'라는 이름은  눈물없이 부를 수 없을 것입니다. 일제와 해방 그리고 6.25전쟁의 처참함을 가슴에 묻고 산업화와 민주화의 격랑기를 한 세상 아들딸 위해 헌신하신 분들이시지요.

그래서 저는 '어머니'라는 소설과 영화 그리고 시도 읽을 수가 없습니다. 그 거대한 호칭 앞에 저 자신이 너무나 작고 초라하기 때문입니다. 그 위대한 정신과 사랑 앞에서는 오로지 넘쳐흐르는 눈물만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아버지 어머니라는 이름은 하나님을 대신하는 영원한 숭고함을 지닙니다. 거기에는 대를 이어 그리하라는 명령도 포함되어 있지요.''


전날 손녀가 할머니와 부침개

역사이래 최소 인원으로 차례모시기 - 격식은 그대로다.


신축년 새해 차례 축문
*21. 2. 12(금)
  
신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흰소의 해인 신축년에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하얀 눈처럼 청정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해가 되기를 염원합니다.
 
올해의 설에는 우리의 오랜 역사에서 아마 처음으로 가족들이 함께 모이지 못하는 가운데 어른들께 세배드리기나 차례올리기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감염을 우려하여 나라에서 거리두기단계를 유지함에 따라 5인 이상의 가족이나 따로 사는 가족이 모이지 못하게 하는 집합금지명령이 하달된 상태라 올해는 부득이 손자 근수와 셋이서 부모님과 조상님 차례를 모시게 되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조상님의 음덕과 보살핌이 있어 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 가운데서도 우리 형제자매 손주들 가족들은 국내외 여러 곳에 널리 살고 있으면서도 모두 건강하게 잘 지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있고 여기저기 일어나는 숱한 소용돌이에도 언제나 평온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크게 감사드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수년동안 나라가 어려운 지경을 겪고 있어 많은 국민들이 불편해 하고 있습니다. 새해가 열리고 흰 소의 해가 되면서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나라의 판이 균형으로 되돌아오는 변화가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달이 차면 기울고 어둠이 짙으면 새벽이 밝아오듯이 극에 달하면 반드시 반대의 기운으로 되돌아와 평형을 이루는 게 세상의 이치이고 우주의 원리이니까요. 역경을 이겨내면서 인간은 성숙되고 점차 완성되어가지 않겠습니까?
 
새해의 나라 소망을 이렇게 올려 봅니다.
동쪽으로 태백준령을 넘어 넓은 동해바다와 일본, 태평양 건너 미국대륙까지 큰 기운이 뻗어나가고,
서쪽으로 황해를 건너 큰 중원대륙과 동남아 중동 유럽 아프리카까지,
남쪽으로 아름다운 다도해 남해를 거쳐 호주와 남극으로,
북쪽으로 백두산과 만주 몽고 러시아를 지나 북극에 이르고,
아래로 이 땅을 오래 지켜주신 지신 산신과 땅속에 흐르는 맑은 물, 뜨거운 기운,
위로 솟구쳐 세상을 굽어보아 오신 하늘과 통하여 그 기운을 받으면서
신축년 흰소의 해에는 개인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깨달음의 본마음을 열고 이웃과 사회는 서로 돕고 상부상조 화목하며 나라는 크게 번성하여 인류 공생공영에 기여하는 토대를 이루는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자녀, 손주, 증손들까지 일일이 기억하시어 그들의 가는 발걸음마다 보살핌이 있게 하시고 앞날에 장애가 없게 하소서.
 
신축년 새해에 부모님과 조상님전에 간절히 축원 올립니다.

<오후에 3시간반 걸려 고향집으로>

담장 밑 홍매화가 피기 시작한다.

250여년전 조상님으로부터 부모님과 작년에 별세하신 형님까지의 선산에 성묘

부모님 앞에 큰아들이 있어 덜 외로우시지 싶다.


합천의 명물 황계폭포를 십수년만에 가본다. 예전 여름철에는 떨어지는 폭포수물을 어깨, 허리에 맞으며 신경통을 치료했다.

폭포왼쪽 아래에 玉관세음보살이 앉아계신다.

올해 설날의 세배, 차례, 가족모임 등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변함없는 1박2일 고향방문의 흐뭇한 마음으로 5시간여 걸려 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