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동기회 첫번째 라이딩은 영종도 흙탕길과 거센 앞바람의 인상깊은 곳으로

여추 2021. 3. 21. 17:31


3.21(일) 09:30~ 15:00 영종역 회귀

2016년 가을에 운서역에서 인천공항을 반시계방향으로 외곽 해안길을 따라 영종역까지 일주하는 48km라이딩을 했었는데

이번에는 인천공항이 매립되기 이전의 4개 섬(영종도 삼목도 신불도 용유도) 중에 가장 큰 섬이었던 동쪽의 영종도를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도는 코스를 올해의 동기회 첫번째 라이딩코스로 잡았다.

대개 자전거라이딩 코스로 잡아서 가려는 곳은 일반적으로 잘 가보지 못하는 아름답거나 특이한 스토리가 있는 곳, 거기에다 맛집도 즐길 수 있는 안전하면서도 좋은 길로 이어지는 곳들이다. 그런데 그런 '산좋고 물좋고 정자좋은' 곳이란 우리들 삶의 경험에서 볼때 환상이고 꿈이며 '강건너 경치'일 뿐이고 내가 딛고 사는 세상은 언제나 온갖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저잣거리이고 사바세계이다.

바로 이날의 라이딩코스와 여건이 그랬다. 평생을 야전에서 훈련과 땀으로 다져온 동기생이고 전우들이라 이런 기회 아니면 엄두도 내지 못할 진흙탕 비포장길과 거센 서풍의 바닷바람을 뚫고 오랫만에 거친 훈련장을 누비는 듯한 상황에서도 오히려 뿌듯해 한다. 우리 工兵의 경우는 전장에서 언제나 'First in, last out!'이다. Creating, Pioneering & Building(창조, 개척, 건설)이다. 팀스피리트 훈련에 참가하면 기동장비들의 야지에서 현장상황은 언제나 흙투성이였다. 2차대전 전쟁영화에서 익히 보았던 진흙탕 범벅이 된 장면들도 떠오른다. 오랫만에 젊음을 상기시키는 상황이라 기운을 가다듬어 본다.

삶은 이처럼 고난과 역경을 통해 인간을 성장시키고 큰 인물도 배출해 낸다. 그 고난과 단련의 기간이 짧고 무게가 가벼울 수도 있고 또 그 기간이 엄청 길거나 수십년, 수백년 걸릴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나 자신도 그 어느 과정속에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틀림없는 사실은 역경없이 어떤 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말로 말하면 역경이야말로 내가 성장, 도약할 기회이며 스승이라 해야 할 것이다. 누구나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당장 겪기에 힘겨우니 가급적 쉽고 편한 길을 가고싶어 한다. 하지만 그런 왕도는 어디에도 없다. 페달링을 부지런히 해야 다리가 튼튼해지고 가쁘게 숨을 헐떡여야 심폐기능과 혈액순환이 촉진되지 않겠는가? 운동 후 팔다리가 뻐근해지는 느낌, 그게 건강의 상징이 아닌가 말이다.

몸은 건강하게
마음은 걸림없이 가볍게

'촌사불괘(寸絲不掛)’
한토막 실에도 걸리지 않는 마음

홀연히 깨우쳤다고 생각한 대일산의 현기스님이 설봉 암자에 계신 의존선사를 찾아갔다.
''어다서 오셨소?''
''大日山에서 왔습니다.''
''해가 아직 뜨지 않았느냐?''
''해가 뜨면 雪峯의 눈을 다 녹일 것입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玄機라 합니다.''
''현묘한 베틀에서 하루에 베를 얼마나 짜느냐?''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알몸뚱입니다.''

현기스님이 절을 하고 물러나 3발 나가는데 선사스님이 불랐다.
''현기야, 네 가사가 바닥에 떨어졌다.''
현기가 허겁지겁 고개를 돌려 가사가 떨어졌는지 바닥을 살펴보았다.
현기의 속마음이 들키고 만 것이다.

行住坐臥 語默動靜 일체처 일체시 어느 한 순간이 현재-지금(here & now)아님이 없듯이 전부가 우리네 삶의 소중한 순간이면서 귀한 수행의 순간이기도 하다. '범사에 감사하고 쉬지말고 기도하라'는 시간과 장소도 따로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일상생활이고 삶 그 자체라 할 것이다.

★코스: 영종역~ 영종순환로~ 예단포항~ 미단해안공원길~ 동강천 하구~ 만정낚시터~ 영종하늘도시 근린공원~ 구읍뱃터(영종도 선착장)~ 영종진추모비~ 영종 역사공원~ 해안 구읍로~ 씨사이드파크1,2~ 인천대교기념관~ 영종중학교~ 영종동 주민센터~ 운남 교차로~ 잔다리삼거리~ 동강천길~ 논골길~ 영종역(35km)

오른쪽 머리부분(운염도)은 공사로 인해 통행불가로 못가고 몸통부분만 35km 돌았다.

 집에서 전철로 2시간 걸려 09:30, 영종역에 4명이 만나 시계방향으로 일주시작

북쪽끝 예단포항 선착장

이런 비단결같은 꽃길도 있고

전날 저녁까지 비가 내려 이런 진흙탕길이 3km정도 이어진다.

구읍뱃터(영종도선착장)에서 바지락칼국수 점심

운양호사건 전몰영령 추모비 참배

레일바이크 옆 해안길로 서쪽을 향해 시속 10km정도의 강풍을 헤치고 앞으로

인천대교기념관을 돌아보고

 이후는 뒷바람을 받으며 영종역으로 이동


<인천공항>

 1,700만평으로 세계에서 싱가폴공항에 이어 두번째로 큰 공항이라고 한다.
'긴마루'라는 이름의 '永宗島'와 龍이 유유자적하고 있다는 의미가 담긴 '용유도(龍遊島)' 2개의 섬 사이를 흙으로 메워 만든 인공섬으로 실제로는 작은 섬인 삼목도 신불도를 포함한 4개의 섬을 매립하여 하나로 만들었다. 그 중에 가장 큰 섬이었던 영종도 이름을 따서 '영종도공항'이라고 했다가 지금은 인천공항으로 부른다.

※원래 있던 4개의 섬이 연결되어 왼쪽부분이 인천공항이 되었다.


원래의 섬들에 관한 풍수지리학적 배경설화는 무척 흥미롭다.
우선 永宗島는 예전에 제비가 많아 자연도(紫燕島)로 불렸으나 1653년 조선 효종 무렵 `긴 마루'라는 뜻의 영종도로 개명됐고 龍遊島는 말 그대로 `용이 유유자적하는 섬'이다. 이에 따라 인천공항 개항 전부터 공항 주변에서는 영종도를 뜻하는 긴 마루는 활주로를, 자연도의 제비와 용유도의 용은 곧 비행기를 뜻하는 것이라며 `인천공항은 하늘이 정해준 공항 터'라는 풍수지리적 해석이 돌았다고 한다.

1992년 11월 21일 남쪽과 북측 방조제 공사를 시작으로 착공되어 1996년 5월 31일 여객 터미널 건설이 시작되었고 2000년말에 공사가 완공되어 시험운항을 거쳐 2001년 3월에 공식적인 운항이 개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