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예비역단체 화합의 핵심은 下心과 상호존중 - 공병전우회 올해 첫 처인cc 모임에서

여추 2021. 3. 28. 10:01

봄을 힘차게 뿜어 올리는 분수

바람이 잔잔하고
파아란 하늘아래 공기가 상쾌하다.

오후의 푸근한 기온에
마른 잔디아래 새싹이 쑥쑥 밀고 올라오고
진달래와 이름모를 봄꽃들이 여기저기서 고운 얼굴을 내민다.

이제나 저제나 봄이 올까
언제 잎이 나고 꽃이 필까
기다리는 마음은 조마조마한데
어느 모퉁이에 하얀 목련이 피고
밤사이 새잎이 불쑥 돋아나왔다.

이 정도 진달래꽃은 얼마 후
화려한 영산홍, 철쭉이 피면
별로 눈에 띄지도 않을 꽃들이고,

저 정도 푸르름도
녹음기엔 눈에 띄지도 않을텐데

낙엽지고 주변이 매마르니 눈에 확연하다. 배경으로 인해 돋보이는 것이다.

마치,
착하고 바르게 사는 사람들,
그런게 당연한줄 알아
눈여겨 보지 못했더니
주변에 온통 부정, 비리, 사리사욕, 탐욕들이 배경으로 깔리니 이제사 바른 것이 저 푸른 새싹처럼 눈에 띄고 아름다워 보인다.

또 그 반대이기도 하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바른 배경을 바탕으로 비쳐보면 숨길 수 없이 다 나타나기도 한다.

추사 김정희의 歲寒圖에 있는 논어의 글귀가 떠오른다.
歳寒然後 知松柏之後凋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송백이 시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3.25(목) 오후, 처인cc에서 공우골프 2021 첫 모임

겨울동안에 푹 익었다가
오랫만에 공병 선후배들이 함께 모였다.
같은 근무인연 아니면 만나기 어려운데 工兵이라는 동질감과 화목단결, 희생적정신의 병과훈이 바탕이 되는 관계이다. 현역시절은 물론이고 전역이후에도 비슷한 분야에 종사하며 교류하다 보니 서로 안부를 알고 지내는 사이가 되고 있다.

현역시절에 공병이 밤낮없이 고생한다고 생각했는데 사단 군수참모로 가보니 다른 병과도 그 못지 않게 고생 많은걸 보았다. 그래도 공병은 전역이후의 사회활동여건 면에서는 고맙게 여겨야 할 여건이다. 그런데 지금의 공병후배들은 전투업무 위주로 보직과 경력관리가 되고 있어서 앞으로 적절한 관리를 위한 대책이 절실히 필요해 보여 다방면의 논의도 하고 있다.

수년 사이에 공우골프 분위기가 많이 참신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참가자 중에 임관으로 내가 막내뻘이더니 몇년 지나는 사이에 오늘 모이고 보니 구자옥선배 다음으로는 가장 임관선배가 되어 있다. 후배들이 새로이 많이 동참하는 바람직한 모습이다.

새로운 德目은: '下心, 존중과 배려'

예전 현역시절에는 허수아비를 선임자로 세워도 권한이 주어져 있어서 위계질서가 섰다. 게다가 좋은 선배의 경우에는 더욱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호, 불호가 있기는 했어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전역 이후에는 모두가 개인이고 자연인이다. 과거로 인해 인연이 연결된 것으로 충분하고 이제는 자연인으로서 상호간 존중이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할 요소로 보인다. 선배들 입장에서는 젊은 후배들이 어울려 주는 자체만으로도 고맙다. 또 후배들 입장에서는 과거에 멀게만 느껴졌던 선배들로부터 존중받는 맛이 또한 쏠쏠하지 않을까?

하늘에 대한 畏敬을 기본으로 하면 사람이 겸손해진다. 자기를 앞세우지 않고 나아가 ego가 없어져 자타일체가 되면 무한한 사랑이 오고가게 된다. 바탕으로부터 저절로 일어난다. 봄풀이 돋아나듯이... 그렇게 화합은 자연스레 이루어진다.


하늘향해 기상을 떨치는 소나무

포토죤에서의 멋진 전경

젊고 힘있는 후배회장의 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