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33년 골프경력에서 beginner로 기본부터 - 소대장친구 21-09차

여추 2021. 7. 31. 13:56

새삼스럽게 beginner라니?

''기본으로 돌아가라.''
세상 일들이 힘들거나 잘 풀리지 않는다고 낙담할 때가 있다. 발버둥쳐도 헤어나기가 쉽지 않다. 벗어나려 할수록 오히려 깊이 빠져들게 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슬럼프'라고도 한다. 그럴때의 조언은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33년 전 골프입문 시 익힌 기본

지금은 골프를 그냥 습관적으로 치고 있지만 초기에는 무척 기본에 충실했다. 33년전인 1988년, 대령으로 국대원 안보과정에 입학한 40세 청년시절의 우리들은 힘이 넘쳐났다. 여가시간에 처음 골프채를 잡고 프로급 공군선배로부터 교실에서 이론을 설명듣고 채를 잡는 기본으로부터 착실하게 배웠다. 인도어장에서 기본자세를 정밀하게 지도해 주고 공없이 열흘정도 빈스윙 연습만 익히게 했다. 스탠스는 왼발이 15도 바깥으로 향하고 양쪽 뒤꿈치는 일직선, 공의 위치는 채의 길이에 따라 중앙에서 공하나 위치씩 왼쪽으로... 바른 어드레스 자세로부터 백스윙, follow 스윙까지 원칙대로 지도해 주었다. 한달반 정도 지나 당시 남성대cc로 머리얹으러 갔는데 그 선배가 말하는 대로 계속 치기만 했더니 95타 쳤단다. 골프신동이 나왔다고 야단났었다. 그때 함께 입교한 동기생들인 소위 '난지도 beginner'들은 거의가 다 그랬다. 그리고는 1년 이내에 싱글수준이 되기도 했다.

육사생도의 바른자세 바르게 걷기

육사에 처음 입교하니 제식훈련의 기본자세, 걷기(당시에는 직각보행)부터 시작되었다. 가슴을 펴고 뒷 어깨쭉지 사이에 연필을 넣어 떨어지지 않게 하고 턱을 당겨 거기에도 연필 하나를 넣었다. 무릎이 떨어지지 않게 꽉 붙이고 시선은 15도 상방을 향한다.
걸을 때는 발끝이 바깥으로 나가지 않게 11자로 무릎이 스치게 다리를 쭉 펴면서 걷고 팔은 팔꿈치가 구부러지지 않게 주먹에 계란을 쥔듯이 앞뒤로 흔들고 시선은 역시 15도 상방을 향하게 한다.

바른 자세가 부상을 방지한다

마라톤 풀코스 900회 넘께 뛰신 84세의 공선배님 비결도 바른 자세였다. 바른 자세로는 연골이나 근육의 부상이 생기지 않는다. 처음 뛸 때 어느 아주머니가 지적을 해 주었단다.
''그런 자세로는 오래 못뛰어요.''
마라톤교실에 참가하여 기본자세부터 익혔다고 한다. 84세인 지금 검진을 해보면 심폐기능, 허리, 관절 등은 50대, 골밀도는 40대라 한다. 무릎연골이나 관절을 많이 사용하면 닳는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인데 자세가 바르기만 하면 부상없이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6월 중순경부터 매일 아침 맨발로 아파트 뒷산 맨땅흙길 접지걷기를 실천하고 있다. 이때 등산스틱과 헌 아이언채 하나를 가지고 간다. 10여분 정도 올라가면 능선 정상에 여러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어 거기서 10여분 동안 어깨돌리기, 철봉 오래매달리기, 아령, 벤치프레스, 윗몸일으키기, 푸쉬업 등을 차례로 한다. 내려오는 중간의 옆길 잣나무숲 아래 공터에서 권법, 태극권 후에 골프 빈스윙 연습을 100여회 한다. 이제까지 처음 배울때 이후로는 이런 빈스윙으로 기본자세와 기본동작을 익힌 적이 전혀 없었다. 인도어장에서도 공을 치는데만 신경썼지 코치를 받지도 않았고 스윙위주의 연습도 하지 않았으니 그 사이에 '폼'이 영 엉망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젊을 때는 힘으로 쳤다고 하지만 이제는 기본이 안되어 있으면 방향, 거리가 제대로 나갈 수가 없다. 예전같지 않으니 필드에 나가면 잘 안된다고 짜증만 나고 바보같이 친다고 자책하면서 스트레스 풀려고 가서는 오히려 스트레스 쌓이는 결과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평생 실천하지 않던 아침운동을 맨발맨땅 걷기 덕분에 그렇게 매일 1시간 정도 해오고 있다.

몸이 기억하게 반복훈련

빈스윙을 하면서 30여년 전의 기억들이 하나 둘 되살아 난다. 그립 잡는 방법으로부터 백스윙 시 왼쪽어깨가 턱에 닿고 팔로우스윙 때에 오른쪽 어깨가 턱에 닿게 한다. 헤드의 스윙은 인아웃 방향으로 던져주고 헤드무게를 느끼도록 힘을 빼고 스윙을 한다. 머리로 외워서 되는게 아니다. 몸으로 익혀 근육이 기억하게 하여 저절로 그렇게 되도록 해야 한다. '1만번의 법칙, 1만시간의 법칙'이 있다고 했다. 꾸준한 노력없이 되는 일이란 없다. '몰입'하여 노력하다 보면 밝은 내면이 열리는 것이 느껴지고 자신감과 확신이 생기는 경지가 온다. 군에서 작전계획 수립 시에 지도에 깊이 몰입, 연구를 하다 보면 계곡의 물소리가 들리고 산과 들의 바람소리가 감지되는 경지에 이르러야 전문가라 하는 것과 같다.

올림픽경기에서 그런 광경을 또 많이 본다. 메달을 향해 숨막히는 경쟁이 치열할 때 이를 지켜보는 관중도 조마조마한데 막상 그 선수의 심정은 어떨까? 마지막 한발로 메달색깔이 결정되는 순간의 양궁이나 개인의 실력이 발휘되는 사격, 체조, 골프, 수영, 다이빙, 육상 등의 종목들에서 평소 훈련한대로 실력이 발휘된다면 누구나 메달권에 진입할 정도가 되는데 막상 현장상황에서 실수없이 평소 능력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실력과 함께 담력이 필요하고 마음의 안정이 필수적임을 여자양궁의 안산선수에서 보았다. 메달을 따지는 못했어도 천번 만번 반복으로 익힌 모든 선수들이 다 대견스럽고 각기 국내의 경쟁을 거쳐 대표로 거기에 나온 것만 해도 다 메달깜으로 손색이 없다 할 것이다.

1만번의 법칙 1만시간의 법칙

생활인으로서 프로선수들처럼 전문적인 훈련을 할 여건은 아니겠지만 두가지를 권하고 싶다.
1) 겸손한 마음:
대인관계에서도 下心이 기본이지만 세상을 보는 인식에서 겸손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下心이 기본이다.
2) 실천하기:
머리로 알고 있는 지식수준으로는 분별심만 늘어나고 이로 인해 좋은 것, 싫은 것이 나눠져 삶에 걸림이 많이 생긴다. 그보다는 바른 길로 실천하며 사는게 자기 삶을 알차게 할 뿐만 아니라 세상에도 도움이 된다. 나중에 여건이 되면 실천하겠다고 기다리면 하세월이다. 가장 빠른 시간은 바로 지금이다. 지금을 통하지 않고는 어떤 미래의 변화도 기대할 수 없다. 미래를 여는 문은 '지금'이 아닌가?

결론은...
지금을 살리고 말이 아닌 실천

수묵화같은 먼산의 풍경

실천에 앞장서는 친구들

진흙에 뿌리를 내리고도 맑고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