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봄꽃 피어나니 묵은 잎 떨어지듯 가까운 이들이 코로나로 인해 세상을 떠나고 있네

여추 2022. 3. 25. 00:51

변절기 탓인지, 코로나, 오미크론 탓인지 한주일 사이에 여러 가까운 이들이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나고 있다. 가까운 옛 전우가 가고 구국활동에 앞장섰던 고교 절친이, 그리고 동기생 가족이 떠났다. 멀쩡하게 지내다가 그렇게 까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주변 사람에게도 충격이 컸는데 그 가족들의 심정이야 오죽할까 싶다.

원래 생사가 그런거겠거니 하긴 했어도 이전까지는 부모님세대의 일이던 시절이 한동안 이어지더니 이제는 우리 동기, 친구, 그 가족들에게로 가까이 다가 왔다.

가까운 이들이 세상을 떠나네

더구나 별것 아니게 남의 일처럼 여겼던 코로나, 오미크론 등의 감염이 실제로는 국민의 1/3이상 될거라고 하니 어느 가족도 비껴가지 않는다. 쉽게 넘어가는 경우가 대다수이기는 한 것 같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우리 가족들의 경우에는 어쩌면 다행(?)스럽게도 형제간 가족들이 작년 추석때 같은 시기에 20명 넘게 코로나 확진이 되었다. 대다수 아무런 증상이 없는 상태로 10일간 일부는 격리시설에 가고 일부는 자가에서 격리하다가 해제된 바 있다. 이후에 항체검사를 해보니 자연항체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집단면역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인가 보다.

요즈음에 확진된 이들이 나를 보면서는 저 친구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다니며 활동하는데 코로나에 안걸리는데 자기는 거의 외부활동 않고 사람들 만나는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도 왜 걸렸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아마 아파트 엘리베이터 타는 과정에서 걸린 것 같다고 하소연 하기도 한다. 글쎄 너무 무관심한 것도 그렇지만 너무 민감한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이런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우리 사는 동안 수도없이 일어난다. 일단 사생관이랄까 生死에 대한 안목이 바로 갖추어져 있다면 이 육신을 잘 관리하기는 하되 집착하지는 않게 된다. 나이 들어갈수록 이에 대한 기본적인 안목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늘 불안, 초조하고 노심초사 이 육신이 원하는 쪽으로 이끌려 살게 된다. 그 속박으로 부터 벗어나는 자유가 진정한 자유가 될 것인데 그게 쉽지 않다. 나이 들어서 우선적으로 갖추어야 할 안목이라 할 것이다.

물질공간 위주에 푹 빠진 사람들

대다수 관심사가 건강에 관한 일이고 보니 모이면 대화꺼리가 온통 그런 이야기들이다. 아무리 애써봐도 모두 생멸세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과제들에 불과한데도 그렇다.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도 않을 일을 가지고 만나면 그 이야기들이고 TV방송에서도 온통 잘먹고 잘사는 일을 위주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다닌다. 이것저것 비교하면서 더 좋은 것을 추구하게 사람들을 홀리고 있다. 거기에 맞장구치며 사람들은 환호하고 자기의 처지와 비교하게 된다. 언제나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여기게 된다. 물질적으로 아무리 풍요하다 해도 행복도가 올라가기 쉽지 않다. 사람들 모두가 어딘가에 홀려서 들떠 사는 기분이다.

어려서부터 기본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고 성장했다. 더구나 우리 자녀들에게 너는 이웃과 친구에게 어떻게 하라고 바르게 가르친 기억이 별로 없다. 애들 좋아하는 대로 공부시키고 뒷바라지 한 것을 소임으로 생각했다. 사람은 왜 태어났으며 어떤 역할을 하고 살아야 하는지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던 것같다. 그래도 바르게 자라난 자식들이 고맙기만 하다. 아마 말로는 하지 않았어도 밥상머리 교육이나 생활로 저절로 익혀진 결과가 아닌가 싶기는 하다.

젊은 시절에는 어려웠어도 이제는 쉽다. 왜냐하면 머지 않아 어차피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싫으면 꼭 정리하지 않아도 괜찮다. 어떤 상태로든 반드시 떠나게 될테니까 말이다. 떠날 때는 이런저런 걱정꺼리들, 사랑과 미움의 감정들, 애지중지하던 돈과 명예 등 어느 하나 가져가는 것 없이 어느날의 상태로 떠나게 된다. 그런데 이왕이면 불난 집에서 허겁지겁 신발도 제대로 못신고 떠나기 보다는 목욕재계한 후 깔끔한 옷 갈아입고 ''얘들아 이 세상 잘 놀다 간다. 고맙다.''고 인사하고 떠나면 좋지 않겠는가? 그런 심신의 정리와 수련이 잘 되어 있다면 사는 동안에 자기 자신이 자유로운 상태라서 좋고 주변과의 관계도 좋아질 것이기는 하다.

자연의 순리에 따르기

어떻게 할까?
간단하다.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것이다. 다 따르는데 유독 사람만 순리를 따르지 않겠다고 발버둥친다. 이것저것 노력해 보지만 결국은 안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죽자사자 애를 쓰지만 生老病死의 과정은 어떤 영웅호걸도 피해갈 수 없다. 그래서 사는 동안 내내 이런저런 고통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다가 어느새 떠나는 날을 맞고야 만다. 떠나는 이도 애석하고 보내는 이도 안타까워 한다. 가까운 절친이 오늘 당장 세상을 떠난다 해도 세상은 아무 일 없이 어제처럼 잘 운행되어 간다. 내가 사라진다 해도 역시 다르지 않다. 그러니 아무 걱정할 일이 없기는 하다. 생멸세계에서는 생사가 계속 반복되어야 신선함이 유지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를 통찰하고 안목을 바꾼 분들이 인류의 스승인 聖人들이시다. 그 분들 덕분에 우리도 삶이 자유롭게 되고 죽음 또한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안목을 갖게 된다. 2천여년 전에 여러 성인들께서 이에 대해 설하시고 분명한 길을 일러 놓으신 것이다. 이를 믿으니까 수천년 종교로서 이어져 오는데 막상 개인적으로 보면 이런 안목으로 사는 이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꿈을 꾸는 주인은 꿈 바깥에 있다

잠을 자면 꿈을 꾼다. 꿈속에 어떤 상황이 일어났다 하더라도 꿈에서 깨어나고 나면 아무 일도 없다. 꿈속에 설령 내가 죽는다 해도 깨어나고 보면 다 꿈이다. 즉 꿈속의 생노병사 문제는 꿈에서 깨어나면 아무런 문제없이 해결된다.

지금 사는 세상은 꿈이 아닐까?

지금의 세상 역시 꿈과 다르지 않다. 어린시절부터 지난 75년의 내 삶이 지금 어디에 가있나? 진급했던 계급장은 어디에 가 있고 아름다운 여행, 행복의 순간, 그리고 견디기 어려웠던 고통의 순간들이 모두 어디에 가있나? 어디에도 저장되어 있지 않다. 어젯밤 꿈과 조금도 다르지 않게 실체가 없다. 어제 일뿐만 아니라 지금 내 눈앞에 전개되어 있는 광경도 순간순간이 지나면서 과거의 꿈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만다. 우리가 평생 추구해 온 부귀영화 어느 것도 예외가 아니다. 실체가 아닌 것이다. 옛분들이 이를 일러 '如夢幻泡影 如露亦如電'이라 했다. 꿈 같고 환상과 같고 물거품, 그림자와 같으며 이슬과 같고 또한 번개와 같다고 한 것이다.

본질은 다양한 형태로 발현된다

1)이미 펼쳐져 있는 세상에 내가 태어났다가 언젠가 떠나는가?

2)아니면 반대로 내가 펼친 마음의 바탕에 세상의 온갖 것들이 오고가고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는 것인가?

1)의 안목으로 우리는 배우고 살아왔다. 습관화 되어 있다. 그런데 성인들께서 깨닫고 보니 그게 아니라고 하셨다. 그런데도 착각속에 습관적으로 그리 살고 있다.

2)의 안목이 실상이라고 聖人들께서 이르셨다. 이 안목에서는 '지금 이대로' 충만하고 완전하며 행복하고 자유로운 길이라고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우리는 그 쉬운 행복의 길로 살지 않고 습관적으로 고난의 길로 가고 있다. 궁국적으로는 생노병사의 고통으로 부터 벗어나는 길로 가지 않고 生滅이 반복되는, 이것저것 비교하는 상대적 관점으로 살고 있으니 실로 안타깝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방향을 바로 잡았다면 그 다음은 습관을 바꾸는 훈련이 필요하다.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나이들어서 할 우선적인 일은 바로 이런 기본적인 일이 아닐까?

옛 선인이 하신 말씀이다.
''生處放敎熟하고
熟處放敎生하라''
(생처방교숙 숙처방교생)
(선 것은 익게 하고
익은 것은 설게 하라)
-서장, 대혜 종고-

생사해탈로
자유롭게 사는 길이 될 것이다.


과거, 미래는 허상이고
눈앞의 현재만이 실상이니
'지금-여기'에 전력투구하는 삶,
곁가지에 이리저리 바삐 이끌려 다니지 말고 '본질'에 바탕을 두는 삶...

고교 친구 빈소, 가족과 아들 앞에서 추모사를 낭독했다. 그 친구는 분명히 듣고 있었을테다.

故 조ㅇ춘동문 영전에

조ㅇ춘친구여,
뭐가 바빠 그리 서둘러 떠나셨나?
수많은 친구들의 아쉬움 뒤로하고
그렇게 갑자기 떠나시나?

60여년전 고교 입학하면서 만나
거의 한평생 정을 주고 받으며
모든 친구의 좋은 친구로
가는 곳마다 모이는 곳마다
정성 듬뿍 베풀면서 살아와
모두가 고마워하는 자네 아닌가?

좋은 일 궂은 일 다 챙겨가며
물심양면으로 쏟아온 정성들은
따뜻하게 모두의 마음속에 남을 것이네

세상소풍이 어떻던가?
그리 급하게 마무리하고는
짐 싸들고 고향으로 먼저 가야 했던가?
좋은 나라 만들어 즐기며 살자고 하지 않았나
아직도 할꺼리가 많고
놀꺼리가 많아
여유롭게 지내고 가자고 하지 않았나
우보회에서도 매달 만나면서
이제는 자유롭게 살자고 했는데
뭐가 그리 바빴나 말이다

75년의 시간여행
그리 짧지도 길지도 않았지만
자네는 여러 축복속에서
행복하게 살아온걸세

부모님께 효도하고
훌륭한 아내만나 좋은 가정 이루고
자녀 손주들 잘 키우며
좋은 친구들까지 두었으니
세상일로는 부러울게 뭐가 있었겠나

그래도 아쉬움 있었다면
이제 오래된 헌옷 훌훌 벗어버리고
새봄과 함께
산뜻한 새옷으로 갈아입으시게나

자네는 우리를 떠났어도
우린 자네를 보내지 않았네
아니 보낼 수가 없었네
오래, 어쩌면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하고 있을 것이네

평안하시게
또 만나세

ㅇ춘이의 다정했던
전인구친구가 삼가 올리네

'22.3.20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