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제사에 코로나 이래 처음으로 13명 가족이 참례
7.29(금) 음력 7월 초하루 저녁 8시에 부친 32주기 기제사
코로나로 인한 풍습의 변화
코로나가 뜻하지 않게 수천년 이어져 온 우리의 풍습과 전통까지도 잠시 멈추게 하고 그로 인해 새로운 방향으로 문화의 흐름을 전환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코로나가 핑계가 되고 있지만 사실은 조상모시는 일과 연계되는 명절차례나 기제사, 조상산소에 대한 벌초, 묘사, 그리고 족보관리하는 일들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고 현재생활 편의 위주의 방식이 이미 보편화되고 있는 현상이 그 원인이라 할 것이다.
예전에는 일반적으로 집안마다 새해를 맞으면서는 부모님 집에 모여 세배를 올리고 조상께 차례를 모시는게 당연한 관례였다. 친지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가 되고 사촌, 고종, 이종, 외사촌 등 손주세대들끼리 서로 얼굴을 익히는 좋은 자리가 되어 왔다. 추석과 부모님 제사를 비롯하여 일년에 서너번은 모이는 기회가 되었고 계속 이런 전통이 우리 집안의 좋은 풍습으로 이어져 왔다. 최근 몇년간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통제로 가족간의 만남까지도 나라에서 몇명이내라고 제한하는 바람에 그 오랜 관습적 전통까지도 이참에 바꾸는 핑계가 집안마다 많이 생긴 것같다.
때마침 금년 5월들어 새로운 방식으로 기존의 거리두기 통제가 완화됨에 따라 이전 수년동안의 밀렸던 여러 만남들이 봇물처럼 터져 한동안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편리하고 즐기는 쪽으로 변하는 것들은 금방 예전으로 되돌아 가는데 비해서 번거롭고 귀찮은 것들까지 되돌리기에는 그리 쉽지 않은게 현실인 것같다. 그래도 우리세대가 버티고 있는 동안에는 관심에 따라 어느정도 유지될 수는 있지 않나 싶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우리집에 모이도록 그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 아내와 자녀의 동의와 협조 덕분이다.
1981년에 독일의 세계적인 사회학자 보르노박사가 우리나라를 방문 후 귀국 전에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우리나라 기자가 물었다.
“앞으로 한국이 어떻게 하면 잘 되겠습니까?”
보르노 박사가 대답했다.
“한국은 다른 것은 할 것 없고 지금껏 해온 것처럼 한국인의 '족보'를 잘 지켜나가면 됩니다.”
한국 기자들은 전혀 예상 밖의 답을 듣고 어리둥절했다 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별로 중시하지 않거나 혹은 낡은 제도로 여기는 족보를 서양의 세계적인 학자가
왜 그렇게 칭찬을 했을까?
서양학자가 보기에 국가와 사회와 가정의 질서를 잡아 주고, 개인을 도덕적으로 바른 길로 인도하는 기능을 하는 것으로서 족보의 기능을 매우 높게 보았던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할 때,
자기의 조상을 생각하고,
자기의 후손을 생각한다.
“내가 이런 언행을 하면 조상들에게 욕이 되지 않을까?
먼 훗날 나의 후손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라고.
그러니 말 한마디, 발 한 걸음 옮길 때도 신중히 하고 한번 더 생각하고 돌아본다.
도시인의 삶에서 살펴 보아야 할 두가지가 있다.
첫번째로,
조상을 다 버리고 도시에 나와서 문밖에만 나가면 어디 출신이고 누구 집 자식인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쉽게 범죄행위를 할 수 있고 언행을 함부로 하기 쉽다.
두번째로,
고향을 오래 지키고 있는 선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느집 할아버지, 아버지가 어떻게 살았고 지금 객지에 나가있는 그 자식, 손주들이 어떻게 사는지 거의 다 아는데 반드시 그 조상이 지은대로 그 후손들에게 결과가 나오고 있더라는 것이다. 도시인의 삶에서 다 숨어버린 것 같지만 부모, 조상을 추적하면 한치도 틀림없이 다 나온다.
나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아도 '어느댁 몇째아들'이라는 집안과 조상에 누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어려운 고비에서 이겨내는 힘이 되어 주었다.
대한민국에만 있는 세계제일의 좋은 전통을 귀찮고 번거롭다고 다 버리고 나면 우리에게 남는게 무어란 말인가? 좋은 전통마저 다 버리는 것이 발전이고 개혁이라면 큰 착각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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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날 당일 저녁 8시에
<부친 기제사 한글 축문>
維
歲次 壬寅 7月 癸未朔 初하루 癸未 孝子 ㅇㅇ와 자녀, 손주들이 아버님의 32주기 忌日에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난 2년 넘게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로 가족간의 모임도 제한됨에 따라 기제사와 명절 차례에도 여러 후손들이 함께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이번에 처음으로 여러 가족이 모이게 되어 부모님께 정성을 더하는 기회가 되는 것은 물론이고 저희들도 조카 손주 사촌간 좋은 만남의 기회가 되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 함께 하지 못한 형제간과 자녀, 손주들은 인터넷 영상으로 일부 동참하고 있습니다.
부모님 생전에 살아오신 모습이나 하신 말씀들이 지금 되새겨 보니 저희들의 삶에 저절로 스며들어 일상에서 실천하며 살아가는 지혜가 되었고 깨달음이 되었음을 새삼 느낍니다. 가장 크게는 누구나 삶이 영원하지 않다는 근본적인 진리를 일깨워 주셨습니다. 그리고 살아가는 인간관계에서 나를 위해 했던 일은 나와 함께 사라지지만 남에게 베푼 일은 두고두고 남아 몇배가 되어 되돌아 온다는 것을 알게 해 주셨습니다. 좋은 전통으로 지혜롭게 살아가겠습니다.
작년도 이후에 나라와 사회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한때 코로나가 저희 온 가족들에게 번지기도 했으나 모두 잘 이겨내고 지금은 건강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조상님의 음덕입니다.
집안의 미래가 될 여러 손자, 손녀, 외손자, 외손녀들 모두 개인별로 특출한 역할로 직장과 사업에 최선을 다하면서 다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생활에 가끔은 어려운 처지를 겪기도 하지만 고난을 통해 성장하는 길이 열릴 것이라는 확신으로 모두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가정을 이루는 근본은 화목과 사랑입니다. 온 가족이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서로 아끼고 도우면서 부모님께서 이어주신 전통을 잘 이어 가겠습니다.
오늘 아버님의 기일에 저희 자손들의 정성으로 바치는 음식을 흠향하시고 오늘 이 자리에 참석했거나 사정상 함께하지 못한 자녀 손주들까지 잊지 말고 챙기시어 큰 사랑을 베푸소서.
壬寅年 陰曆 7월 초하루에 자녀 손주 일동이 간절한 마음으로 정성 올립니다.
언니가 입던 공주옷을 선물로 받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