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갑진년 설날 차례에서 새해축문, 세배 후 고향집과 성묘

여추 2024. 2. 11. 14:23

'24.2.10(토) 설날 차례, 세배, 점심식사
오후에 승용차편으로 4시간 걸려 고향집 도착
다음날 선산 성묘, 대구 장인장모님 추모공원 참배, 두 처제네 가족과 이른 저녁식사 후 4시간 걸려 상경

누군가 실천하고 있어야 전통

설날을 전후하여 행해지는 절차가 우리집에서는 해마다 비슷하다. 전날 차례준비를 해서 당일 아침에 차례를 모시고 세배, 점심식사, 그리고 오후 늦게 고향집으로 가서 자고 이튿날 조상산소 성묘 후에 대구 처가댁 형제들과 저녁식사를 하고 상경하는 과정이다. 해마다 반복하다 보니 당연히 그렇게 정착되어 오고 있다. 집사람이 오래 전부터 집안 제사를 챙기고 형제자매 모두가 동참하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실천하고 있으면 그것이 전통이라 할 것이다.

예전에 시골 고향에서 살 때에는 집집마다 거의 비슷한 방식으로 설명절을 쇠었다. 그것이 풍습이었으니 당연히 그랬다. 농경사회 시대에는 수백년동안 그런 비슷한 방식으로 풍습이 이어져 왔다. 그러다가 산업화시대에 접어들면서 시골인력이 급속도로 도시 산업화인력으로 진출됨에 따라 도시로 나갔던 자녀들이 명절때마다 고향으로 찾아가는 귀성전쟁이 일어나고 예전의 차례 풍습도 집안마다의 여건에 따라 많이 간소화되어 지금은 전통적으로 설을 쇠는 집안이 오히려 적은 추세로 보인다. 어쩔 수 없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전통을 실천하고 있어야 한국적인 문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촌, 외사촌, 고종사촌, 이종사촌 만남의 기회

집집마다 자녀가 한두명 밖에 없다 보니 없는 촌수가 많다. 아직은 우리네 세대 자녀들은 여럿이 있어 사촌들이 있다. 그래도 명절이나 제사 등의 모임이 아니고서는 서로 만날 기회가 거의 없다. 다행히 우리 집안은 설, 추석 명절과 부모님 제사때에 함께 모이는 기회가 되어 사촌, 외사촌, 고종사촌, 이종사촌 등이 만나고 있고 친하게 지낼 여건이 되고 있다. 이게 어른들이 다음 세대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아닐까 싶다.

차례와 세배

설, 추석에 차례를 모시고 부모님 작고일에 기제사를 올리고 있다. 성균관의 의례와 집안에서 행하는 격식이 꼭 일치하지는 않지만 우리 집안 내력대로 하고 있다. 젯상 사진을 본 분들이 자기네 격식과 맞지 않다고 연락해오는 분들도 가끔씩 있다. 지금은 아파트와 거실 방향이 여건에 따라 달라 근본을 유지하는 선에서 적절하게 조정하여 행하고 있다.

명절차례는 단잔에 독축은 없는게 관례이기는 한데 우리는 모처럼 형제간 모인 자리라서 동생도, 자형, 매제도 잔을 올리고 독축은 없어도 새해 우리의 다짐과 국태민안을 발원하는 축원문을고해 올리고 있다. 참례하는 자녀, 조카들에게도 마음을 정리하는 기회로 삼고자 함이다.

세배를 통해 어른의 지혜로운 말씀을 약축하여 전하는 기회가 된다. 집안의 어른이신 91세 자형께서 맹자가 말씀하신 군자 삼락을 언급하시면서 실천을 당부하신다.

부모가 모두 생존해 계시며,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 번째 즐거움이요,

위로 하늘에 부끄럽지 않고, 아래로는 사람에게 부끄럽지 않음이 두 번째 즐거움이며,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이 세 번째 즐거움이다.

*권력과 재력은 인간의 삶에 있어서 즐거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파하고 있음을 잘 새기면 좋겠다.

설 명절을 부담스럽게 여길 수도 있고 즐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음식과 모임 주선하는 몇사람의 수고가 있으면 여러 사람이 행복해질 수 있으니 투자할 만한 일이 아닌가 싶다.

전날 저녁에 차례음식 준비

91세이신 자형도 장인장모님 영전에 잔을 올려드린다.

세배
형제자매 상호간 세배하고 누님께는 동생들이 용돈드리기

자녀 손주들이 세배

오손도손 둘러앉아 점심식사

오후 5시반에 출발하여 4시간만에 고향집 도착

이장 선배께서 하루전에 청소를 하고 난방을 올려놓아 방이 따뜻하다. 와인 한잔으로 새해 축배!

태어나고 자란 안방의 천정은 예전 모습 그대로이다. 헌 신문지로 도배를 했고 흐릿힌 호롱불에서도 천정의 신문지 큰글자가 다 보였다.

대를 이어 아들과 그 천정을 바라보고 누워 그 방에서 잔다.

아침식사

마당정리

11시반에 출발

영전초등 15년 후배인 강호동 율곡조합장이 지난 1월말에 농협중앙회 회장으로 선출되었다. 곳곳에 축하 현수막이 걸려있다.

여기 작은 시골 구석 조합장이 중앙회 회장이라니... 옆동네 전두환대통령 만큼이나 되는 인물이다. 고향에서 초중고를 다 나왔다.

여기 율곡농협 조합장이다.

사양리 선산 참배

대구에서 장인장모님 모신 도림사 추모공원 참배

두 처제네와 식당에서 세배 후 저녁식사

몇명 빠졌어도 많이들 모였다.


<甲辰년 설날 차례 축문>

甲辰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푸른 용의 해인 甲辰년은 甲으로 시작되는 으뜸의 해이고 푸른 용이 하늘로 치솟는 형국의 해로서 개인과 가정, 사회와 국가에 큰 성장과 발전이 함께하는 해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여름 가을로 이어지듯이 자연은 순리에 따라 변함없이 이어져 농사짓는 이는 씨를 뿌리고 가꾸어 수확을 거두는 활동으로 사람들이 먹고 살고 생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 자연스런 흐름이 지난 수년동안 여러번 제한되는 시련을 겪으면서 일상적으로 지내온 일들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새삼 깨닫는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자유로이 왕래하고 모일 수 있는 여건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덕분에 오늘도 설명절을 맞아 부모님의 자녀들과 손주, 증손까지 한자리에 모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해마다 새해 설날을 맞아 조상님께 저희의 여러 소망들을 고해 올려 왔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조상님의 음덕과 보살핌이 있어 가정적으로나 사회, 국가적으로 사소한 어려움들은 때때로 있었지만 큰 흐름에서는 비교적 안정적 여건으로 나타나고 있어 무척 다행으로 생각하면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치열한 전쟁이 지속되고 있고 지진, 화재를 비롯한 재해 재난도 많이 발생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북한으로부터 연일 미사일과 핵무기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다가 나라 안에서도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많은 다툼으로 국민들을 어지럽게 하고 있습니다. 4월에는 총선이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심각한 상황이 일어날 우려도 있어 긴장하고 있습니다. 수만년 이어져 온 한민족의 역사는 이같은 난국도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그것이 나라가 잘되는 길이고 인류와 지구촌이 공생공영하는데 기여하는 길이 되기 때문입니다. 조상님들께서 후손들이 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큰 깨달음 주시기를 앙망합니다.

동지가 지나 해가 점차 길어지고 입춘으로 봄기운이 움트면서 이제 설날로 갑진년이 시작되었으니 이전까지의 지난 일들에서의 어려움이나 근심걱정들은 다 과거속으로 사라져 가고 이제부터 신선하고 새로운 기운으로 살아갈 것을 기대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자형 누님께서는 여전히 집안의 어른으로 오래 그 자리에 함께 하시고 동생들과 자녀 손주들도 서로 화목한 가정을 이루어 사랑이 가득한 가운데 올해 갑진년을 지낼 수 있기를 염원합니다.

“모든 인간은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꽃과 같다.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지만 진리는 영원히 머무른다“고 하신 옛 성현의 말씀을 이 설날아침에 되새겨 봅니다.

甲辰년 새해를 맞아 저희들이 올리는 이 음식은 하늘에서 내려온 것도, 땅에서 솟아난 것도 아닌 저희들의 정성으로 올리는 것이오니 흠향하시오소서.

甲辰년 새해에 부모님과 조상님전에 간절히 축원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