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콜럼비아커피나무 한국 2세대 커피새싹 - 커피이야기

여추 2019. 8. 22. 19:09

커피나무 한국 2세대

콜럼비아에 봉사단으로 근무하다가 귀국한 군의 동료가 가져온 커피씨앗을 분양받아 화분에 심었는데 키가 아파트 베란다 천정에 닿도록 자랐다. 두그루에서 계속 하얀 꽃이 피고 그 마디마다 2개씩의 열매가 열렸다. 그 익은 열매를 또 화분에 심었는데 한달여만에 커피나무의 새싹 3형제가 쑥쑥 올라왔다.  

우리가 하루에 몇잔씩은 마시는 커피. 일반식당에서 식후에 격에 맞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후식으로 한잔씩 뽑아오면 마신다. 식후에 곧바로 달콤한 커피를 마시면 치매로 가는 지름길이라 했는데 그래도 습관적으로 마신다.
젊은이들의 커피사랑은 일종의 유행처럼 보인다. 점심식사 후에 식사값에 버금가는 싸지 않은 큰 커피잔을 들고 사무실로 향한다. 그 그윽한 향이 좋아 우리 친구들도 커피숍에서 몇가지 다른 종류를 시켜 보았는데 한잔으로 3명이 나누고도 남는 많은 양이다. 당뇨있는 어른들이 많아 설탕없이 마시면 쓴맛밖에 없는데 젊은이들은 그걸 큰 잔으로 무슨 맛에 마시나 싶다.

굳이 값비싼 커피숍에서가 아니라도 좋다. 호젓한 공원벤치에서나 산행 중에 이마의 땀을 닦으며 친구들끼리 한모금 나누는 커피의 맛은 어떤 고급스런 분위기에서 보다 운치가 있다. 다정한 친구처럼 커피는 내 가까이에 있다. 일상화된 이 커피는 어디서 시작되었을까? 70억 세상사람 중에 똑같은 사람이 없듯이 세상 두두물물 다 unique하고 소중하다. 커피 또한 그렇다.

커피이야기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커피. 1500년 전 '칼디'는 고지대를 여행하다가 염소가 펄쩍펄쩍 뛰는걸 보게된다. 염소들이 어떤 관목 열매를 먹고 있었던것이다. 궁금해진 칼디도 염소 옆에서 열매를 몇개 먹어봤는데 지치지도 않고 피로가 사라진다.

이후 서기 500년경에는 아프리카와 중동쪽에서 처음 커피를 볶아 먹게 되었고 커피는 이슬람권으로 넘어가며 점점 규모가 커지게 된다. 16세기 이슬람권에서 커피가 대중화되고 전문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커피에 인간을 지치지 않게 하는 놀라운 '神의 힘'이 있다고 믿었던 이슬람은 서양인들에게 커피 반출을 엄격하게 금지 시켰다. 그들은 그렇게 커피를 독점하며 즐겼다.

17세기 제국주의시대에 네덜란드 동인도회사가 아프리카 식민지를 얻었는데 그곳이 커피 재배지여서 그들이 유럽에 커피를 가져다가 팔기 시작했다. 커피맛은 유럽인들에게 문화적 충격이었다. 철저하게 비밀로 하고 독점판로로 큰 돈을 벌었다.

그러던 어느날 네덜란드는 실수를 저질르고 말았다. 외교상의 호의로 루이 14세에게 커피나무 묘목을 선물한 것이다. 혼자만 드시고 절대 남에게 주지 말라고 당부했다.  유럽인들은 모두 루이 14세의 묘목에 주목했다. 묘목 한가닥만 뜯어가서 식민지에 심기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묘목을 받아간 루이 14세는 커피나무 정원을 만들어 철저히 관리했다. 어느날 가브리엘 마튜 드 클루라는 프랑스 해군장교가 루이 14세에게 찾아가 말한다.
''나뭇가지 한가지만 짤라가면 안될까요? 돈은 얼마든지 드릴께요.''
''안돼요. 절대 안됩니다.''

클루는 한밤중에 궁전 정원 담장을 넘어 묘목을 꺾어서 아메리카로 향한다. 아메리카행 배안에서 그는 항상 근처에 묘목을 놔두고 소중하게 관리했다. 몇몇 승객들이 커피나무를 알아보며 탐내기 시작했고 돈으로 사려고 엄청난 금액을 불렀지만 거절했다. 누군가가 강제로 빼앗으려다 묘목이 꺾여 큰일 날뻔했지만 붕대로 묶어 살아 남았다. 이동 중에 튀니지 해적을 만나 싸울 때도 한손엔 묘목을 쥐고 있었다. 대서양 한가운데에서 폭풍을 만나 돛대가 부러지고 배가 45도 양옆으로 기우는 와중에도 묘목을 놓지 않았다. 이후에 또  폭풍우를 만나 물과 식량을 많이 잃었고 땡볕에 진입하게 되어 물부족으로 갈증을 겪으면서도 자기 먹을 물을 묘목에 줬다.

우여곡절 끝에 프랑스 식민지 '마르 티니크'에 도착해서 묘목을 심었고 매일 총을 들고 지켰다. 한그루의 커피묘목은 이후 50년동안 1,800만 그루로 늘어나며 대성공을 거둔다.

브라질 정부는 유럽에서 커피가 큰 인기를 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프랑스인 하나가 남미 쪽에서 커피나무를 많이 키워 유럽에서 큰 돈을 벌고 있다는 정보를 듣게 된다. 브라질 정부는 '프란시스코 드 메요 파에타' 중령을 기아나로 파견하여 외교적으로 안되면 훔쳐서라도 커피나무를 꼭 구해오라고 한다. 겨우 농장위치는 확인했지만 들어갈 수가 없었다. 파에타 중령은 기아나 총독과 친하게 지냈고 국경이야기도 하면서 묘목 이야기를 꺼냈지만 거절당한다. 인물좋고 매력있었던 파에타 중령은 총독 부인을 공략하기로 했다. 총독 부인을 유혹하여 모종의 제안을 한다. 임기를 끝내고 귀국시에 총독부인으로부터 화환을 받았는데 파에타 중령에겐 매우 만족스러운 선물이었다. 꽃사이에 커피 묘목을 끼운 것이다. 파에타 중령이 빼온 커피나무 묘목 하나는 60억그루로 늘어나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며 브라질 경제의 큰 기둥이 되고 오늘날 세계인들에게 값싸게 커피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처럼 귀한 커피나무가 우리집에는 3그루나 있고 새싹 6그루가 쑥쑥 올라오고 있다. 옛 사람들이 애태우며 구하려 했던 그 커피나무다. 이 한가지만 해도 이미 소원성취했고 부자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