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남한산성 낙선재에서 형제간들이 매제 생일 함께 축하 -

여추 2020. 7. 23. 17:41


7.21(화) 점심, 남한산성 낙선재에서

매제 칠순잔치 한지 한해가 금방 지났다. 확실히 어른들 나이속도는 더 빠르게 느껴진다.

축하모임에 함께하신 최고령 자형의 칠순, 팔순을 다 축하해 드렸는데 어느새 87세이시다. 時空이 흔적도 없이 꿈처럼 흘러갔다. 그에 비해 그래도 우리는 아직 먼 것 같지만 10수년 차이로 뒤따라 가고 있으니 남의 일로만 여겼던 8순도 그리 멀지는 않아 보인다.

여동생네 세딸들의 정보가 많아 그들이 부모님 잘 챙기는 덕분에 우리 형제간은 덩달아 호강을 많이 한다. 이번에도 우리가 상상도 못한 색다른 장소로 예약하여 점심으로 생일 축하 초대를 해 주었다. 남한산성 안쪽 계곡 깊은 곳에 이런 곳이 있다니... 성내마을에서 5km정도 더 가는 어느 골짜기 끝의 불당리라는 곳이다. 조선의 마지막 황실 의민태자와 이방자여사 부부, 그리고 덕혜옹주가 1989년 돌아가실 때까지 사셨던 창덕궁의 낙선재를 여기 산골짜기에서 만나다니 그것만으로도 감개무량이다. 오늘 우리는 그분들 보다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더 좋은 음식을 최고의 서비스로 대접받으니 어찌 조선의 왕에 비길까 싶다.

40여년 전인가 미국유학반 공부할 때 미국의 문화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미국에서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1시간 정도 차를 타고 가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무슨 그런 일이 다 있느냐고 그때는 생각했었는데 막상 유학가서 생활하다 보니 미국땅이 하도 넓어 그런 일이 그리 새삼스러운 일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보다 훨씬 더한 것같다. 세계의 문화가 평준화되기도 하고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로 변화해 가나 보다.

지난 봄에 형님이 제주도로 요양차 이사하면서 이제 4남매가 수도권에 살고 있다. 생일과 명절, 부모님 제사에는 기본적으로 모이지만 추가적으로 쉬운 방법으로 잦은 모임을 갖고 있다. 지하철타고 모란시장 맛집에서 점심하기, 가까운 휴양림 예약되는대로 1박2일 다녀오기, 저녁 퇴근 시에 시간나면 야식하기 등 만나는 기회를 자주 만들도록 하고 있다.

외형적으로 식당의 집이 아무리 화려해도 우리가 둘러앉는 식탁 2개의 분위기가 핵심이다. 집도 그렇고 자동차도 자기가 앉는 좌석 하나이다. 그런데 우리는 외형적인 名과 相에 너무 민감하고 집착하여 정작 그 내면의 software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경향이다. 가족과 형제자매간이 화목하면 냉수 한잔을 나눠 마셔도 어떤 진수성찬에 못지 않다. 큰 재산을 두고도 다투는가 하면 작지만 서로 나누기도 한다. 풍족과 부족은 그 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마음 속에 있다. 우선 나 자신이 이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안목이 되면 언제나 부족함 없이 충만하다. 화목이 저절로 이루어 진다.

전통이나 문화도 누군가 실천하고 있으면 된다. 어떤 정관이나 회칙으로 명시하는 것보다 더 자연스럽게 오래 이어진다. 현대사회에서는 꼭 어떤 제도나 법으로 고정시키려 하기 때문에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수가 있다. 가장 좋은 법은 유위법이 아닌 무위법이라 할 것이니 말이다.

허름한 길로 계곡따라 수km 끝에 이런 별천지가 있다니...

한방 오리백숙과 정식 4인분 주문

축하!

바로 뒤쪽에는 개울물이 졸졸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