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수원 화성 화홍문 부근의 이즈음 봄이 이리도 이쁠까?

여추 2021. 4. 1. 12:13

''이렇게 아기자기하게 아름다운 문화재를 돌아보기는 처음인 것같아!''

이 즈음에 어딜 간들 이쁘지 않은데가 있을까마는 고교 동문회장단이 수원에 모여 토의 후에 지역명소인 화성을 잠깐 둘러보면서 홍회장이 한 말이다.

그러고 보니 맞는 말인 것같다. 서울을 중심으로 역사문화답사를 수도없이 했는데 대다수 한양의 역사현장으로 규모가 크고 돌아보는데 시간이 꽤나 걸린다. 그런데 여기 수원 화성은 한양도성 1/16 크기로 마치 미니어처같은 규모이다. 한두시간이면 충분히 핵심을 돌아볼 수도 있다. 한양도성은 성곽 길이가 18.6km정도인데 수원화성은 5.5km정도이다. 행궁 또한 경복궁이나 창경궁 등의 궁궐의 최소 축소판으로 남한산성 행궁처럼 여기에도 행궁이 있다.

화성행궁

네비게이션에 '화성행궁주차장'을 찍고 갔더니 17:30에 행궁 매표가 끝나 바깥 정문인 신풍루 앞에서 인증샷만 하고,

팔달산 정상쪽 서장대 전망대까지는 걸어서 700m거리라서 멀리서 바라보기만 한 후에 네비에 '화홍문공영주차장'을 검색하여 이동했다.

화홍문 용연 방화수류정

화홍문 지역이 수원화성의 꽃이고 백미다. 다른 계절은 몰라도 특히 이른봄 이때가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 싶다. 널찍한 공영주차장에 여유있게 차를 세우고 바로 길 건너 성곽을 따라 화홍문에 이른다.

오후시간 그 자리에서 바라다 보는 경치가 나무랄데 없는 천하일품이다. 개울을 가로질러 세워진 화홍문과 오르막으로 하늘로 쭉 이어지는 높은 곳의 관망대, 그 성벽 앞으로 비탈진 잔디밭에서 서쪽편에 지는 해를 조망하려는 연인, 친구, 젊은이들의 활기찬 자태, 또 그 앞으로는 둥그렇게 용연 연못이 있고 삥 둘러 뚝방의 늘어진 능수버들 아래에 끼리끼리 행복을 조잘거리는 젊은이들, 파아란 하늘 아래 자연과 사람이 함께 연출해 내는 완벽한 조화의 풍경이 펼쳐진다.

봄이 어디에 있을까? 어느것을 봄이라고 할까? 어느 옛사람이 봄을 찾아 천하를 헤매다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이르니 축담아래 봄꽃이 아담하게 피어 있더라. ''아하 봄이 여기에 있었구나.'' 이것이다 저것이다 할것 없이 지금 있는 그대로를 이름하여 봄이라 한 것이다. 화무십일홍이라고 예쁘게 핀 꽃들도 곧 지게 되고 짧은 봄이 어느새 지나가리니 그 있는 현재를 잘 지내는 이가 곧 삶을 알차게 사는게 될 것이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현재의 순간에 함께 있으니 미래대비도 따로가 아닌 현재를 지혜롭게 사는데 있다 할 것이다.

조선 정조시대에 수원 화성이 건설되었다. 10년 계획으로 시작했는데 2년반 정도(1794~ 1796)에 완공되었다고 한다. 조선 정조시대가 까마득한 옛날인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우리 증조할아버지가 우리 고향 동네에서 농사짓고 사셨던 바로 200여년 전의 일이다.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되었던 비슷한 시기로 온 세계가 신문물이 활발했던 시대였을 것이다.

그 시대에 새로운 신도시를 구상하여 실현한 과정의 기록을 보면 전문 엔지니어 입장에서 보아도 경이롭기까지 하다. 왜 그런가 하면 당시의 계획과 실제 집행된 자료가 현재보다도 더 상세하게 기록, 보존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masterplan에서부터 설계도와 구조물별 세부상세도, 그리고 소요되는 자재의 규격과 수량, 인력소요(일위대가표) 등의 계획서가 보존되어 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실제 공사시에 투입된 내용으로 인부들의 경우에는 충청도 어느지역에 사는 개똥이가 7일 반 동안 일을 하여 임금을 얼마 지불했다는 장부까지도 세세하게 존안되어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정조대왕이 한양에서 이 지역으로 행차할 때에 중간지역에 식사는 어디서 어떤어떤 음식을 준비했는데 김치는 몇조각 깍두기는 몇조각 잡수셨고 누구와 어떤 대화를 했다는 기록이 다 있다. 미국 워싱턴 D.C의 도면이 없다는 것과 비교되는 우리의 기록문화이다. 덕분에 수차의 전란과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었어도 원상복구가 가능했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1997년에 등록되기도 한 자랑스러운 우리의 역사이다.

수원시에서 권장하는 관람코스이다.
걸어서 관람도 가능하고 성벽을 따라 산책로가 매우 잘 조성되어 있다. 길을 따라 걸으면서 보이는 경치나 소소한 볼거리도 훌륭한 편이다. 특히 화서문 - 장안문 - 화홍문 - 방화수류정 - 활터까지 이르는 성벽길은 조명도 꽤 괜찮게 해놓아서 해지는 저녁에 연인과 분위기를 잡고 싶다면 추천하는 코스다. 화홍문 옆의 호수인 용연 옆 언덕 위에 있는 방화수류정은 수원에서 숨겨진 데이트 핫 플레이스. 방화수류정에서 보이는 화성 전체의 경관도 좋고 용연에 조성된 공원에서 올려다보는 방화수류정도 아름답다. 관광 열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관람도 가능하다. 

행궁의 정문인 신풍루 앞에서 인증샷만 하고 화홍문공영주차장으로 이동

능수버들이 곳곳에 늘어진 여기가 화홍문지역이다.

용연의 벚꽃

일몰조망 명소로 끼리끼리 모인다.

 내려다 보이는 용연과 일몰

 방화수류정(동북각루)에 올라

방화수류정 아래 용연에서는
수양버들 하늘거리고
활짝 피어난 꽃이 객을 반긴다.
하하하! 이거야말로
방화수류(訪花隨柳)로세.

방화수류정에서 액자모양의 기둥을 배경으로

방화수류정 마루에 앉아 사방을 내다보면 저절로 詩가 흘러 나온다. 누가 이렇게 읊었다.

춘일우성(春日偶成)
봄날 뜬금없이 지은 시

구름 맑고, 바람 살랑거리는 봄날
버드나무 하늘거리는 개천을 걸으며 꽃구경 나선다.
바보 같은 자식들 내가 이렇게 봄을 누리는 줄도 모르면서
꼭 어린애처럼 노는 철없는 아이라고 손가락질 하네.

 북수문인 화홍문으로 되돌아 오니 야간 조명이 켜지고 하늘에는 달이 떴다.

화홍문의 우아한 야간조명

개나리와 방화수류정 기와위로 달이 떴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두고 부근의 맛집 32년 전통 대길소금구이 식당에서 맛난 저녁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