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저녁 (음력 11월29일)
모친 별세하신지 어느새 39년이 되고 있다. 대대장으로 부임하기 전, 60대 중반의 연세여서 더 아쉽다.
코로나로 형제간, 조카들 참석이 안되어 저녁 8시에 카톡방 생중계로 우리 직계만 모였다.
이전에는 기제사 날자를 예전의 전통의례에 따라 전날밤 11시 이후 子時에 모셔왔는데 그러다 보니 직장에 출근하는 조카들이 새벽에 집에 갔다가 아침에 출근하는 일이 불편해지고 해서 2015년부터인가 아예 별세 당일의 저녁시간에 모시는 것으로 조상님께 고하고 그리 시행하고 있다. 작년들어서는 가족끼리도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직계 이외에는 4인이상 금지됨에 따라 매번 20여명 참여하던 제군이 우리 식구로만 한정되게 되었고 그 대신에 편리한 IT기술을 활용한 카톡방 생중계로 어디서나 마음으로라도 동참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연로하신 자형 누님께서 동참은 못하시고 떡과 제주를 미리 준비하도록 챙겨주시면서 궁금해 하시는데 제사광경을 스마트폰 영상으로 보시면서 무척 든든해 하신다. 부산 딸네집에 가 있는 동생내외도 영상으로 동참하는 편리한 세상이 되었다. 다음번에는 쌍방으로 영상교환이 가능한 줌기능을 시도해 보아야겠다고 아들이 말한다.
지금은 제사모시기를 부담으로 여기는 집안이 많아 젊은 세대의 문화에 맞게 명절 차례에 통합하거나 부모님 제사를 한번으로 모으는 등 여러 방식으로 간소화하도록 하는 추세로 보인다. 그런데 예전에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나라의 제사도 천제단을 만들어 왕이 제사장이 되는 제정일치의 사회였다. 고조선 시대에는 단군이 제사장으로 천제단에서 재를 올렸다는 기록이 있고 조선시대에도 사직단과 원구단을 조성하여 조상신과 천제를 왕이 친히 모셨다. 집안에서도 제사를 모시는 쪽이 종손역할을 하게 된다.
여기 하늘, 땅,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단지 문화의 흐름이 지금은 물질위주인 서양의 陰의 문화가 당분간은 앞서고 있는 추세라서 우리의 본래 정신문화를 낡은 것으로 폄하하고 있지만 곧 시대의 흐름이 바뀌면 다시 소중한 우리 것을 되찾으려는 시대가 올런지 모른다. 벌써 그런 변화의 물결이'오징어게임'을 계기로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현상을 보고 있지 않는가?
<한글축문>
維
歲次 辛丑 十一月 丙戌朔 二十九日 甲寅, 孝子 ㅇㅇ와 자녀 손주가 어머님의 기일에 함께 모였습니다.
어머님 별세하신지 어언 39년이 되는 그해의 양력 1월 초순은 그다지 춥지 않아 비교적 푸근한 날에 고향의 온 마을 사람들이 함께 꽃상여 따라 장전 산으로 갔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리 잘살지 못했던 농촌에서 새마을운동의 결과로 초가집이 스레트 지붕으로 바뀌고 마을길이 넓어져 우리집에 까지 차가 들어갈 수 있게 되었고 마을의 부녀회가 잘살기운동으로 앞장서던 시기에 어머니는 그 화합과 마을의 발전에 앞장선 역할을 하셔서 큰 호응을 받고 주변의 칭찬이 자자하셨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새삼스럽게 그때의 일들이 되새겨집니다.
올해의 겨울은 40여년만의 강추위라고 할 만큼 겨울날씨의 변덕이 심합니다. 거기다가 2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역병으로 인해 더욱 위축된 겨울을 맞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사생활은 물론이고 자영업, 중소기업을 비롯하여 사회 전체의 활동에 많은 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오늘의 제사에도 직계가족만 참가하여 조촐하게 제사를 모시게 되는 통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한해사이의 여러 일들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누님내외분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남다르게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밝게 예나 지금이나 형제간의 맏이로서 부모님이 일찍 빈자리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큰집은 재작년에 형님이 돌아가신 이후 형수가 제주에서 지내고 계시고 인성이 동생은 직장 퇴직 이후에도 내외간에 일자리가 수시로 이어지며 자녀들과 함께 화목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막내 인숙이 여동생은 신랑 잘 만나고 자녀 잘 키우면서 체력이 갈수록 좋아져서 작년까지 국내 200대 명산 완등과 백두대간 완등까지 하는 쾌거를 이루는 여걸이 되었습니다. 저희 집 사정은 변함없이 이어져 가고 있습니다. 손녀 지원이는 방콕에서 이제 5년차 공부 중이고 두 아들은 직장에 잘 다니고 있으며 8년 전에 시작한 작은 사업도 이 시대의 불황상황을 잘 이겨내면서 운영해 나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모두가 어렵다고 하는 이 어려운 시기에 자녀 형제자매와 손주, 증손 등 가족들 모두 건강한 가운데 각자의 소임을 다할 수 있게 되는 만큼 고마운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다 조상님과 하늘의 도우심으로 생각하며 감사드립니다.
세상은 모든 사람들에게 똑같은 여건으로 펼쳐져 있는데 자기 그릇에 따라 그 크기만큼 담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늘은 어느 누구를 차별하는 법이 없습니다. 담는 그릇은 자기 스스로가 키웁니다.
壬寅년, 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아 용기백배하여 각자의 삶을 꽃피우는 해가 될 것을 다짐합니다.
오늘 기일을 맞아 이 자리에 참석했거나 사정상 함께하지 못한 자녀 손주들까지 부모님께서 일일이 기억하시어 그들의 손길 발길을 안전하게 보살피시고 또한 몸과 말과 뜻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해 나가도록 큰 용기와 힘을 보태 주시기를 앙망하옵니다.
조촐하지만 정갈한 음식을 정성으로 올리오니 흠향하시오소서.
辛丑년 십일월 이십구일에
자녀 손주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정성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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