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3(일) 10:30, 국방부원광사 일요법회에서

세상에서 제일 존귀한 존재는 누구일까?

두말할 것도 없이 자기 자신이라 할 것이다. 그놈이 잘되도록 하기 위해서 가꾸고 명예를 높이려 하고 애지중지 애를 쓰지만 겨우 100년을 못써먹고 어쩔 수 없이 버리게 된다.

그놈이 기분좋고 행복해지게 하기 위해 온갖 아양을 떨어봐도 언제나 부족하다고 하여 갖은 노력을 다해보지만 충족되지 않는다. 많이 추구할수록 부족함은 커진다.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고 아프리카나 아프가니스탄이 아닌 이 좋은 금수강산에서 태어났다. 육신이 있는 동안에 올바른 안목으로 살면 사는 동안에 여기서 천당 지옥도 자유자재로 선택하여 왔다갔다 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세상사는데 나를 가장 힘들게 하고 귀찮은 놈이 누굴까?
남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이다. 이를 다스리지 않고는 결코 완전한 행복이나 자유로움은 없다고 할 것이다. 고맙게도 일찍이 석가모니부처님께서 그 해탈하는 길을 제시해 주셨다. 지금 있는 그대로 자유롭고 행복한 길로 들어서게 해주신 것이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그 길을 알고나면 날마다 좋은 날이요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생노병사의 문제까지도 벗어나게 되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내가 없다면 세상에 걱정될 일이 하나도 없고 남들과 부딪칠 일도 없어진다. 세상 모든 것은 따로따로가 아니라 다 이리저리 연결되어 있는 一團이라 분리된 나는 있을 수 없고 상호 의존 상관관계속에 있다고 했다.  나를 내세울수록 나의 행복으로부터 멀어진다. 두달전에 월호스님 초청법문시에 이 세상은 메타버스(가상세계)이고 내 몸은 아바타이며 나는 이를 보고 있는 관찰자라는 법문을 하신 바도 있다. 이 몸으로부터 우선 해탈해 보라고 했다.

오늘 일요법회에서는 주지법사께서 '下心'의 법문을 통해 그 원리를 명쾌하게 정리해 주셨다.

<원경 주지법사 법문요지>

출가해서 처음 접한 단어가 '下心'이었다. 이전까지 사회생활에서의 모든걸 내려놓고 행자로서 여러 허드렛일들을 다 했다.

사찰입구 일주문에 이런 문구들이 많이 보인다.
입차문래 막존지해
(入此門內 莫存知解)

"여기 들어오면서부터 모든 알음알이를 내려놓아라"는 의미이다.

원광사에 오시는 분들의 구성요소는 남녀노소, 현역 예비역, 신분 등의 구성요소가 다양하다.
그런 형식적인 요소들을 다 내려놓아야 개인도 편안하고 전체도 화합된다.

사회적으로 어려움이 많은 지금시대에 종교가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 보인다.
불교에서의 기도시에는 언제나 참회가 먼저 있어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겪는 것이 책을 읽는 것보다 효과가 훨씬 낫다. 즉, 법회에 참여하고 기도를 하면 자기의 살림살이가 달라져야 한다. 나아져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주에 봉암사 선방 하안거 대중공양을 다녀왔다.
그날따라 늦잠으로 일행과의 시간약속을 지키지 못해 혼자 몇시간 늦게 참석했다. 20여명이 갔는데 그 사이에 종무소 직원으로부터 일행이 크게 질책을 받았다고 한다. 종교가 다른 어느 며느리가 처음으로 함께 동행했는데 반바지에 샌달을 신고 간 것이다. 사찰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불자가 아닐 수도 있고 또 절에 처음 가서 예법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은가?
종무소직원이 야단을 친 결과로 처음 절에 갔던 그 며느리가 다음에는 복장을 고치쳐 오겠는가, 아예 절은 쳐다보기도 싫다 하겠는가? 그 다음에 스님이 일행을 차대접하고 좋은 법문말씀 하셨어도 그게 귀에 들어올까? 평생 절에 못오게 만드는 결과가 되고만 것이다.

'손님은 왕이다'라고 근대호텔의 아버지라고 하는 세자르 리츠라는 분이 말했다. 왕뿐만 아니라 누구나 호텔에 들어오는 고객은 왕처럼 모시겠다는 서비스정신의 표현이다.

그런데 고객이 이를 서로 잘못 새기면 오히려 '갑질'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말 자체에는 허물이 없는데 자기 입장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하면 어느 것이라도 다 문제가 된다.

2010년경, 이천 항작사에서 근무했던 당시의 경험이다.
인근에 위치한 정신지체장애인 생활시설 승가원에 봉사하러 갔는데 장애인 수십명이 반갑다고 몰려오는걸 보고 순간적으로 두려운 마음이 생기더라. 수행자가 이런 마음이 일어난다는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이후에 나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고 아직도 남아있는 분별심을 버리는 기회가 되었다.
매주마다 가서 친해지게 되니 나와 다름없는 사람으로 보이게 되었다. 단지 지능이 조금 모자라거나 몸이 불편할 뿐이더라.

원광사 올때는 하심하는 마음을 갖자. 원광사에는 사상이나 이념, 지역, 신분 등 어떤 분별도 다 내려놓아야 한다.
심지어는 인접종교, 종교인까지도 잘 되어야 한다는 넓은 마음을 가지고 마음을 나누자.

주지 원경법사 법문

정근 및 축원

백상홀에서 점심공양

법당앞 모과열매가 익어간다.
저 속에 천둥 몇개, 번개 몇개,
염천 뙤약볕과 소나기,
밤하늘 별과 달, 이슬까지 다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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