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3년째 초등 총동창회 연례행사가 이어져오고 있고 이런 명랑운동회 방식으로 자리잡은지도 20여년이 넘어 이제는 표준화된 하나의 문화형태가 되고 있다. 아마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색다르게 한국적이면서 고전과 현대가 자연스레 녹아든 독특한 문화의 하나가 되지 않겠나 싶다.

초등학교 전교생이 30명에 못미치지만 1개면 1학교 기준에 따라 아직은 겨우 생존하고 있는 모교이다. 읍내를 포함하여 군내 17개면에 20개 초등학교가  있는데 그 중에 최근 몇년동안 입학생이 없는 학교가 있고 전교생이 20명 안되는 학교가 반수 가까이 되나보다. 주거인구가 늘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장차 어떤 방침으로 바뀌게 될런지 걱정스럽다. 한때는 우리 면내에 6개교가 있었는데 점차 줄어들다가 최종적으로 하나가 남게 될때 학생수가 제일 많았던 덕분에 용케도 살아남은 학교다.

선배들이 모교의 맥이 이어지게 기울이는 노력은 눈물겹다. 장학금 지원은 물론이고 선배들이 거금을 모아 실내골프연습장을 만들어 전교생이 소질을 개발하게 해주기도 했다. 한학년이 3~5명이라 개별지도 수준이 되고 원어민 영어교육으로 프리토킹 능력을 갖추게 되며 농작물 재배 및 장담기체험, 관현악, 사물놀이, 문예지 발간, 작은 버스 1대로 전교생이 현장체험학습 답사 등 도시학교에서는 체험하기 어려운 어린시절 추억을 만들어줄 기회가 된다. 도시에서 한학기나 1년 유학체험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나 도시 엄마들의 극성이 이런 인성개발 기회에는 관심이 적나 보다.

이날 모교방문 행사에서도 학교의 오랜 전통이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기회가 되었다. 연세가 89이신 1회 졸업생으로부터 41회 졸업생까지 참석했고 79회가 되는 1학년 학생들까지 전교생이 선배들께 인사를 드리고 여러 식전행사도 선보였다. 80년 선후배가 함께한 드문 축제이기도 한 것이다.

운동회에는 이런 경기가 진행되어 나이든 선배들도 참가 가능하다. 수년전부터 우리 동기들이 경기에 기장 선배기수로 참가하고 있다. 이 나이에 무슨 달리기 경기를 하냐고 앉아 있어도 되지만 경기에 참가하면 후배들이 좋아하고 우리 이야기꺼리도 늘어나니 이런 좋은 기회가 어디있나 싶어 계속 참가한다.
잔디운동장에 ㅁ字 모양으로 천막을 삥둘러 설치하고 기수별로 배치하여 중앙으로 집중되게 한다. 그 가운데서 각종 경기가 다 진행된다. 우리는 4~500명 정도 모이는데 1,000 정도도 이 방식이 가능할 것같다.
경기는 4가지이고 기별 장기자랑이나 시상식 및 행운권추첨 등이 이어진다.
경기는 협동공뜅기기, 계주 3가지 풍선터뜨리기, 발묶고달리기(2인삼각),  갈수록태산 계주이고
선배기수들은 제기차기 경연을 한다.
●협동공튀기기
남녀 각 4명씩 8명이 긴줄 한가닥씩 잡고 가운데 배구공을 올려놓아 위로 튕기는 횟수 카운트
●풍선터뜨리기 계주
남녀 각 5명.
손잡고 달려가 남자선수가 풍선을 배위에 올려놓고 여자선수가 터뜨려 되돌아오는 계주
●발묶고달리기 계주
남녀 각 4명 한쪽발 묶고 반환점 돌아오기
●갈수록태산 계주
남녀 도합 5명
훌라후프 속에 들어가 처음에 한명이 반환점 돌아오고, 다음에 1명 추가, 5명까지 5회 왕복
●기별 노래자랑 및 특별출연
●중간중간 행운권 추첨
비싸지 않은 생활용품으로
●경기시상 및 행운권추첨 계속
(기별 모임을 위한 격려금 전체 기수에게 총동창회장이 순회하며 전달)
●폐회 후 각 기수별로 모임
 
이 시대의 유행인지 이 지역에는 이런 행사가 유난히 많다. 대충 봐도 17개 면민의날 행사와 군내 각 초중등학교 동창회, 종친회 등 5~60개 이상의 행사가 4, 5월 주말에 집중되어 있으니 봄에는 여기저기 온통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덕분에 고향도 가보게 되고 전국에 사는 초등 선후배와 남녀친구들을 만나볼 기회가 되고 우리 동기들의 경우는 이때 1박2일 모임을 겸하고 있다.

시골 초등학교는 이런 문화가 있어 좋다. 여기 출신이라고 도시학교보다 인재로서 부족함도 없다. 우리 동기 90여명 중에도 과학기술원 박사, 대기업 사장, 군 장성, 중소기업 회장,사장 등으로 아직 역할을 하고있는 친구들이 많고 무엇보다 현모양처로 자식들을 건전한 인재로 키운 잘 갖추어진 엄마들이 배출되었다.

이런 초등학교, 이런 총동창회, 이런 동기친구들의 문화가 언제까지 이어질런지는 장담하기 어렵지만 사람사는 향기와 끈끈한 정이 느껴지는 이런 문화적 체험이 많은 사회가 조금 더 따뜻하고 행복한 분위기가 되지 않겠나?

*우리 17회는 읍내 청운장여관을 예약하여 저녁식사, 노래방, 새벽에 황매산 철쭉 돌아보고 아침식사 후 해산

풍선터뜨리기 계주

협동공뜅기기

발묶고달리기 계주

갈수록태산 계주

화합 한마당

기수별 모임

매 2년마다 2박3일 코스의 국내여행을 주선해 오고 있다. 10여년 전에는 상해 황주로 해외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재작년 가을의 강원도 여행이 하도 인상적이라 올 가을에 강원도의 조금 다른 코스를 잡아 10월 중순경에 또 가자고 했다. 가을여행을 위한 찬조금도 계속 답지되고 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황매산 철쭉 보러 갔다. 해발 7~800m 황매산은 아침에 무척 춥다. 꽃이 아직 반도 안피었지만 꽃나무 속에서 우리가 꽃이 된다.

영상테마파크의 하나로 청와대도 축소모형으로 설치되어 있다.

내천마을에서 농사짓고 사는 옥임이네 집에 가서 마당 텃밭에 난 머위를 한다발씩 베고 들판에 나가 마늘쫑도 뽑아 까만 비닐봉다리에 가득 넣어 서울, 부산, 대구로 출발.
봉다리에 넣어온 것은 머위, 마는쫑이 아니라 친구들의 마음이고 한보따리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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