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1 화 11:39 태릉
사람들이 순해서 그런가 겨울인데도 독수리 친구들의 체력단련 날엔 혹한과 북풍을 피해 겨울스러우면서도 그리 춥지 않은 비교적 포근한 날을 만났다. 모처럼 미국에서 귀국한 한태식동기를 환영하는 독수리 모임이기도 하니 날씨부조까지 참 고맙기 그지없다.

세월이 반세기나 흘러 겨울이면 서투른 SAVER스케이트를 타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스케이트타던 태릉의 그 연못은 크기가 반쪽으로 줄어들기는 했어도 그 자리에 있다. 생도들의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리는 듯한데 빈 얼음판 위에 흰색 붉은색 골프공 몇개가 굴려져 있을 뿐 적막하다. 이제는 골프장 티박스의 정자아래 아름다운 경관의 하나가 되어 있다.

그 바깥 울타리 밖으로는 청년의 눈물을 자아내게 했던 경춘선 기찻길이 이제는 한시대를 마감하고 자전거와 걷기코스로 변해 있다. 아하, 우리의 젊은시절 꿈도 기차길도 다 지난밤 꿈과 같이 잡을 수 없는 허상들이구나! 어디 그뿐이겠는가? 얼어붙은 화랑연병장 잔디밭 위를 맨몸 낮은포복으로 기었던 고통도, 온 가족들의 축하를 받으며 번쩍이는 소위계급장을 자랑스럽게 달고 세상을 다 얻은 듯 환호했던 행복의 시간들도, 그 여러 영욕의 세월을 담은 70여년의 우리네 삶도 어제밤 꿈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그러니 지금 주어진 이 소중한 시간들에 나의 전부를 걸고 살아가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간식을 하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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