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 생존자체가 힘겨울 정도로 생활하는 이들이 멀지 않은 곳에 참 많다. 연탄배달 봉사를 간 서울의 이 동네가 그렇다. 사소하고 작은 도움이라도 그분들에겐 큰 보탬이 된다. 하루에 한두장 구공탄을 새끼줄에 꿰어 들고 유락동 산동네 집으로 들고 다녔던 '60년대 중반 고교시절에는 연탄 수십장을 수북히 쌓아놓고 살아보는게 소원이었던 적이 있어 그 심정을 알만하다.

5년째인가 12월 초순 비슷한 시기에 같은 동네로 연탄배달을 비롯하여 겨울나기 후원을 가고 있다. 수년전에 가본 동네와 집들이 지금도 그대로이다. 아니 몇년 사이에 더 낡아있다. 삭은 기와나 스레트지붕 아래로 세월의 무게가 버거워보이는 썩은 서까래가 보이고 새는 지붕을 회색 멤브렌으로 덮은 지붕이 더 늘었다. 집을 개축하는 허가는 나지 않고 주인인지 세입자인지 모르지만 그럴만한 경제적 능력도 없으니 아쉬운대로 임시방편으로 대충 손보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같다.

총동창회에서 착안하여 이런 작은 봉사활동이라도 하니 연말 불우이웃 돕기에 뭔가 한 것같아 흐뭇한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현지에 사는 그 노인네들한테는 오히려 미안스러운 마음이 든다. 그분들은 매일의 삶이 그러한데 우리는 겨우 일년에 연말이라고 한번 찾아와 40일분 연탄 200장 주는 것으로 왁자지껄 와서 사진찍으며 생색내고 가지 않나?

그분들의 불편함을 느껴보지도 못하고 일회성 봉사활동으로 끝내고 오니 돌아오면서도 왠지 뒤통수가 근질근질하다. 그러나 어찌하겠는가? 사람들이 그 본성으로 보면 완전히 평등하지만 삶의 수준으로 보면 평등할 수가 없는 법이다. 같은 햇살도 높은 산에 먼저 비치고 계곡에는 늦게 비친다. 사람마다 因에 따라 果가 다르게 나타나니 이를 피할 수는 없다. 부지런히 福을 지어가면 삶이 훨씬 순조로워질 것이다.

40여년 선후배들이 함께 연탄지개를 지고 서로 격려해가면서 땀을 흘린다. 어느 후배동기회의 가족 봉사팀들이 해마다 따끈한 차와 간식을 챙겨와 이동하는 작업공간으로 움직여가면서 지원해주니 추운 날씨에 김이 술술나는 온수통을 보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따뜻해진다. 천사가 상상속에 있는게 아니다. 마음만 내면 내가 될 수도 있고 가까운 이들이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세상은 보이지 않게 활동하고 있는 천사들 덕분에 아름답게 유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은 정성이지만 힘들게 살아가는 독거노인분들께 겨울나기에 조금의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봉사에 나선 선후배들의 마음도 함께 따틋해지는 힐링의 시간이 되었다.

12.5(수) 14~18시. 서울 노원구 중계동 104번지 일대의 '백사마을' 독거노인들에게 연탄 쌀 운동화 방한복 등을 지원하는 봉사활동.
화랑회관 2층에 모여 봉사활동내용을 육사총동창회에서 설명

노원구 중계동104번지 일대의 이 마을이다

버스에서 내려 골목길로

어린이도 엄마를 따라 동참했다

총동창회장이 쌀 라면 운동화 방한복 등을 전달

김병관 총동창회장

김종재 5년 선배

공병 선후배

동기생 10명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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