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9.29(목) 추석날, 午時에 조상님 차례 모시고 가족모임

예년에 없던 7일간의 긴 연휴가 이어지는 추석명절이다.

해외여행이 무척 많다고 한다. 인천공항이 연일 북적이고 고속도로는 이동 차량들로 가득하다. 직장인들에게는 아마도 추석차례보다 연휴계획이 우선이지 않겠나 싶다. 이런 문화에서 전통방식으로 추석차례를 모시고 가족모임 하기가 쉽지 않은 분위기이다. 당장 우리집도 두 아들 중에 큰아들은 방콕으로 가고 작은 아들만 집에 왔다.

명심보감 책 읽기 권장

차례음식 준비하기에 번거롭고 힘들기는 하지만 형제간, 조카들이 모이는 기회가 되어서 좋다. '명심보감' 책을 여러권 사서 젊은이들이 읽어보도록 했다. 복잡한 시대일수록 근본을 찾는 일이 필요하지 싶어서이다. 하늘과 나와의 관계, 자연의 흐름과 나와의 관계, 시간의 흐름과 나와의 관계, 다른 이들과 나와의 관계 등을 바르게 인식하여 세상을 바르게 보는 안목을 가지고 이를 생활속에서 실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형제간과 자녀, 손주들이 여건 되는대로 13명이 모였다. 차례 후 점심식사를 나누면서 젊은이, 어린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응원한다. 매번 동참하면서 이게 가족간의 관계구나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고 따라서 책임감도 갖게 된다.

오후 늦게 출발하여 우리 식구는 매번 고향집으로 간다. 태어나고 자라난 그 집에서 1박하고 다음날 선산에 성묘 후 이른 저녁식사 모임을 대구 처가댁 식구들과 함께한 후 밤에 귀경한다. 매번 명절때마다의 일상이 되고 있다.

전날 저녁에 제물준비

추석날 아침에 차례상 준비

촛불을 밝히고,
강신례로 향을 피우고,
참신례로 洗盞을 한 후 재배하고

첫잔을 올리고 부복한 상태에서
축문 독송

90세 자형이 다음 잔을 올리고 동생과 매제가 차례로 올린다.

동생도, 매제도


<2023 癸卯年 추석 차례 한글축문>


歲次 癸卯 八月 丙子朔 十五日 庚寅 孝子 寅九 敢召告于

민족의 명절 추석 한가위 긴 연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향 앞뒤뜰에는 벼가 황금빛으로 물들어가고 감과 대추가 따가운 가을햇살에 익어가고 있는 결실의 계절입니다. 대추 한알이 저절로 붉어질 리 없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그 안에 태풍, 천둥, 벼락, 번개 몇 개가 들어 있듯이 모든 결실이 다 그와 같은 어려운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없이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올해 여름은 유난히도 무더워 밤잠을 설치기도 했고 장마와 집중호우도 몹시 심했습니다. 끝이 없을 듯했던 그 여름도 한줄기 서늘한 바람결에 힘을 못쓰고 물러나버리고 이제는 풍요로운 가을이 되었습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시간의 흐름이 있는 덕분에 헌것은 지나가고 계속 새로움이 나타나 세상은 청정한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것 같아 가는 세월이 아쉬우면서도 고맙기도 합니다.

전국 곳곳에서 지난 여름, 자연재난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피해를 입어 어려움을 겪었고 아직도 코로나로 인해 고생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또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지진이나 대형 산불, 홍수, 전쟁 등으로 인해 큰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이들도 많이 있습니다. 하루도 조용할 날 없이 세계적으로나 국내 사회 곳곳에서 여러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렇게 일어나는 게 세상의 이치인가 싶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우리나라는 여러 면에서 국력이 신장되고 있고 수십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사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세계인들이 부러워하는 나라입니다. 그 가운데서도 다행스럽게 우리 가족은 여러 어려움들이 비교적 적게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하늘의 도우심과 조상님의 음덕 덕분으로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명절의 풍습도 많이 변하고 간소화되고 있습니다마는 우리 형제간들은 건강하고 화목하게 지내고 동참하면서 이 시대에 드물게 조상님들의 전통을 잘 이어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가족들이 함께 만나는 기회가 되고 자녀 손주들 가정교육의 좋은 토대가 되기도 합니다.

세계적인 글로벌시대에 부합되게 자녀 손주 외손주 자손들이 이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어디를 가서 어떤 위치에 있거나 그 능력을 발휘하고 소임을 다하여 세상에 유익한 역할을 해 나가도록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오늘 계묘년 추석을 맞아 올봄부터 씨앗을 뿌리고 여름 뙤약볕에 땀 흘리며 이룬 실적으로 가을의 결실을 부모님과 조상님께 정성으로 올리오니 흠향하시고 오늘 이 자리에 참석했거나 사정상 함께하지 못한 자녀 손주들까지 잊지 말고 챙기시어 큰 사랑을 베풀어 주소서.

癸卯年 8월 보름 추석에 부모님과 조상님께 후손들이 간절히 고해 올립니다.

오붓하게 둘러앉아 점심식사

고속도로 차창 밖으로 보름달이 떠오른다.

충주휴게소에서 묵밥, 우동 저녁식사

평소보다 1시간반 정도 더걸려 5시간여만에 밤 10시반경 고향집 도착. 이장선배가 난방패널 스위치를 미리 올려놓아 오래 비워두었던 방이 따뜻하다.

대나무잎에 걸린 보름달

밤새 비가 내리더니 아침에 그친다.

키큰 나뭇가지를 자르고 담쟁이 넝쿨도 걷어내고...

사양리 선산으로 성묘

돌다리를 건너 산길로

2주전 벌초를 했어도 풀이 많이 자라있다.

햇살이 무척 따갑다.

코스모스가 피고 벼가 익어간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가야국 옥전고분군이 있는 합천박물관을 돌아본다.

대구에서 두 처제댁 가족과 이른 저녁식사

9월10일 큰아들 결혼식을 올린 막내처제가 감사인사와 식사후원.

새신랑, 신부가 인사

축하합니다.

대구에서 18시경 출발하여 23:30경 수지 집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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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의 유래]

삼국사기에 따르면
1세기 무렵인 신라 유리왕 9년,
부녀자들이 한달간 길쌈경쟁을 벌여 8월 보름에 승패를 가르고 진쪽이 이긴쪽에게 음식을 대접하며 잔치를 벌였다고 한다.

이것을 '가배'라고 했는데 '가배'를 순 우리말로 하면
'가위', 가운데를 뜻하며 이것이
한가위의 유래라고 한다.

중국문헌인 '수서'와 '구당서'에서도 신라의 추석이 묘사되는데 해마다 음력 8월15일 이면 풍류를 베풀고 활쏘기 대회를 벌여 상을 내렸다는 내용이 있다.

추석의 대표적 음식은 송편이다.
송편은 왜 송편으로 불렸을까?

송편은 소나무 松字에 떡餠字를 합쳐서 떡에 소나무잎을 넣는다고 해서 '송병(松餠)'이라고 불렀는데, 오늘날에 이르러
'송편'이라 불리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송편의 모양 또한 반달모양인데, 왜 반달모양을 하고 있을까?

삼국사기에 보면 백제 의자왕때
궁궐안 땅속에서 거북등이 올라
왔는데 그 거북등에는
"백제는 만월이요, 신라는 반달"
이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고 한다.

그 뜻을 궁중점술가가 평하기를
"백제의 의자왕은 만월이니
앞으로 서서히 기울것이요,
신라는 반월이니 앞으로 차차
커져서 만월이 될것이다"라고
풀이했다.

이때부터 신라는 전쟁터에 나갈때는 반달모양의 송편을 만들어 먹으며 승리를 기원하였다고 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루었다는 것이다.

'조율이시(棗栗梨枾)'에 담겨진 심오(深奧) 한 의미

棗(대추나무 조)
栗(밤나무 율)
梨(배나무 이)
枾(감나무 시)

추석명절 茶禮床에 빠지지 않고 오르는 대추(棗), 밤(栗), 배(梨), 감(枾)에는 다음과 같은 심오한(深奧)한 뜻이 있다.

대추(棗): 대추나무는 암수가 한 몸이고, 한 나무에 열매가 엄청나게 많이 열리는데 꽃 하나에 반드시 열매가 맺히고 나서 꽃이 떨어진다.
헛꽃은 절대로 없다.
즉,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반드시 자식을 낳아야 한다는 뜻이다.

대추씨는 통씨여서 절개(節槪)를 뜻하고 순수한 혈통과 자손(後孫)의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이다.
대추는 붉은 색으로 임금님의 용포(龍袍)를 상징하고 씨가 하나이고 열매에 비해 그 씨가 큰 것이 특징이므로 왕을 뜻한다.

왕이나 성현(聖賢)이 될 후손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의미와 죽은 혼백(魂魄)을 왕처럼 귀히 모신다는 자손들의 정성을 담고 있다.

밤(栗): 밤나무는 땅 속에 밤톨이 씨밤(생밤)인 채로 달려 있다가 밤의 열매가 열리고 난 후에 씨밤이 썩는다.
그래서 밤은 자신의 根本을 잊지 말라는 것과 자기와 조상의 영원한 연결을 상징한다.
이런 이유로 밤나무로 된 위패(位牌)를 모신다.

유아(幼兒)가 성장할수록 부모는 밤의 가시처럼 차츰 억세었다가
"이제는 품안에서 나가 살아라"하며 밤송이처럼 쩍 벌려주어 독립된 생활을 시킨다는 것이다.

밤은 한송이에 씨알이 세 톨이니
3정승(政丞), 즉 領議政, 左의정, 右의정을 의미한다.

배(梨): 배는 껍질이 누렇기 때문에 황인종을 뜻하고,
오행(五行)에서 황색은 우주의 중심을 나타낸다.
흙의 성분(土)인 것이다.
이것은 바로 민족의 긍지(矜持)를 나타낸다.

배의 속살이 하얀 것으로  우리의 백의민족에 빗대어 순수함과 밝음을 나타내 제물(祭物)로 쓰인다.

배는 씨가 6개여서 六曹(이조, 호조, 예조, 병조, 형조, 공조)의 판서(判書)를 의미한다.

감(枾): 콩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이 나는 것이 '천지의 이치' 인데  감(枾)만은 그렇지 않다.
감(枾)의 씨앗을 심으면 감나무가 나지 않고, 대신 고욤나무가 나는 것이다.
그래서 3년~5년쯤 지났을 때 기존의 감나무를 잘라서 이 고욤(쌍떡잎식물 감나무모목)
나무에 접을 붙여야 그 다음 해부터 감이 열린다.
'감나무가 상징'하는 것은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다 사람이 아니라 가르치고 배워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가르침을 받고 배우는 데'에는 생가지를 '칼로 째서 접붙일 때' 처럼 아픔이 따른다.
그 아픔을 겪으며 선인(善人)의 예지(叡智)를 받을 때 비로소 하나의 인격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감나무는 아무리 커도 열매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나무를 꺾어 보면 속에 검은 신이 없고,감이 열린 나무는 '검은 신'이 있다.
이것을 두고 부모가 자식을 낳고 키우는데 그 만큼 속이 상하였다 하여 '부모를 생각하여 놓는다' 고 한다.
감(枾)은 씨가 8개여서 8방백(8도 관찰사, 8도감사)를 뜻한다.
8도 관찰사가 후손에 나오라 의미이다.

이와같이 제사상(祭祀床) 또는 차례상(茶禮床)의 主된 과일로 대추, 밤, 배, 감이 오르는 것은

이들이 상서(祥瑞)로움, 희망, 위엄(威嚴), 벼슬을 나타내는 전통적 과일이기 때문이다.

제사나 차례 상을 준비할 때 이 정도 지식을 갖추고 진행한다면 훨씬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조상의 공덕을 기리고 추모하는 것은 자손된 당연한 도리로서
대대손손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전통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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