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복역으로 지하철타러 가는 길에
수지 아파트에서 성복역으로 지하철타러 가는 길에 성복천을 건넌다.
도로 교량을 지나도 되고 데크 무지개다리나 징검다리로 가도 된다.
노오란 금계국과 빨간 장미가 산책로에 활짝 피어있고 키큰 갈대가 바람에 한들거린다. 하얀 개망초가 허드러지게 피어있고 클로버, 샛대 등 이 즈음에는 화초 아닌 잡초가 없다. 키크고 잎이 넓은 뽕나무에는 오디가 까맣게 먹음직스레 익어가고 있어 고향 밭언덕 풍경이 떠오른다.
맑게 흐르는 개울에 송사리떼
바닥 모래알갱이가 다 보이는 맑은 개울에 다리와 목이 길쭉한 왜가리가 성큼성큼 다니고 징검다리 부근 물살이 쎈곳 바로 위쪽에는 송사리떼가 많다. 큰놈, 작은놈 끼리끼리 어울린다. 분주하게 아래위로 움직이고 펄쩍 뛰면서 동심원을 일으키기도 한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의 생명력이 함께 요동치며 움직이고 있는 듯하다. 개울물 흐르는 소리도 징검다리 사이를 지날 때는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흐른다. 풀 줄기와 잎으로 만든 물레방아를 돌리기에 좋다.
새소리에 아침을 맞고
이런 동네의 분위기를 서울시내에 사는 이들에게 이야기하면 딴세상 같은 얘기라고 한다. 이른 아침에 짹짹거리는 새소리와 뻐꾸기 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깨어나고 사색의 길인 아침산책로에는 까치가 폴짝폴짝 뛰면서 길을 안내해 준다. 아파트 바로 뒤쪽의 초등학교, 중학교 운동장으로는 학생들 오기 전에 아파트 주민들의 맨발걷기가 새벽부터 이어진다. 8시경 등교길에 초중학생들이 길을 가득 걸어 올라간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어린이들의 조잘대는 경쾌한 소리, 시간마다 수업을 알리는 알림 음악소리가 내 어릴적의 교정을 연상하게 해준다. 아파트에서 창밖으로 내다보면 파아란 하늘과 흰 구름, 병풍처럼 둘러싸인 뒷산의 푸르른 녹음, 보이고 들리는 것들이 다 부드럽고 편안함을 주고 있다. 비라도 내리는 날에는 어디선가 개구리와 맹꽁이가 울고 이제 곧 여름이 되면 매미가 울 차례가 된다.
아침일찍 운동장에서 맨발걷기 하면서 비닐봉지를 가져가서 쓰레기를 주워 담고 운동장에 있는 돌도 주워낸다. 가끔 교장선생님도 만난다. 교장선생님의 교육에 대한 걱정은 우리와 비슷해 보인다. 젊은 교사걱정, 학생걱정들이다. 학생들 시켜 운동장 돌줍는 것도 안되고 교장이 원예, 자연학습 시키고 싶어도 정해진 시간 외에는 할 수도 없다고 아쉬워 한다.
저녁이 되면 아파트 아주머니들의 걷기운동 집합소가 운동장이다. 10명 이상 끼리끼리 모이면서 동네 사랑방모임이 되고 있다.
살아가는 집, 양택의 중요성
자기 사는 집과 동네가 오래 지내다 보면 편안하다. 어디에 자리잡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게 삶이고 생활이 된다. '양택'이다. 자주 사고팔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사를 다니기도 자주 하기 어렵다. 한번 자리잡는 것이 그래서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대다수는 '형편되는대로' 잡는다. 결국은 그 형편되는대로가 자기 복이고 운세이기는 하다. 우리 조상들은 음택을 잘 잡으려고 많은 노력을 하셨다. 그 덕분에 왕도 나고 제상, 판서, 대제학, 갑부도 났다. 우리도 그 혜택 덕분에 지금의 나로 살아가고 있다. 이 땅과 여기 사는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는데 지금 사람들은 옛분들의 양택, 음택 등의 자리들에 대하여 거의 무시하고 있다. 무시한다고 해서 현상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모르고 그냥 당하기만 할 뿐이다. 이왕이면 지혜롭게 대한다면 살아가는 집의 양택에서 몸과 마음이 더 건강한 상태로 살아가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래저래 참 특이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도시 속의 시골스런 풍경들이다.
성복역으로 가는 길에 장미, 금계국이 피어있고
산수유, 조팝나무꽃이 지난 자리에 하얀 산딸나무꽃이 피어있다.
무지개다리를 건너도 되고
징검다리를 건너도 된다.
왜가리가 성큼성큼 걸어다닌다.
송사리떼가 엄청 많다.
송사리떼의 유희 동영상
아침산책길
만국기가 펄럭이는 중학교 운동장
뒷 베란다에서 보이는 초등학교 운동회
저녁산책에 나온 아주머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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