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가고 또 가도 좋은 남산.

너무 가깝고 가기 쉬워 오히려 잘 가지 않게 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데이트코스로 케이블카 타고 정상을 올라 비탈길로 내려 다녔던 오솔길이 많았던 산인데 지금은 차타고 멀리 드라이브 나서기가 쉬우니 남산은 멀리서 보고 지나는 산 정도이다. 산호회에서도 2년전 가보고 스물네번만에 송년산행으로 가게 되었다.

어느 코스로 나서도 좋지만 여러 곳으로부터 모이기 쉬운 충무로역에서 만나 한옥마을로 들어서는 코스를 택했다.

서울의 아침기온이 영하 10도 가까운 추위에도 17명의 동기생들이 3번째 금요일 송년산행에 씩씩하게 동참했다.

코스: 충무로역 4출구에 모여 한옥마을, 북측순환도로 서쪽으로, 삼순이 계단, 안중근의사 동상, 625개 계단 올라 정상 팔각정까지.
하산길은 동쪽 성곽길 따라 국립극장, 반얀트리호텔, 신라호텔 옆으로 장충동까지 3시간.

정상에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추운 탓에 하늘이 맑고 멀리까지 조망할 수 있게 시계가 좋아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서울시내를 내려다 보며 모두 한마디씩 한다.
평온해 보이는 저 속에서 왜 서로 치고받고 다투고 사나?

이 산은 저 모두를 굽어보고 누가 어떻게 살다 갔는지 수백, 수천년 다 보고 알고 있다. 다만 말을 하지 않을 뿐이다.
오늘 내 일이 가장 심각하고 중요한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또 별일 아니다. 옛분들도 그리 살다 떠나셨다.

가는 한해도 되돌아 보면 금새 꿈속에서의 일처럼 그리 흘러갔다. 나이들면서 그 사는 마음가짐이 집착과 아집에서 벗어나 흐르는 물처럼 자연스럽고 편안해 져야 하는데 아직 그러하지 못하지 않은가 살펴볼 일이다.

어제 누가 물어왔다. '不二門'이 어떤 의미냐고.
나와 나 아닌 것, 둘로 나뉘는 세상이 아니라 통으로 한덩어리의 세상임을 알아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은 했지만 말하는 자신이나 듣는이나 다 자기 수준만큼 알아차리고 그런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니 삶은 지식에 있지 않고 그리 살아가는데 있다 할 것이다.
송년산행에서 회고와 다짐을 함께한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

원조1호 할머니집에서 점심식사

3호선에서  반은 北으로, 반은 南으로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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