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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뚝섬한강시민공원 광장~구리고수부지 왕복 하프코스 21.0975km
겨울비가 이른 아침부터 주룩주룩 내린다. 겨울비 치고는 옷이 흠뻑 젖도록 내리고 아스팔트 바닥은 여기저기 물웅덩이다. 오후 6시까지 내린다는 예보대로 마라톤대회 달리는 내내 끊이지 않는다. 이 빗속에 마라톤이라니 주최측이나 참가하는 사람이나 모두 뭣하는 짓인가 싶다. 일년내내 그 하고 많은 좋은날을 두고 왜 하필 이런날에 우리 동호회 송년대회 일정을 잡았는지 회장으로서 미안하기 그지없다.
지난 12월 10일 개최하기로 된 대회인데 그날 눈비가 내리는 바람에 이날로 연기되었으니 주최측에서는 내년으로 또 연기시킬 수도 없고 강행하지 않을 수 없지 않았나 싶다. 다행히 영하의 기온이 아니라 눈내리는 것보다는 그나마 낫다. 여러 단체에서 송년모임을 겸하고 있어 풀코스, 하프코스, 10km, 5km 등 다양하게 참가한다.
10년선배이신 80세의 공준식선배는 토, 일, 월 3일 연속 풀코스 신청하셨는데 토요일 완주하고 감기기운이 있어 비오는 일요일은 쉬고 월요일 또 뛰신단다. 내년봄이면 풀코스 700회 완주를 달성하실 것같다. 경이적인 기록으로 보이지만 이날 송년대회를 갖는 7~80대 연세의 '칠마회' 30여명의 회원들에게 그 정도는 그냥 보통 수준이다. 75세 한분은 곧 1,000회를 달성하신단다. 이분들의 근력, 심폐기능, 허리근육, 골밀도 등을 의사들이 첵크해보면 20~40대 수준이라 한다. 인체는 많이 쓰면 빨리 낡아지는건지, 아니면 쓸수록 기능이 향상되는 건지 이분들에게서는 정답이 있을 것같지 않다.
평소 달리는 연습없이 마라톤을 뛸 수도 있을까? 이는 마라톤에 대한 모독이라 할 것이지만 시험삼아 그런 시도를 몇번째 해본다. 기본근육 훈련이 어느정도 되어 있으면 가능하지도 않겠나 싶어 10km코스를 두번 시도해 보았는데 성공적이었다. 달리기전 근육강화 크림을 온 다리에 바르고 뛰니 10km는 끝까지 달릴 수 있었고 또 골인 후에 근육회복 크림을 발라주니 다음날 걷기에 아무런 불편이 없었다.
하프코스는 어떨까 똑같이 시도해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반환점까지 10여km는 전혀 불편하지 않았는데 되돌아 오는 길은 1km마다 보이는 거리표시가 점차 더디게 느껴지고 다리가 무거워 진다. 곁에서 동생이 계속 함께 달려주는 덕분에 걷지 않고 달리기는 하는데 속도는 전혀 나지 않는다. 옷과 신발이 흠뻑 젖어 달리지 않으면 춥고 달릴려니 힘든다. 마음은 뻔한데 몸이 이리 짐이되나 싶다. 연습이 잘되었던 예전엔 가뿐했던 다리가 무척 무겁다.
박완서 소설가가 말년에 몸에 대하여 언급했던 말이 생각난다.
"젊었을 때의 내 몸은 나하고 가장 친한 벗이더니, 차차 나이가 들면서 내 몸은
나와 틀어지기 시작했고,
인생 말년의 내 몸은
나의 '가장 무서운 상전'이 되었다."
같은 코스를 달려 식사모임에 온 후배는 오늘 풀코스 신청해서 하프만 뛰었으니 끝까지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한다. 함께 달린 동생은 마라톤을 술마시는데 비유하여 이런 소감을 썼다. 술을 적게 마시면 조금 취하고 많이 마시면 많이 취하는 것처럼 달리기훈련 많이 하면 기록이 좋고 힘이 적게 들고 훈련이 부족하면 기록도 저조하고 힘은 더 든다고.
밤과 낮이 교대로 나타나면서 아쉬움과 함께 한 해가 간다고 하고 새해가 온다고 하지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면 '나'는 그대로이다. 아무리 달렸어도 땅 위에서의 일이고 지구위에서 일어난 일이며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서 일어난 일이다. 다행히도 지나간 세월은 '지금 이 순간'을 남겨두고 갔다. 내가 있는 여기이다. 이 순간은 끝없이 이어지고 새해도 여기서 열려온다. 여기를 살리는 일이 곧 나를 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이왕이면 멋지게.
비에 젖거나 우의속에서 땀에 젖거나 젖기는 매한가지이지만 우의를 입으니 추위는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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