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의 시간은 '크로노스'가 아닌 '카이로스'의 시간?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더 들어감을 누구나 아쉬워 한다. 시간은 과거 현재 미래로 흘러간다는 관점에서 보면 분명히 그렇다. 정유년이 가고 무술년이 온다. 새해가 시작되는가 싶더니 한해가 훌쩍 지난다. 봄에 싹이 돋아 나더니 어느새 낙엽이 떨어져 쓸쓸함을 더한다. 머리가 까맣던 젊은시절이 엊그제인데 흰머리 할아버지가 되고 말았다. 이런 흐름의 안목에서는 무심히 가는 세월이 아쉽고 뭔가 보여잡고 싶어진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로 겨우 위안을 삼는 정도이다.

12월31일 밤이 1월1일로 이어지는데 카이로스(kairos)의 시간은 한 순간도 훌러간 적이 없이 그 자리이다. 여기저기 다른 공간으로부터 타종식에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지만 누구든 이 자리를 떠난 적이 역시 없다. 아니 떠나려 해도 떠나지지 않는 시간이고 자리이다. '當處'라고 했고 '본성자리'라고도 했다. '지금'은 순간인 것 같지만 끝이 없는 영원이고 공간의 한계가 없으니 크다고 작다고도 할 수 없다. 그냥 '無量'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런 詩가 새삼 눈에 띈다.

새해 첫 기적 
(반칠환:1964~ )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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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바위뿐이겠는가?
'나'는 그 시간, 그 자리에 꿈쩍않고 살아 있는데 세월이 지나가고 만물이 일어났다 사라졌다 반복하고 있다. 나는 '動中靜'이다.
그래서 옛날 부대사께서 '橋流水不流'라 하셨나 보다.
사람이 다리위를 지나가는데 다리가 흘러가고 물은 흐르지 않는구나.
靑山은 그대로인데 흰 구름(白雲)이 일어났다 사라졌다 하는구나.

삼라만상 두두물물 모두가 이 法안에 있다. 사람도 그 여러 삼라만상 중의 하나라 그 법에 맞게 살면 편안한데 이를 거스르면 고달파진다. '順天者는 興이요 逆天者는 亡이니라' 했다. 順인지 逆인지 누가 판정해주나? 하늘이 판정해 주는 것도 아니다. 자기가 짓고 자기가 그 과보를 받는 것이다. 어떤 길이 順이고 어떤 길이 逆인지 누가 아는가? 누구나 자기 내면에 깃들어 있는 '성령, 신성, 본성'은 다 안다. ego, 我相이 아닌 本性은 다 안다. 거기에는 善도 惡도 없다. 善과 惡으로 나눠 분별하기 이전의 그 자리는 있는 그대로 하나인 자리이다. 여기를 벗어나 ego가 세운 가치관, 이상향, 인생관에 사명을 두고 사람들마다 자기 나름의 正義의 잣대를 세운다. 혁명가들의 꿈이 특히 그렇다. 그 꿈의 실현에 온몸을 던지고 그 수단들을 다 정의로 본다. 그 이상향을 이루기 위해 어떤 희생을 감수할 정도로 사명감에 빠져있다.

'서유기'에서 삼장법사가 요괴 셋을 데리고 법전을 구하러 나서는 이야기가 나온다.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이 그들이다. 그 요괴들은 능력이 신출귀몰하고 힘이 있다. 삼장법사는 '法'일뿐 힘은 없다. 그 요괴들을 잘 다스려 삼장법사편이 되게 하여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국은 목표를 이루어 낸다. 내 안에도 3가지 요괴들이 있다. '貪, 嗔, 痴'가 그들이다. 그놈들은 엄청 힘이 세다. 나를 평생 그들이 원하는 쪽으로 끌고 다니는 놈들이다.
 
서유기를 통해 오늘의 현 시국에 비유해보자.
'法'이 있지만 그 자체로서는 아무런 힘이 없다. 이를 지키고 이행하는 수호신이 필요하다. 그 수호신이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제멋대로 한다면 法이 아무리 잘 되어 있다 한들 종이조각에 불과할 것이다. 소위 '무법천지'인 사태들을 우리는 여러번 보고 경험해 왔다. 힘이 쎈 놈을 내편으로 하여 이를 지키게 해야 되는데 그 힘쎈 놈이 바로 권력욕, 명예욕, 금전욕 등의 요괴들이다. 이를 잘 다스리면 사회발전, 국가번영의 '國利民福'으로 바람직한 동력이 될 수 있으나 잘못하면 극단적인 개인주의, 富와 권력을 추구하는 쪽으로 흐를 수 있다.
 
새해에는 내안에 있는 요괴들부터 잘 다스려 보자. 소유욕, 명예욕, 금전욕, 식욕, 성욕 등등. 내가 감당 못할 정도로 엄청 힘쎈 놈들이다. 그런데 그놈들이 없으면 인생이 무미건조하다. 한순간도 나를 떠나 있지 않고 함께 있으니 나를 지탱하는 힘이다. 살살 잘 달래고 다스려 내 삶을 멋지게 가꾸어 가야 하지 않겠는가? 나아가 사회의 권력과 돈과 법을 지키는 힘을 가진 요소들을 어떻게 살살 다스려 '지상천국, 淨土'를 건설해 나갈 것인가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보자.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 아닌가?

 

용머리(龍山)에서 본 정유년 해넘이

구불구불 용트림을 시작하려는 듯

둥근달도 떠있다

병사들을 위한 공연도 하고

염주만들기

내가 만든 단주

교구장 혜자스님의 안심법문

저멀리 잠실 롯데타워의 불꽃놀이가 한참 진행중이다

제야의 종 타종식 후 떡국공양

초하루날 점심은 해마다 일산 고봉산 영천사에서.
35년 전, 1983년 대대장을 했던 백마부대 근무시 처음으로 다니기 시작한 사찰로서 당시 스님이 아직 계신다

해맞이 방문객을 위해 500여명분의 떡국을 끓여 봉사한다

저녁은 누님 자형 인사드리고 엄마맛이 이어진 누님떡국으로

1월2일 아침에 국립현충원 참배

머리가 허연 동기생들

전후임 동기회장단 인계인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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