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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차례

이런 집도 있고 저런 집도 있다. 예전에는 집안마다 거의 이런 문화가 있었는데 시대적 여건에 맞게 대폭 변화되었다. 우리는 아직 여건이 되어 전통방식대로 추석차례를 모시고 오후에 먼 고향으로 가서 다음날 고향선산 묘소에 성묘를 하고 온다.

추석과 설날의 차례와 부모님의 기제사에 형제자매와 손주들이 참례하는데 이런 기회가 아니고 모임을 주선하려면 서로 개인별 사정이 달라 다 모이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사촌, 고종사촌, 외사촌, 이종사촌 등 우리 자녀세대들이 한자리에 모이기는 거의 어렵다. 1년에 4번의 차례, 제사 기회야말로 그래도 쉽게 가족모임이 이루어지는 시간이다. 우리 집에서 준비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집사람이 거의 혼자서 다 챙기고 있으니 모두들 부담없이 모이게 된다.

밥상머리 교육

집안마다 예전과 같은 '밥상머리' 교육이 없는 여건에서 이를 대체할 기회가 바로 이런 가족모임이 된다. 식구들이 둘러앉아 식사하면서 자연스럽게 어른들의 전통이 후대로 스며드는 그런 생활방식이 거의 사라졌으니 일부러 기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가 적절하지 않나 싶다. 어른들 형제자매간에 지내는 모습 자체가 교육이 된다. 그리고 한글축문을 통해 조상과 젊은 후대에 하고싶은 이야기를 다 한다. 형제자매와 손주들이 지난번 모임이후 변화된 사항을 나열하여 조상께 고하고 우리가 살아나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다짐하는 내용을 담는다. 보고 듣고 느끼는 여러 방식으로 조상의 얼이 후세로 이어지게 해본다.

전통과 문화는 지금 누군가가 실천하고 있어야 한다. 책에 적혀있는 것으로나 지식으로만 이어져 내려가기 어렵다. 생활 속에 녹아들어 삶의 한 부분이 되어 많은 사람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면 이 시대의 문화이고 전통이 되는 것이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대한민국 고유의 역사 문화 전통은 그렇게 형성되고 이어진다.

차례모시기

차례 후 아파트 앞에서

음복과 식사

고향가는 고속도로
귀경길은 정체되는데 우리 앞길은 훤하다.

해가 지고 보름달이 뜬다.

저녁 늦게 고향집에 도착하니 마당에 태풍으로 떨어진 감이 주인을 반긴다.

보름달은 개비리 앞산 위로 두둥실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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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해년 추석 차례 한글축문>


歲次 己亥年 八月 己亥朔 十五日 癸丑 孝子 ㅇㅇ 敢召告于

무덥던 여름이 지나고 서늘한 산들바람과 함께 또 하나의 새로운 가을을 만나는 결실의 계절입니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더운 여름날을 거치며 정성껏 가꾸어온 한해 동안의 결실을 조상님께 펼쳐 보이는 자리가 한가위입니다. 소중한 한해의 기간 중에 각자가 얼마나 바르게 살아왔는지,최선을 다했는지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자리가 됩니다.
 
여기 추석차례에 참례한 형제자매 일가권속을 비롯한 누구라도 다 어느 부모님의 자식으로 태어났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선택한게 아니라 자식이 그 수준에 따라 그에 맞는 부모님을 선택하여 태어난다고 합니다. 그래서 형제자매는 누구보다 수준이 맞는 관계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태어난 소중한 사이라서 잘 화합한 가운데 상부상조하며 살아가는 게 하늘의 뜻이요 당연한 천륜이라 하겠습니다. 가진 것이 풍부하지는 않아도 저희는 서로 마음을 나누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세상은 한가지로 있는 그대로이지만 어떤 이는 그 조화와 아름다움을 보면서 감사하게 살아가고 또 어떤 이는 그와는 다르게 불편하게 살아가기도 합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새로운 날이 밝고 만물이 생명으로 성장해가는 자체가 고마운 일이고 그 가운데 내가 이런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 평온한 일상만으로도 더 이상 고마울 데가 없는 그런 마음으로 살아가고자 하옵니다.
 
기해년 추석을 맞아 저희들의 살아가는 일상을 이렇게 부모님 전에 고해 올립니다. 여기에 참례했거나 이런저런 분주함으로 여기에 함께하지 못한 자녀 손주와 후손들을 부모님께서 일일이 돌보시어 움직이는 발길마다 언제나 안전 평온하고 그들이 하는 일과 손길에는 근면함과 사랑이 넘쳐나 보람된 마음으로 살아가게 하소서.
 
조촐한 음식을 정갈하게 올리오니 흠향하시오소서.
 
기해년 음력 8월 보름 추석에 부모님과 조상님께 후손들이 간절히 고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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