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화) 오후, 렉스필드cc에서 4팀

2000년 초부터 20년 넘게 이어져 오는 고대ICP 8기 엔젤 9월 월례회 모임이다.

태풍 하이선북상으로 전날은 비바람이 거세게 몰아쳤다. 전날 저녁의 일기예보에도 당일 정오까지는 비가 내릴거라 하여 운동 가능여부가 불투명하고 혹시 오후에는 가능하더라도 질퍽한 잔디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웬걸, 아침부터 하늘이 무척 푸르고 새하얀 구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오히려 따가운 햇살과 내려쬐는 자외선을 걱정할 정도가 된다. 주선하는 회장, 총무의 마음이 무척이나 홀가분할 듯싶다.

올해로 우리가 만난지 20년이 된다. 지나고 보니 세상만사가 다 그렇듯이 우리 70여명의 원우들 중에도 그 동안에 세상 변화만큼의 우여곡절과 변화들이 있어왔다. 2000년도 그때는 벤쳐 붐이 일었던 시절이었고 저축은행들도 성황을 이루었다. 이후 국내외적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기업의 부침이 심했고 그 영향이 우리 원우들에게도 크게 미쳤다. 그런 가운데서도 몆몇 원우들의 선견지명과 열정으로 엔젤투자클럽 조성과 이후의 엔젤모임 유지발전이 이루어진 결과 20년을 넘기도록 오늘과 같은 월례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지금의 싯점에서 원우들을 만나보면 매번 만나는 분들은 지난 세월의 수많은 변화 속에서도 '動中靜'의 한결같은 분들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전에는 서로 뽐내기를 했던 적도 있었지만 이제는 모두가 익어졌다. 아니 어쩌면 익은 분들만 남아계신지도 모르겠다. 사업적이나 건강적으로는 물론이고 무엇보다 마음의 요동이나 모서리가 없는 분들이다. 공자께서 인생 60을 耳順이라 했고 70을 從心所欲不踰矩라 하여 마음가는대로 행하여도 흠이 되지 않을 정도의 경지라 했는데 지금 시대는 60은 청춘이요 80이라도 겨우 노인 축에 들 정도로 달라지기는 했어도 어쨌건 우리 원우들은 모두 耳順과 '從心不矩'의 경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 오래 익어서 서로 편안하다.

이제 거의가 다 내려놓은 상태에서 되돌아 보면 지난날의 화려했던 경력들이 오늘의 뒷받침이 되기는 했지만 그것들이 지금 여기 나를 움직이는데에는 아무런 작용도 하지 못한다. 지금은 나의 두 발로 걷고 손과 팔로 휘두르고 마음을 먹고 쓰고 하는 것이 유용하다. 이전에 내가 100km마라톤을 완주했다거나 어떤 직급, 직책이었다거나 하는 것들은 족보책이나 비석의 비문에 들어갈 내용일 수는 있어도 지금 내가 살아가는데 직접적으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보다는 지금 push-up이나 걷기 등으로 신체를 단련하고 마음을 닦는 수련을 하여 건전한 심신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긴요하다. 실손보험, 치매보험 등을 잘 준비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권유도 많지만 바람직하기는 그런 상태가 되지 않게 자기관리를 하는 것이 우선 아닐까? 언젠가 떠날때가 온다면 미리 알고 채비를 갖추어 ''나 이제 간다''하고 떠나는 그런 상태가 된다면 얼마나 편안할까?

우리세대에서 어려운 여건에서도 땀흘리며 정성을 다한 결과 개인적으로나 사회적, 국가적으로 이룬 성취에 대하여 우리는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 대한 자부심이다. 우리자신 뿐만 아니라 세계인이 인정하고 있다. 플랫폼과 하드웨어는 잘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근래 수년 사이에 그 위의 software가 잘못 깔려 작동되고 있어 무척 우려스럽다. 나이든 어른들이야 남은 세월이 그리 길지 않아 어떻게든 견뎌내겠지만 뭔지 모르고 태어나 자라고 있는 손주세대들이 걱정스러워 이대로 가게 둘 수가 없다. 우리 세대에서 이만큼 이루어 놓은 나라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이다. 대한민국의 국운이 살아 있다면 이겨나갈 것이고 이를 위해 애국국민들의 기도와 정성이 더 모여져야 하지 않겠나 싶다.

무덥던 여름도 계절 변화를 이기지 못하고 아무리 거센 태풍도 그 생명이 며칠을 넘기지 못하듯 돈이나 권력도 다 항상 그렇지는 않은 법이다. 한자락 가을바람에 실려오는 가을처럼 본래청정한 대한민국의 모습이 되살아 나기를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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