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친목모임이지만 여행 주선하는 입장에서는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챙기는 것은 거의 똑같다. 

번거롭고 부담스럽게 여겨지는 일들이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여행사 운영자는 이런 꺼리 생기는게 즐거울 것이고 친목을 도모하려는 입장이 되면 역시 이런 기회를 기다리지 않겠나 싶다. 단지 모임의 봉사를 하는 입장에서는 가급적 부담되는 꺼리를 안하려 하겠지만 그것도 '달인'이 되면 전혀 달라진다. '만번의 법칙'이 있다는데 어떤 일이나 수없이 반복하여 능숙해지면 쉽다. 

활성화된 모임이나 잘 짜여진 계획에 내가 수저만 가지고 쏙 들어가면 좋겠다고 다 바라지만 누군가는 그 주선하는 쪽이 있다. 한쪽은 즐거움이고 다른 쪽은 보람이다. 사랑은 받는 쪽보다 주는 쪽이 훨씬 행복하다. 남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방식이다. 곳곳에 이런 꺼리는 지금 이 시간에도 수도없이 널려 있다. 단지 이를 보는 안목 하나만 바꾸면 되니 손바닥 뒤집기만큼 쉽다.

또 '역마살' 있는 이에게는 이사가는 일도 부담스러운게 아니라 기다려지듯이 그런 것같다. 어느 편에 서느냐에 따라서도 같은 일이 즐겁기도 또 부담이 되기도 할 것이지만 새로이 일어나는 일에 맘설레고 호기심 갖는게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이 되기도 한다. 샤뮤엘 울먼의 '청춘'이라는 詩에도 이에 대해 언급되어 있다.

내가 주선하는 일에는 내가 최선을 다하면 되지만 그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여러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요소들의 작용과 도움이 되따라야 한다. 그런 면에서는 '謀事在人 成事在天' 또한 여기에도 다르지 않다. 

그래서 날씨가 큰 부조라고 했다. 어찌 날씨 뿐일까? 내가 한발자국 걷는 것에도 세상과 우주가 다 동원된 결과이고 눈길 보내는 곳마다 우주가 펼쳐지며 숨쉬는 공기, 마시는 물, 먹는 음식, 다니는 길, 잠자는 곳, 어느 하나 온 우주가 관여되지 않은게 없으니 말이다. 쌀한톨도 논에서 물과 우주에서 온 햇볕, 농부의 손길, 비료, 농기구, 유통과정 등 온 우주가 동원되었고 입는 옷, 신는 신발, 사는 집 등 어떤 것도 緣起map을 그려보면 다 우주에서 온 것들이다. 아침, 점심, 저녁 먹는 음식으로 내 몸이 유지되고 있으니 나는 나 아닌 것으로 되어 있어 내것이라고 고집할 것도 없다 하겠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지속된 찌는 듯한 무더위가 입추가 지나도 기세가 꺾이지 않더니 동해안으로 가는 첫날 강원도 산악과 동해안에 큰비가 온다는 예보를 한다. 아침에 서울에서 일행이 만나 출발하면서도 걱정스럽다. 
''비오면 주변 관광하면 되지 뭐.''
한 회원이 안심하게 해준다.

영동고속도로 태백산맥에 가까워질수록 하늘 구름이 짙어지더니 산악지방 들어서니 드디어 비가 쏟아진다. 더위 식혀주는 정도의 조용한 비가 아니라 거친 장대비다. 이 빗속에 야외활동 엄두도 내지 말라는 그런 여름비다. 그래도 그리 걱정스럽지는 않다.
'구름이 태백산맥에 걸린 탓일거야. 동해안은 12시 지나면 오후날씨는 비가 없다고 했으니까...'
대관령 넘어 내려가기 시작하는데 동쪽하늘 구름이 옅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면 그렇지!'
먼저 도착한 선배회원은 취소여부를 망설였다 하시는데 우리 일행이 도착한 12시경에는 거짓말같이 날씨가 좋아지고 전날까지의 무더위까지 비에 씻겨가 서늘한 바람이 이른 가을을 연상하게 하는 환상적인 풍광을 제공해 준다.

여행을 해보면 함께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조금 더 알게 된다고 했는데 이번에 동참하신 9명의 회원과 가족들은 그 친근감이 오래전부터 이어져온 듯 편안함을 준다. 서로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이 느껴져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친구나 이웃이나 사회 곳곳이 바로 이런 분위기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싶다. 아마 우리 사회나 국가의 의식수준이 한단계 upgrade되는 정신적 선진국이 되지 않겠나 싶다.

●군출신 향우 10명 동해안 하계수련회
-8.16 08:40 양재만남의광장휴게소 미팅
08:50~12:00 영동고속도로 횡성휴게소 휴식 후 동해해군체력단련장 이동
18:30 오후 운동 후 묵호항 부흥횟집
(모듬회 대구탕 등 10명 24만원)
21:00경 정동진모텔 4실 숙박
('여기어때'앱으로 예약. 5만원 4실, 20만원)
-8.17 05:00 정동진 일출장관
05:50~06:30 강릉공군체력단련장 이동
13:00 강릉 초당마을 차현희순두부 점심
(사전예약 없이 선착순 입장이라 한 사모님이 미리 번호표 받아 1시간여 대기)
15:00~18:00 시엄시엄 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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