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8.19(일) 08:30~15:30
●코스; 동기생 6명이 4호선 반월역에서 만나 ~ 반월천 ~ 본오들판 ~ 안산 갈대습지공원 ~ 안산 호수공원 ~ 시화호 호안 자전거길 ~ 오이도역까지 (47km)

'벼익는 내음'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벼 패는 내음'

그런 내음이 있기나 할까 짐작조차 하는 이들이 거의 없겠지만 이 즈음 들판에 가면 있다. 자전거로 들판에 진입하는 순간 코끝에 전해져 오는 60여년 전의 내음이 당시 풍경과 함께 순식간에 overlap된다. 내가 불러오지도 않았는데 어딘가에서 순간적으로 튀어나왔다.
''어 이게 무슨 내음이지?''

갈매골의 골짝논, 비교적 넓은 귀안뜰의 논. 초벌, 두벌논매기 하고 나면 여름 뙤약볕에 벼가 패기 시작한다. 지게지고 논매고 일하는게 모두 힘들어 그게 어떤 내음인지 생각없이 그냥 스쳐 지나다녔을 뿐인데 나도 모르게 어디에 입력되어 있었던지 오랜 세월 지나 그 내음이 느껴지는 순간 그 어디에 숨어있던 느낌이 되살아난 것이다. 참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디 그런 내음 뿐이겠는가? 내가 의식하거나 않거나 나를 스쳐간 모든 '경계'가 하나도 빠짐없이 어딘가에는 저장되게 되나보다. 외부적 '경계'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내 스스로 일으켰던 남이 모르는 내마음까지도 다 저장되었다가 어떤 상황이 되면 나타나게 되는 것같다.

이런 상황을 영화 '신과 함께'에서 여러가지로 묘사한 장면들이 나온다. 死後의 평가를 받는 과정들이 진지하면서도 약간은 코믹하게 묘사되는데 지나간 그때 했던 일들에 대한 평가가 어떤 속마음을 가지고 행했는지 까지 하나도 그냥 무사통과되지 않는 것을 보았다. 사실여부를 떠나 틀림없는 사실은 내 마음을 어떻게 가지고 어떻게 쓰느냐가 바로 지금과 앞날의 내 삶이 된다는 것이다.

전날 저녁에 자전거를 챙기다 보니 앞타이어 바람이 빠져 푹 주저앉아 있다. 이 밤중에 튜브를 떼울 수도 없고 이리저리 궁리해도 대책이 서지 않는다. 날씨도 덥고 목소리도 며칠째 잘 나오지 않는데 못간다 해버릴까 싶은데 가족까지 나서서 점심 뒷풀이 모임에만 가면되지 억지로 어떻게 하느냐고 힘을 실어준다.

 '아니야, 그래도 길이 있을꺼야.'
자전거대여 검색을 해보니 있다. 아니 많다. 수원시에서 운영하는 mobike가 있다. 앱을 다운받으니 수원역 부근에 여러대가 서있다. 지하철로 수원역 가서 mobike 가지고 수원역 금정역 반월역 1시간 정도면 갈 수 있다.

기어도 없는 자전거로 MTB를 따르려니 무척 함들다. 오르막은 아예 끌고 간다. 펑퍼짐한 의자가 무척 불편하여 이리저리 주리를 틀면서 대열과 함께 이동한다. 중간에 동료가 자전거를 바꿔 품앗이를 해주는 바람에 한결 수월해졌다.

새로운 코스연구와 답사를 통해 동료들을 안내해주는 특이한 친구 덕분에 언제나 색다른 길과 풍광을 즐길 수 있다. 3명이 함께하면 거기 반드시 스승이 있다고 했는데 6명의 동료가 있었으니 적어도 2명 이상의 스승과 대열에서 함께했던 시간이었다. 따가운 뙤약볕에 장딴지가 익을 정도로 뜨거웠어도 한여름 들판과 여러 공원과 바닷길을 따른 라이딩은 넓고 푸른 하늘과 함께 호연지기를 키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역주변 어디라도 빨간자전거가 있다. 앱지도에 가까운 자전거 위치가 표시되어 있다. 스마트폰 앱을 자전거 QR코드에 갖다대면 자물쇄가 열린다.
사용료: 30분당 300원

출발전 반월역에서 코스설명

오이도등대

길없는 길도 지나야 한다

오이도 해변에서 바지락칼국수 점심

지하철에 싣고 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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