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9월 추석연휴(14~18일)
예전의 고향에서는 집안마다 명절쇠는 풍습이 거의 비슷하여 그것을 당연한 일로 여겼다. 그런데 산업화 이후 도시생활이 위주가 되면서부터 명절때마다 객지에 나갔던 직장인들이 고향을 찾아 귀성전쟁이 일어날 정도가 되고 자연스럽게 편의성 위주로 명절풍습이 바뀌어졌다.
실천하고 있어야 전통이다
'관혼상제'의 풍습 중에서 '관혼상'례는 거의 다 현대식으로 바뀌거나 일부는 사라졌고 마지막 제례 중에 제사, 차례와 묘사가 소수의 집안에서 계속 이어가고 있어 보인다. 제사도 원래는 100년 선조까지 부모, 祖, 曾祖, 高祖, 4대를 모셔왔는데 이제는 부모님 제사 챙기기에도 버거워하는 추세이다. 누군가 실천하고 있어야 전통이라 할 수 있지 예전에는 그렇게 했다고 한다면 박물관 전시품이나 다를바 없지 않겠나 싶다.
고맙게도 우리집은 집사람이 30여년 전부터 제사, 차례를 준비하고 모시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마침 형제자매가 가까이 살고 있어 모일 여건도 된다. 명절과 부모님 제사때마다 10여명이 언제든 모이고 있다.
사촌, 6촌간 만남의 기회
무엇보다 이런기회가 아니고서는 사촌, 고종사촌, 외사촌 등이 서로 만날 기회가 없는데 교류의 장이 펼쳐져서 좋다. 이번에는 누님네 카이스트 3학년생인 손자가 왔다. 동두천 Camp Casey에서 카튜사로 근무하고 제대, 복학한 수재다. 컴퓨터공학 전공인데 앞날이 창창하고 뭐든지 할 수 있는 능력과 여건이 되는 청년이다. 그의 사촌은 올해 워싱턴주립대로 유학을 갔다. 사촌, 6촌들간에 서로 미래의 방향설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
추석전에 고향방문
올해 추석연휴는 앞쪽으로 여러날이 휴일이라 추석이전에 고향을 다녀오는게 어떠냐는 둘째아들의 의견에 큰아들도 시간이 가능하겠다 하여 일, 월요일 이틀간 다녀왔다. 승용차로 대구까지 5시간 걸렸지만 젊은 아들이 운전해가니 편안하다. 두 처제네 식구들과 14명이나 모였다. 예전 장인장모님 계실때는 집에 가서 큰절을 올리고 식사를 했는데 이제는 식당에 곧바로 모인다. 서너명 빠지고 다 모인 셈이다. 대가족이다.
고향 선산 합제단 참배
사양리 마을회관 앞에 차를 세우고 산길을 오른다. 여름동안 풀이 자라 오르는 비탈길이 불편하다. 칡넝쿨이 길쪽으로 많이 자라 있다. 동네사람들이 벌초 아니면 산에 갈 일이 거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손녀는 매번 잘 따라 나선다. 인근마을 후배에게 부탁하여 미리 벌초를 해두어 묘역이 말끔하다. 멧돼지 가족들이 왔다갔다 한 상처의 흔적들이 보인다.
250년전의 7대조로부터 부모님까지 24분의 선조를 모신 합제단에 먼저 참배하고 외할머니, 부모님, 형님산소까지 참배했다. 누님께서 며칠전 꿈에 어머니를 보았다고 모든 제물비용과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단술(식혜)까지 올해는 올려드렸다.
고향집에서의 하룻밤
참 귀한 시간이다. 비워두었던 집을 이장형님이 마당잡초를 자르고 집안밖 화장실까지 깨끗하게 청소를 해 두셨다. 장마기간 비워둔 방이 눅눅해져 전기패널 난방까지 켜놓으셨다. 수년전에 두방 모두 에어컨을 설치해두고 이전의 추석까지는 별로 덥지 않아 제대로 활용을 못했더니 이번에 그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태어나고 자랐던 그 방에서 70여년 전의 어린시절 둥그런 밥상에 모두가 둘러앉아 식사를 했던 그때를 회상하며 아들, 손주와 옛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식사를 하는 귀한 시간이다.
마당에 옛날 모깃불대신 장작불을 피우고 구름사이 대나무 끝에 올라오는 '곧보름달'을 보며 각자 소원을 빌도록 했다. 예전에는 시계가 없어 시간을 카운트할 수 없고 달과 별자리를 보고 대충 짐작했다. 여기는 TV나 라디오도 나오지 않아 밤이 이슥하도록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릴때 올려다 보았던 그 천정의 대들보와 서까레들을 보면서 고향의 꿈속으로 들었다. 이런 집과 방이 보존되어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돈으로 살 수 없는 큰 행복이다.
5만년전 운석충돌구 초계분지
유네스코세계유산 옥전고분군
아침에 집을 나서서 대구로 가는 길에 최근에 이슈화된 운석이 지구로 떨어져 형성된 분지로 확인된 초계분지와
유네스코세계유산으로 작년 9월 등재된 가야시대 옥전고분군을 돌아보았다.
박물관은 월요일이라 내부는 휴관이고 뒷쪽 산중턱에 위치한 옥전고분군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 역사속의 삼국시대라고 하는 표현은 4국시대로 해야 맞지 않겠나 싶다.
팔공산도림사 추모공원 참배
근래 꿈에 별세하신 장인장모님의 모습이 보이고 하여 이번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참배를 해야겠다고 하여 도림사 추모공원을 참배했다. 음식이나 음료수도 반입이 되지 않아 묵념을 올리는 참배로 했다. 대명동과 앞산 아파트에 가서 함께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 그 시절을 회고하고 자녀, 손주들의 든든한 뒷받침이 되어주신데에 감사드렸다.
저녁에 수지 성복동 집에 도착하여 차례음식을 밤늦게까지 준비했다.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무척 번거로운 일들인데 아직은 계속할 여건이 되니 고마울 따름이다.
추석날 차례
11시 차례시간에 맞춰 모두가 도착했다. 아파트관리 아저씨가 매번 우리가족 모임을 보고 놀라워하고 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몇집에서 차례, 제사를 모시는걸 봤는데 이제는 우리집만 남았다고 한다.
누님네 정년퇴직한 큰딸이 친정제사가 없어 함께왔고 3째아들이 두 자녀와 함께 부모님을 모시고 왔다. 남동생네, 여동생네와 함께 오랜만에 제군이 15명이나 되었다.
명절차례에는 단잔에 독축도 하지 않는게 관례인데 우리방식으로 자녀에게도 잔을 올리는 기회를 갖도록 3잔을 올리고 축문도 한글로 부모님과 조상께 지금의 세상사를 알려드리며 자손들의 근황과 앞으로의 다짐까지 고해올리는 내용으로 요약하여 낭독한다.
세번의 큰 시대적 변화
농경시대에는 지역생환권이 세상의 전부였고 그러한 방식의 삶이 아마 수천년동안 이어왔지 않았나 싶다.
시대적으로 세번의 큰 변화가 일어났다.
첫번째는 일제시대로서 시골 곳곳에 학교가 세워져 서당이 아닌 교과서로 공부를 하는 시대가 열렸고,
두번째는
5.16이후에 국가재건운동으로 농촌에는 새마을운동이 시작되어 초가지붕이 슬레이트로 바뀌어 볏짚의 용도가 달라졌고 불때던 아궁이 대신 구공탄이 보급되어 산에서 땔감나무를 잘라오지 않아도 되었으며 마을길이 지게만 지나다니던 길에서 길옆 집집마다 담벼락을 양보하여 리어카가 다닐 길로 넓혔고 식량증진으로 통일벼품종이 보급되어 한이삭에 100~200개 낱알이 열리던 재래종에서 200~300개로 늘어나 쌀밥을 먹을 수 있게 되는 등의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세번째는 1960년대 후반의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농촌의 젊은이들이 도시의 직장으로 대거 이동했다. 모교 초등학교 한학년이 100여명이었다가 수십명으로 갑자기 줄어들었고 올해는 입학생이 한명도 없었다.
고향과 고향집이 있어 고맙다
서울에서 멀기는 해도 이런 고향과 고향집이 아직 그대로 있는 우리는 이 시대의 얼마되지 않는 귀한 사례로 보인다. 대여섯시간 걸리는 먼길이 힘들기는 해도 그 자체가 나들이이고 명절분위기를 체감하는 기회이며 고향집 안방에서 아들 손주와 함께 깔깔거리는 시간은 누구나 바라면서도 갖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형제자매와 자녀 손주들이 모이고 만날 수 있어서 좋다. 올해의 추석연휴도 아름다운 시간여행으로 이렇게 그려내었다.
대구까지 5시간 걸려 도착하여 두 처제네 식구들과 14명이 함께 점심식사
이종사촌들끼리 오손도손
14명이나 되네
더위를 피해 오후늦게 고향 선산으로
칡넝쿨이 길에 가득
벌초가 깔끔하게 되어 있네.
250년전 선조로부터 부모님까지 7대/24위를 모신 합제단
마지막으로 형님묘소까지 참배
하산 비탈길 조심조심
고향집에 저녁에 도착
구름사이로 달이 간다.
안방에서 저녁식사
마당에 모깃불대신 캠파이어
어릴때 올려다 보았던 그 천정의 대들보, 서까레들을 보면서 꿈속으로
집을 나서면서
초계 적중인대가 5만년전 운석이 충돌하여 생긴 분지라고 한다.
가야유적이 발굴된 옥전고분군
2023년 9월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잘 익은 대추가 많이 떨어져 있다.
팔공산도림사 추모공원 참배
대구에서 출발하여 5시간여만에 수지 성복동 집에 도착하여 차례음식 준비
추석 차례모시기
<차례, 제사 순서>
1. 設位: 진설 확인 후 제자리 서기
2. 就神位: 촛불 켜고 지방 붙이기
3. 焚香 降神: 분향 후 술잔에 술을 조금씩 세 번 나누어 붓기
4. 參神: 재배하기
5. 초헌, 젓가락을 올리고
6. 讀祝
7. 아헌
8. 종헌
9. 啓飯揷匙: 메그릇 뚜껑 열어 놓고 수저꽂기(초헌때 올리기도 한다)
10. 첨작:
11. 합문(부복): 흠향시간 (유식)
12. 개문: 제자리로
13. 헌다: 냉수를 국그릇과 바꾸고 메를 세 번 떠서 말아놓기
14. 철시복반: 수저 거두고 메그릇 뚜껑닫기
15. 사신: 재배 후 촛불과 향불 끄고 분축
16. 철상
17. 음복
<독축>
<2024 甲辰年 추석 차례 한글축문>
維
歲次 甲辰 八月 庚午朔 十五日 甲申 孝子 ㅇㅇ 敢召告于
무척이나 무더웠던 올해의 여름이 가을절기가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기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추석명절은 어김없이 돌아와 긴 연휴를 맞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사랑하는 자녀 손주, 증손이 한자리에 모여 부모님과 조상의 음덕을 기리며 화목을 도모하는 자리를 갖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추석 전에 고향을 찾아 부모님과 조상산소를 참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50여년전의 선대 조상으로부터 모두가 오늘의 저희들이 있게 된 바탕이 되어 주셨고 바르게 세상을 살아가도록 하는 힘이 되어주셨습니다. 누님이 후원해주신 제물에 올해는 어머님이 좋아하시던 식혜도 올렸습니다.
그리고 부모님께서 저희들을 키우신 터전인 고향집에 가서 마당에 예전의 모깃불대신 모닥불을 피우고 큰방에서 자녀, 손주와 오순도순 옛날이야기 나누며 어릴 때 올려다보았던 천정의 대들보와 서까래들을 보면서 옛날을 회상했습니다. 조상들의 내리사랑이 저희들을 통해 자녀, 손주들에게 좋은 전통으로 이어져 가게 주춧돌이 되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해마다 여름은 올해가 가장 덥다고 했고 사람들은 세상살이에 경기가 좋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지금 우리나라만큼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살기 좋다고 하는 나라는 많지 않습니다, 부모님세대는 어려운 생활을 하셨지만 지금은 일본보다도 잘사는 나라가 되어 있습니다. 세계인들이 부러워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가족은 여러 어려움들이 비교적 적게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하늘의 도우심과 조상님의 음덕 덕분으로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명절의 풍습이 많이 변해도 저희들은 이처럼 건강하고 화목하게 동참하면서 이 시대에 드물게 조상님들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덕분에 가족들이 함께 만나는 기회가 되고 자녀 손주들 가정교육의 좋은 토대가 되기도 합니다. 글로벌시대에 부합되게 자녀 손주 외손주 자손들이 이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디를 가서 어떤 위치에 있거나 그 능력을 발휘하고 소임을 다하여 세상에 유익한 역할을 해 나가도록 열심히 뛰고 있습니다.
오늘 갑진년 추석을 맞아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 뙤약볕에 땀 흘리며 이룬 실적으로 가을의 결실을 부모님과 조상님께 정성으로 올리오니 흠향하시고 오늘 이 자리에 참석했거나 사정상 함께하지 못한 자녀 손주들까지 잊지 말고 챙기시어 큰 사랑을 베풀어 주소서.
갑진년 추석에 부모님과 조상님께 후손들이 간절히 고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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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2,3세대가 어른들께 인사드리고 용돈
점심식사
모두 출발
8월 보름달
[단기4357년 陰 8월15일 秋夕]
“오늘은 한가윗날/
헤어져 그리운 얼굴들 곁으로/
가을처럼 곱게 다가서고 싶다”
-문정희 ‘추석달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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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17일은 추석(한가위, 중추절), 설 단오와 함께 우리나라 3대명절,
한가위='한'은 '크다' '가위'는 '가운데' 8월 한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뜻, 추수기를 맞아 풍년 축하하고, 조상은덕 기리며 제사지내고, 이웃과 더불어 따뜻한 마음 나눔,
"1년 열두달 365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중국은 만월 상징하는 둥그런 월병 만드는데,
우리는 반달형 송편(반달은 발전을 의미),
한문으로 '가배(嘉俳)'는 신라 길쌈놀이 '가배'에서 유래,
유리왕때 한가위 한달전 여자들이 궁궐에 모여 두편으로 나누어 한달동안 베를 짜고 한가윗날 그동안 짠 베의 양 견주어 진 편이 이긴 편에게 잔치와 춤을 베푼 것을 '가배'라 했고 이 말이 '가위'로 바뀜
* 추석놀이=강강수월래 소싸움 길쌈 씨름 달맞이 줄다리기 밭고랑 기기 올게심니 반보기 원놀이,
올게심니=추석 전후 잘 익은 벼 수수 조 등 곡식 이삭을 한 줌 묶어 기둥이나 대문위에 걸어둠,
반보기=추석 지난 다음 서로 만나고 싶은 사람들끼리 날짜와 장소 미리 정해 만남,
원놀이=공부 많이 하고 재치 있는 학동을 원님으로 정하고 나머지 학동들은 백성이 되어 원님께 소장 내어 그 판결을 받는 놀이, 오늘날의 모의재판과 비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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