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지나간 일이니까 여러 일어난 사례들의 하나로 쉽게 얘기할 수 있어 편안하다.

시내 주행 중에 내차가 앞차를 추돌하거나 뒷차로부터 추돌당한 경우는 수차례 있었지만 고속도로상에서는 처음이다.

일요일인 7일 오전에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 양재IC부근에서 뒷차에 추돌당하여 사고처리 후 그날은 그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왔는데 지나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찔하고 그만하기 정말 다행이었구나 싶다. 고속도로 사고로 누구는 어땠고 또 누구는 어땠다는 이야기들을 듣고 보니 더욱 그렇다.

일요일 오전에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은 대체로 한산하여 시속 110km 속도제한 도로에 보통 100km 이상으로 달린다. 매주 일요일마다 수원에서 경부고속도 타고 용산으로 가는데 언제나 현대자동차본사가 있는 양재IC 부근부터는 약간씩 밀려 거기서부터는 서행구간이 되고 있다.

이날도 달래네고개를 넘어 100km/h 속도로 달리다가 역시 그 구간에서 갑자기 앞차들이 멈춘다. 1차선에서 앞차따라 내차까지는 겨우 멈추었는데 뒷차는 반응이 늦었나 보다. 서있는 내차의 후면을 '꽝'소리가 나도록 뒷차가 들이받는다. 순식간에 당한 일이라 얼떨떨하게 정신이 멍멍하다. 멈추고 보니 갑자기 세상이 조용해진 분위기이다. 한동안 앉아 정신을 차리고 백미러로 보이는 뒷차 사진을 찍고 주변 위치 사진도 찍었다. 좌측 버스전용차선의 상태를 살핀 뒤 문을 열고 나간다. '터미네이터'처럼 유유히. 뒷차를 보니 5m 쯤 떨어져 고급 BMW차가 앞이 찌그러진 채 서있다. 아마 내차가 앞쪽으로 튕겨나갔나 보다. 체구가 좋은 젊은이가 내려 '죄송합니다' 인사를 해온다. 오른쪽 갓길로 이동하자고 하고는 나부터 맨 오른쪽 갓길로 서서히 옮겨갔다. 2차사고를 피하는 적절한 조치를 빨리 잘한 것같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곧바로 견인차가 앞에 왔다. 5분도 채 안된 것 같은데 참 빠르기도 하다. 뒷차 보험사 연락을 받아 모든 후속조치를 해주는 것으로 확인받은 후 견인차로 양재 만남의 광장 휴게소로 끌고 갔다. 대기중인 렌트카중 한대를 곧바로 조치해 준다. 월요일 오전에는 동수원병원 검진, 오후에 영통역 부근 한의원까지 들러 약처방, 주사, 물리치료 등 무제한으로 받았다. 견인차, 정비업소, 병원, 한의원, 보험사 등 수많은 업계와 인력이 교통사고를 통해 상부상조하는 연결성이 유지되고 있는 것같아 든든하기도 하고 그 모든 경제적 부담이 결국은 고객들에게 분담되고 있겠구나 느껴진다.

렌트해준 차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 일요일 국방부 종교행사에 참석하고는 계획된 일정대로 일을 다 보았다.

추돌사고 시간과 장소에 어쩌면 그리도 딱 맞게 내가 거기에 있게 되었을까, 참 신통한 일이구나 싶다. 수원톨게이트를 나와 경부고속도로 진입하여 수차례 차선을 바꿔가면서 서울톨게이트 오른쪽 차선을 지났고 이후 속도를 높혔다 낮췄다 하면서 하필이면 그 싯점, 그 차의 앞자리에 딱 맞게 가게 되었을까? 여러 변수가 부지기수로 많았는데 그 시간, 그 자리에 내가 있게한 건 무엇인가? 앞에서 멈춘 차나 뒤에서 추돌한 차를 탓할 일이 전혀 아니지 않은가 싶다. 자주 외웠던 기도문의 한구절이 떠오른다.

'Whatever you do, if you begin with prayer, to begin it is good, not begin is also good.'

항상 기뻐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쉬지말고 기도하라.

자주가는 식당의 벽에 걸린 액자가 바로 그 말씀이다.

다음날 월요일 아침에 가게에 가니 젊은 여직원이 말한다. 만약 자기 소형차가 그런 차에 추돌당했더라면 튕겨져나가 대파되었을거란다. 듣고보니 그렇기도 하다. 그러니 내가 겪는 일은 항상 '불행 중 다행'의 최선으로 일어나는 일이고 이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더 큰 쪽으로 가게되는 길을 피하도록 작은 것으로 막아준 결과가 되었을테니 말이다.

백미러에 보이는 저 뒷차

갓길로 신속히 이동

렌트해준 신형차

월요일 오전 동수원병원 검진.
재작년 1월에도 수원 원천동 신호대기 중에 뒤에서 택시가 추돌하여 같은 병원에서 검진받았다

기분상 영양주사까지 놔준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