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햇살이 무척 따스하다. 목뒤가 뜨끈해진다. 나에게 가장 혹독한 추위로 느껴졌던 지난 겨울이 이렇게 물러날 것을 왜 그리 끈질기게 버티려했나 싶다. 남향의 부모님 산소 앞 깔개위에 두 아들과 둘러앉아 한식다례로 올린 감자칩, 꼬깔콘, 콘칩 등을 아이들처럼 먹는다. 벚꽃마라톤 함께 뛰고 젖은 땀이 식지 않게 쬐는 햇살이 고맙다. 행복이 저 멀리, 그리고 나중에 있는게 아니라 매순간 그리 느끼는 그게 행복이구나 알게 해준다.
전날 수원에서 저녁모임이 끝나고 8시에 두 아들과 만나 차로 300여km 먼길을 3시간 정도 걸려 밤 11시경 고향집에 도착했다. 낮에 지나는 길에 잠시 다녀간 여동생네에게 안방 보일러를 외출기능으로 틀어두라고 한 덕분에 비어있던 집의 냉기가 덜하다. 바깥마당에서 감나무가지 옆으로 올려다 본 시골의 보름달은 도시보다 훨씬 밝다. 환한 모습을 그래서 '달덩이 같다'라고 비유하나 보다. 또 조용하기로 말하면 앞산에서 '꾹꾹'하는 새울음 소리만 가끔 들릴뿐 사방이 적막하다. 인간이 입을 다물면 자연이 소리를 낸다 했던가, TV, 라디오까지 없으니 우리들 움직이는 소리밖에 없다. 숨소리, 심장뛰는 소리가 들릴 듯하다. 시골동네의 밤이다.
늦은 밤에 못봤던 봄풀과 나무들이 아침햇살에 싱싱해 보인다. 바깥담장 아래 꺾어 심었던 개나리가 노랗게 주인을 반기고 산수유도 피었는데 홍매화는 주인이 늦게 오는 바람에 막바지 몇송이만 아랫쪽 가지에 매달려 있다. 마당 잔디 여기저기에 먼저 자란 민들레, 쑥 등을 잡초라 하여 뽑으면서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를 왜 잡초라고 해''라고 올려다 보는 것같다. 제 있을 자리에 있지 않아서 그런거니 이해하라고 달랬다. 자연은 서로 다투지 않는다. 다만 보이지 않으면서도 한치 틀리지 않는 '룰'에 따라 존재하고 움직여 가고 있다. 그 힘은 사람보다 훨씬 세다는 것을 우리는 가끔 잊고 산다.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하는데 말이다.
그 사이에 작은 아들이 간편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손이 빠르고 음식솜씨가 좋다. 햇반, 컵라면 등 단순하지만 따끈하게 데우고 끓여 그런대로 아침상에 둘러앉게 해준다. 운동복으로 차려입고 합천벚꽃마라톤에 함께 참가했다. 현역시절이었던 2002년 첫번째 대회참석을 시작으로 해마다 선산 한식다례와 여건되는 가족모임을 겸하여 대회에도 참가해오고 있다. 올해는 우리 三父子만 모였다.
고향의 산천은 언제 와도 포근하고 아름답다. 멀어서 자주 오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고향과 어린시절 초가집 조그마한 방에 여러 식구가 함께 먹고 자고 일하고 공부하고 했던 그 집이 있으니 더 좋고 이런저런 추억들이 많아 도시출신들보다 행복꺼리 하나가 더 있는 것같다. 어른들의 괜한 걱정같지만 우리 자녀, 손주들 세대는 추억꺼리가 있기나 할까 싶다. 어렵게 살았던 지난 시절은 당시에는 고난이었지만 지나고 보면 어느 하나도 나를 성장, 성숙되게 해주지 않은게 없다. 다 고마운 일들이다. ''그때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하는 수많은 아쉬움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70억 세상사람들의 지금 모습은 각자가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결과이다. 언제나 변화는 '지금부터' 밖에 없는 것이다.
'고마워요!'
'사랑해요!'
지금 말하지 않으면 같은 기회는 다시 없으니까.
고향의 산과 들, 흐르는 강물,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까지, 또 그 여럿이 함께 따사로운 햇살아래 조화롭게 어우러진 자연이 나에게 말없이 說해주고 있는 듯하다.
''자꾸 채우려고만 하지 말고 이제는 하루에 한가지라도 덜어내며 살아가라''고.
천정 서까래는 그대로인데 그 어린애가 노인네가 되어 왔구나.
멀리 황강과 갈마산이 보이는 참 예쁜 풍경이다.
維 歲次 戊戌 2月 戊申朔 16日 癸亥
玉山君 二十三世 00 敢히 조상님께 아뢰옵니다.
玉山君
十六世 學生 諱 00 配 孺人 000氏
十七世 學生 諱 00
十八世 學生 諱 00
十九世 學生 諱 00
二十世 嘉善大夫 諱 00
二十一世 學生 諱 00
二十一世 學生 諱 00
二十二世 學生 諱 00
二十二世 學生 諱 00
二十二世 學生 諱 00
또 한해가 흘러 오늘 이 좋은 날에 여러 후손들이 조상님 단소에 모여 조상님들의 후손사랑 은혜에 감사드리는 자리를 마련하였나이다.
스물네분 조상님을 새로운 명지인 이곳 사양리 선영으로 합제단을 조성하여 모신 이래 한식을 맞아 다례를 올리옵니다.
이 제례에 참석했거나 앞으로 이 선영을 찾는 후손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지역사회에 소임을 다하고 있는 모든 후손들에게도 조상님들의 음덕이 두루 함께하고 이 선영의 힘찬 기운이 이어져 하는 일마다 큰 성취가 있고 후손들이 번창하게 하소서.
오늘 저희들이 조상님의 훌륭하신 행적과 전통을 기리며 정성으로 조촐한 음식을 준비하여 올리오니 흠향하시옵고 祖上님들의 後孫사랑과 後孫들의 祖上恭敬의 뜻이 한데 모여져 子孫萬代로 이어지게 하소서.
전날 수원에서 저녁모임이 끝나고 8시에 두 아들과 만나 차로 300여km 먼길을 3시간 정도 걸려 밤 11시경 고향집에 도착했다. 낮에 지나는 길에 잠시 다녀간 여동생네에게 안방 보일러를 외출기능으로 틀어두라고 한 덕분에 비어있던 집의 냉기가 덜하다. 바깥마당에서 감나무가지 옆으로 올려다 본 시골의 보름달은 도시보다 훨씬 밝다. 환한 모습을 그래서 '달덩이 같다'라고 비유하나 보다. 또 조용하기로 말하면 앞산에서 '꾹꾹'하는 새울음 소리만 가끔 들릴뿐 사방이 적막하다. 인간이 입을 다물면 자연이 소리를 낸다 했던가, TV, 라디오까지 없으니 우리들 움직이는 소리밖에 없다. 숨소리, 심장뛰는 소리가 들릴 듯하다. 시골동네의 밤이다.
늦은 밤에 못봤던 봄풀과 나무들이 아침햇살에 싱싱해 보인다. 바깥담장 아래 꺾어 심었던 개나리가 노랗게 주인을 반기고 산수유도 피었는데 홍매화는 주인이 늦게 오는 바람에 막바지 몇송이만 아랫쪽 가지에 매달려 있다. 마당 잔디 여기저기에 먼저 자란 민들레, 쑥 등을 잡초라 하여 뽑으면서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나를 왜 잡초라고 해''라고 올려다 보는 것같다. 제 있을 자리에 있지 않아서 그런거니 이해하라고 달랬다. 자연은 서로 다투지 않는다. 다만 보이지 않으면서도 한치 틀리지 않는 '룰'에 따라 존재하고 움직여 가고 있다. 그 힘은 사람보다 훨씬 세다는 것을 우리는 가끔 잊고 산다. 자연 앞에 겸손해야 하는데 말이다.
그 사이에 작은 아들이 간편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손이 빠르고 음식솜씨가 좋다. 햇반, 컵라면 등 단순하지만 따끈하게 데우고 끓여 그런대로 아침상에 둘러앉게 해준다. 운동복으로 차려입고 합천벚꽃마라톤에 함께 참가했다. 현역시절이었던 2002년 첫번째 대회참석을 시작으로 해마다 선산 한식다례와 여건되는 가족모임을 겸하여 대회에도 참가해오고 있다. 올해는 우리 三父子만 모였다.
고향의 산천은 언제 와도 포근하고 아름답다. 멀어서 자주 오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고향과 어린시절 초가집 조그마한 방에 여러 식구가 함께 먹고 자고 일하고 공부하고 했던 그 집이 있으니 더 좋고 이런저런 추억들이 많아 도시출신들보다 행복꺼리 하나가 더 있는 것같다. 어른들의 괜한 걱정같지만 우리 자녀, 손주들 세대는 추억꺼리가 있기나 할까 싶다. 어렵게 살았던 지난 시절은 당시에는 고난이었지만 지나고 보면 어느 하나도 나를 성장, 성숙되게 해주지 않은게 없다. 다 고마운 일들이다. ''그때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하는 수많은 아쉬움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70억 세상사람들의 지금 모습은 각자가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결과이다. 언제나 변화는 '지금부터' 밖에 없는 것이다.
'고마워요!'
'사랑해요!'
지금 말하지 않으면 같은 기회는 다시 없으니까.
고향의 산과 들, 흐르는 강물, 나무 한그루, 풀 한포기까지, 또 그 여럿이 함께 따사로운 햇살아래 조화롭게 어우러진 자연이 나에게 말없이 說해주고 있는 듯하다.
''자꾸 채우려고만 하지 말고 이제는 하루에 한가지라도 덜어내며 살아가라''고.
천정 서까래는 그대로인데 그 어린애가 노인네가 되어 왔구나.
멀리 황강과 갈마산이 보이는 참 예쁜 풍경이다.
維 歲次 戊戌 2月 戊申朔 16日 癸亥
玉山君 二十三世 00 敢히 조상님께 아뢰옵니다.
玉山君
十六世 學生 諱 00 配 孺人 000氏
十七世 學生 諱 00
十八世 學生 諱 00
十九世 學生 諱 00
二十世 嘉善大夫 諱 00
二十一世 學生 諱 00
二十一世 學生 諱 00
二十二世 學生 諱 00
二十二世 學生 諱 00
二十二世 學生 諱 00
또 한해가 흘러 오늘 이 좋은 날에 여러 후손들이 조상님 단소에 모여 조상님들의 후손사랑 은혜에 감사드리는 자리를 마련하였나이다.
스물네분 조상님을 새로운 명지인 이곳 사양리 선영으로 합제단을 조성하여 모신 이래 한식을 맞아 다례를 올리옵니다.
이 제례에 참석했거나 앞으로 이 선영을 찾는 후손들,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지역사회에 소임을 다하고 있는 모든 후손들에게도 조상님들의 음덕이 두루 함께하고 이 선영의 힘찬 기운이 이어져 하는 일마다 큰 성취가 있고 후손들이 번창하게 하소서.
오늘 저희들이 조상님의 훌륭하신 행적과 전통을 기리며 정성으로 조촐한 음식을 준비하여 올리오니 흠향하시옵고 祖上님들의 後孫사랑과 後孫들의 祖上恭敬의 뜻이 한데 모여져 子孫萬代로 이어지게 하소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유대한민국이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이유가 있다 (0) | 2018.04.22 |
---|---|
고대 ICP 8기 19년째 - 올해 첫모임 (0) | 2018.04.10 |
동아마라톤에 3만5천명이 참가한 날 (0) | 2018.03.31 |
감사함으로 사는 안목이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 (0) | 2018.03.31 |
감사하지 않을게 없는 70년 세월 - 충만한 지금,여기 (0) | 2018.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