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7(일) 09:30~ 14:30 동기회 월례 자전거라이딩

이런 멋진 곳을 가보려고 집에서 2시간반 걸리는 먼길을 전철 갈아타면서 갔다.

일요일 이른 아침 07시에 집을 나서서 경의선 곡산역에 동기회 자전거동호회 4명의 대원들이 09:30 모여 라이딩에 나섰다. 12시경부터 비가 내릴거라는 예보가 있었지만 다행히 기온이 6도 이상이라 그리 춥지는 않았고 방한, 방수대책이 되어 있어 작은비 정도는 괜찮지 싶었다.

서울보다 북쪽이라 예보보다 빨리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몸은 뜨겁고 옷은 젖는다. 차가운 가을비라 하지만 예전 젊은 시절의 전천후 야전훈련을 떠올려 본다. 당시에는 이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었는데... 다행히도 멈추자는 대원이 아무도 없다. 빗속에서도 끝물 단풍은 여전히 예쁘다. 비를 맞아 색상이 오히려 살아난다. 곳곳에 물이 고인 길을 이리저리 피해 다니다가 이제는 그냥 거칠 것없이 달린다. 이왕 젖으니 뒷바퀴 물이 등으로 튀어오르지만 별로 개의치 않게 된다. 점심식사를 하고 나오니 빗방울이 더 굵어져 이제 어떻게 하나 하는데 차대장이 꼭 가봐야 할 곳을 아직 못갔다고 한다. 어릴적에 엄마 손잡고 외가댁에 다녔던 밤나무가 많았던 동네, '밤가시'마을이 일산역 부근이어서 어떻게 변했는지 가보고 싶어한다. 모두가 두말없이 함께 했다.

온몸 던지기, 낮추기

가장 낮은 상태는 무얼까?
아무 가진 것도 없고 구하고자 하는 것도 없는 상태. 세상사에서 그런 상태는 좀처럼 되지 않는다. '無爲'로 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방법은 있다.
1)죽어버리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고 할 수도 없으니 저절로 무위가 된다. 저승에서 만난 두 재벌회장이 자판기커피값도 못가져왔다는 대화를 나누는 농담도 있지 않은가?
2)누구에게나 언젠가는 세상 떠나는 날이 온다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분수에 맞지 않는 부질없는 욕심을 내지 않는 것. 영웅호걸도 다 떠났고 수십, 수백년 지나고 보면 오늘 나를 위해 욕심부렸던 일들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알게 된다.
3)외부적으로 조성한 상황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게 만든다. 죽을 고비를 넘겨보면 느끼고 알게 된다. 검찰이 피의자 조사받을때 이런 상황을 잘 조성하지 않나 싶다. 또 군에서 유격훈련때 몸사리는 훈련자에게 흙바닥에 앞으로 뒤로 뒹굴고 물속에서 오리걸음 시켜 흙과 땀과 물에 젖게 하면 몸을 사리지 않게 된다. 이 날의 빗속 자전거라이딩도 바로 그런 상황이다. 마음수련시에 꼭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다. 이래도 저래도 안되는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라 다 포기하고 놓아버리는 상황.

35년전인가 이 지역 백마부대에서 5년여 공병대대장과 군수참모로 근무하면서 부대 구석구석 안다녀본 지역이 별로 없었던 것같은데 이날의 출발지인 곡산역에서부터 일산역에 이르기까지의 지역은 눈에 익은 곳이 한군데도 안띄인다. 이렇게 다 변할 수가 있을까? 일산역 부근의 차대장 외가댁이 있었던 밤가시마을은 물론 흔적조차 없어 차대장이 손가락으로 저기 저지역 부근이었다고 가리키고는 아쉽게 지나왔다. 일산역에서 곡산역에 이르는 철로변공원은 아름답기가 이를데 없다. 특히 가을풍경이 일품인데 조금 늦기는 했지만 바로 지금의 풍경이다. 언제쯤 꼭 다시 와보고 싶은 곳이다.

★코스; 곡산역-도촌천- 도촌교- 신평교-노청교- 장대들길-멱절길-고양 멱절산유적 -멱절1교- 한류천-한류월드로 -일산 호수공원 일주 -한류천-대화입구사거리-대화동 레포츠공원-대화 체험농원 공원-대수길- 덕이삼거리-일산지하차도 사거리-경의선 숲길 자전거길-일산역- 풍산역- 백마역 - 곡산역(40km)

'산길샘' 앱을 켜니 라이딩한 코스가 그려져 나온다. (예비밧데리 필수)

07시경에 아직도 단풍이 달린 아파트를 나서며

09:30 곡산역 미팅 라이딩 시작,
30여분만에 첫번째 휴식 및 복장정리

멱절산
고양 멱절산유적지는 한강 하구에 위치한 한성백제 생활유적지로 서해로 나가는 주요거점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평야 가운데 작은 동산처럼 보이지만 한강둑(一山堤)을 쌓기 이전에는 한강변 늪지에 있던 작은 섬이었다.

어딘지도 모르는 농로와 뚝방길, 냄새나고 어수선한 길을 참고 지나가니 바로 다음에 유럽풍의 멋진 풍광이 갑자기 나타난다.

바로 옆이 일산 호수공원이다.

다리아래 휴식

육교를 넘어 정발산역 부근의 식당으로

매번마다 가는 정발산역 부근의 어랑 생선구이 식당

''빗줄기가 굵어지는데 어떡하지?''
''그래 밤가시마을로 가보자''

단풍은 더 예쁘다.

떨어진 낙엽
곧 떨어질 낙엽

누구나 때가 되면 다 떨어진다.

얽어매면 예쁜 원두막
풀어헤치면 들판

예전의 백마역 자리

이런 경사로도 오르내리고

곡산역 도착, 전철로 2시간반 걸려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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