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6(일) 눈내리는 오후에

호암미술관 나들이

지난 가을단풍 절정시기에 딱 맞춰 아름다운 단풍경관 구경을 곁들여 호암미술관의 희귀한 전시물을 돌아보는 좋은 기회를 가지면서 계절별 변화하는 경관 사진을 보고 언젠가 눈내리는 날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침 올 겨울들어 제대로 눈같은 눈이 내린 16일 일요일 늦은 오후에 호암미술관으로 갔다. 용인 수지 집에서는 25분정도 걸리는 가까운 거리라 언제든 나서면 된다. 가까이 계신 누님 자형을 모시고 눈길로 나섰다. 호암미술관 일대는 경관도 아름답고 국보 및 보물을 관람할 수도 있으며 무엇보다 조용하고 주변이 번잡스럽지 않아 좋다. 입구 매표소에서 차에서 내리지 않고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입장권을 사준다. 세상에 이런 서비스가 있다니... 경로할인으로 1인당 2천원이라 서비스에 비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국립 박물관에서도 보기 어려운 국보와 보물들을 한자리에서 간편하게 볼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1,500여년전의 신라, 고구려시대 유물들이 시간 공간을 초월하여 내 눈앞에 보이고 있는 사실이 꿈만 같다. 또 기획전시로 때때로 여러 전시물을 볼 수도 있다.

우리 국민에게 문화 창조의 꿈을 주고 민족문화의 살아있는 교육의 場이 되기를 원했던 삼성 선대회장의 뜻을 구현하려고 많은 애를 쓰고 있어 보인다.

'湖巖'
'호수처럼 맑은 물을 잔잔히 채우고 큰 바위처럼 흔들리지 않는 준엄함을 갖춘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는 그의 雅號 분위기가 호암미술관의 주변 정원 구석구석에 다 숨어 있다.

머지않아 봄꽃이 피면 그때 다시 가볼까 싶다. 미술관 관람 후 호숫가 파아란 잔디밭 꽃나무 아래서 봄바람에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꽃잎과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차담을 나눌 시간이 벌써부터 기다려 진다.

觀音亭 - 세상의 모든 소리를 다 보고 다 듣는다.

 전시장 2층 관람

1,100여년전 고려시대 불상

국보85호 1,500여년전 고구려시대 삼존불

국보134호 1,500여년전 삼국시대 삼존상

 고려시대 금동소탑

고려청자

보물1420호 고려청자

박물관 2층 창가에서 앞쪽 정원과 호수 건너편 앞산 등을 내다보는 '借景'이 매우 한국적인 풍경이다. 건너다 보이는 산의 눈덮힌 소나무는 있는 그대로 한폭의 동양화요 유명한 '南農'의 그림도 어찌 여기 비할까 싶다.

하얀 목화꽃이 핀듯한 눈덮힌 미술관앞 소나무

불국사의 다보탑 재현:
신라시대 김대성은 불국사를 지으면서 다보불, 석가불, 미륵불로 과거, 현재, 미래를 구현했지만 실상은 오직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現今(now & here)라 할 것이다. 그 자리에서 생각이나 감정,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미래를 상상하기도 하지만 과거도 미래도 어떤 실체가 없는 관념이고 허상일 뿐이다. 오직 있는 것은 계속 펼쳐져 나오고 있는 '이 순간의 연속'이다.
눈내리는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그대로 자연의 숨결이요 관세음보살의 나투심 아닌가?

 우리 아파트는 다음날까지도 겨울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