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만해서는 바뀌지 않는게 사람의 마음이다

결혼식장에서 신랑신부가 직접 혼인서약을 한다. 말한대로 그렇게만 실천하고 살면 부부간에 평생 아무런 문제없이 서로 이해하고 감싸주며 사랑하는 관계로 살 것같다. 어느 부부나 그런 과정을 거치지만 그런 분위기가 몇년 이어지지 않고 결국에는 각자 자기의 성격이 나타나고 그 성격대로 살게 된다. 그래서 인물보다 성격이라고 했다.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일체유심조'를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렇게 실천하고 사는 사람은 많지 않은게 현실이다.

어릴적 엄마는 나를 '쑥구렁이'라 하셨다. 너무 말을 하지 않아서 도대체 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답답해 하셨다. 말을 해야 알지 않겠느냐고 하셨지만 사실 나는 별로 할말이 없었다. 학교에서 반장이라 반회의를 진행하는데 할말이 없어 선생님께 ''인제 뭐해야 합니꺼?''했으니 선생님도 얼마나 답답했을까 싶다. 36년 군생활하고 많이 바뀌었으리라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지금도 집사람이 뭔가 물으면 어떤건 답하고 어떤건 답도 안한 것같다. 예전에 엄마처럼 지금 집사람도 답답하지 않겠나 싶다. 내 자신도 이렇게 안 변하는데 누구를 내맘에 쏙들게 하고싶다는 말인가?

뉴톤의 운동제1법칙: 관성의 법칙
의식 흐름에도 관성이 있다

중고등학교때의 친구들을 나이 70이 지나 지금 만나보면 그 사람의 생각,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 것같다. 평생 여러가지 다른 직장에서 서로 다른 생활방식으로 지냈는데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달라진 경우가 별로 없어 보이는 것이다. 아예 出家를 해서 큰 흐름을 바꾸지 않는 한 생활인으로 적응하며 살아가는 중에는 어쩔 수 없이 그런가 보다.

시대적인 인식의 변화는 어떨까?

개인적 변화보다 사회적 인식변화는 더욱 쉽지 않아 보인다. 내부적 요인보다는 외부적, 문명적 발전으로 인한 변화, 그리고 인류사에 계속 이어져온 전쟁, 대형 재난발생 등이 그 흐름을 크게 바꾸는 결과가 되어 왔다. 왕정, 봉건사회를 무너지게 한 전쟁과 산업혁명, IT, 인공지능 등이 크게 인식의 물결을 바꾸어 놓은 것이다.

지금의 우리사회는 어떤가?

오늘날 우리나라 사회에서 소수의 왜곡된 가치관을 가진 이들이 정치권지도자로 많이 노출됨으로 인해서 삶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여기면서 어릴적 유치원, 초등학교시절부터 익혀져 왔던 일반적인 도덕성과 정직, 성실, 근면, 상부상조 등의 덕목들이 나의 이익을 위해서는 별것 아니게 인식하는 경향의 분위기가 되고 있는 현상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윗사람의 솔선수범이 미치는 영향이 크고 사회전체의 분위기에 따라 국격까지 좌우된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또 그런가 하면 예전부터 聖君이 들어서면 백성들의 마음이 하룻밤 사이에 바로 잡힌다는 말도 있다. 고조선시대에는 단군왕검께서 '홍익인간 이화세계'라는 이념으로 개국을 하고 나라를 다스리며 백성들 대다수가 그런 인식으로 살았지 않았을까 싶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까지도 그런 인식이 보편화된 분위기를 삼국유사를 편찬하신 일연스님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조선조 들어와서 성리학을 기반으로 한 사회가 정착화되면서 '士農工商'의 서열로 귀천이 나눠지고 양반, 상민의 구분이 늘어나며 권력과 소유에 대한 인식이 점차 개인적 탐진치에 집착하는 쪽으로 기울어진 것같다. 이후 서구의 물질문명과 학문체계가 유입되면서 점차적으로 내면적가치보다는 외형적, 五欲樂을 추구하는 경향이 확대된데다 근세들어 유물사관을 바탕으로 한 사회주의 풍조가 만연되는 추세에 따라 더더욱 본성으로부터 멀어지고 있어 보인다. 비록 일부의 개인적 일탈이라고는 하겠지만 개인의 목표추구를 위해 무리한 수단을 동원하는 것에 대하여 그것도 능력의 하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되는 것은 심각한 도덕불감증이 아닐 수 없다. 어릴적부터 잘못된 것을 보고 ''이게 法에 맞는거야!'' ''그건 규정에 어긋나는 거야!''라는 기준이 습관화 되어 있을 때 올바른 사회가 정착되는 기본이 갖추어질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나로부터의 바른 품성 갖추기.

올바른 품성은 도덕과 윤리, 교육을 통해 어느정도 훈련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간의 본성을 자각하는데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물질문명의 발달로 인해 보고 듣고 하는 것들이 모두 감촉과 욕구를 자극하는 것들이다. 나와 나 아닌 것들과 비교되는 상대적인 관계에서 내가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하면서 우월하거나 열등감을 느끼는 가운데 살고 있다. 그런데 세상의 원리는 그렇지 않다. 이것과 저것이 서로 따로 분리될 수 없이 연계된 관계속에서 존재한다. 학생-선생, 죄인-판검사, 병자-의사, 음식-논밭땅바다-농촌-비료-석유-햇볕 등 내 밥한끼, 일상생활에 온 우주가 다 연계된다. 전체가 한덩어리(一團)라 서로 나눌 수 없는게 본질이고 실상임을 인식하는게 먼저이다.

공자가 말씀하신 나이별 요구되는 수준에 나는 어떤가 음미하여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70대는 '從心所欲不踰矩'
마음이 일어나는대로 말하고 행동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는 수준이 되어 있나?
-60대는 '耳順'
어떤 소리를 들어도 귀에 거슬리지 않게 받아들이거나 스쳐지나가는 바람소리처럼 여길 수 있나?
-50대는 '知天命'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의 일이지만 그 일을 이루는 것의 하늘의 일임을 알고 의욕적으로 활동하되 겸손하게 세상일에 임하는가?
-40대는 '不惑'
일어나는 어떤 세상 일에도 미혹하지 않고 본성의 중심을 잘 유지하고 있는가?

어수선한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나? 辛丑年은 흰소의 해다. 이것과 저것을 비교하는 검은소의 상대세계를 벗어나 절대세계가 본질인 흰소를 찾아 고향집으로 돌아오자.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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