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이후, 대한민국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학술회의에서

1.12(목)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국학원 주관으로 개최된 학술회의에서 국내외 학자들과 전문가들이 여러 의견을 제시했다.

다수결 원칙을 기반으로 함으로써 소수가 소외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도 최선이 아니고,
그렇다고 사회주의도 더더욱 아닌,
우리의 개국이념이며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弘益人間'이념을 중심으로 한 '홍익민주주의'가 실현되어야 대한민국이 살고 세계의 중심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관점이 주류로 제시되었다. 또 그런 철학을 가진 지도자가 나오도록 해야 함도 강조되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우리 고유의 것에 대하여 그리 대수롭지 않게 보는 인식이 있다. 선진국에서 들어온 것은 과학적인데 우리 것은 고리타분하다거나 유입된 종교에 비해 우리 선조들의 생활화된 관습과 종교는 미신이고 샤마니즘이라 비하하는 인식이 있다. 외국의 사상과 종교가 들어오기 이전의 고유 철학과 사상이 天地人을 아우르면서 사람과 우주만물이 함께 두루두루 잘 사는 그런 훌륭한 사상이었음을 세계인들이 먼저 알고 우리에게 물어온다.

지금의 현상에 대한 진단과 향후 제시되는 방향 등을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우리가, 사회제도가 잘못되어 있고 이를 바꾸어야 한다는 관점이 주류이다. 그게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그렇게 해야 세상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는 관점 자체에서부터 문제가 일어나기 시작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인간이 만들어내는 어떤 제도도 다 장단점이 없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긍정, 인정하는데서 부터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부관계에서 많이 발생되는 사례로 부인에게 "당신은 다 좋은데 이것만 바꾸면 좋겠어."라고 조언하면서 상대방을 바꾸려 해보지만 평생 해도 안되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 남편, 자식 서로서로 다 마찬가지이다. 남들에게는 비교적 관대하면서 가까운 부모 자식이나 형제간에 갈등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리한다고 하지만 어쩌면 집착이고 내 방식의 강요이다. 부대의 부하, 직장에서의 직원들이 내맘에 쏙 들게 바뀌어 지는가? 바꾸기를 포기하라는게 아니라 그들의 단점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장점으로 이끌어 가는 편이 훨씬 쉽고 결과도 좋다는 것이다.

퇴직 후 삼성에 6년여 근무하는 동안에 본 젊은 직원들이 해외사업을 추진해 나가는 것을 보면 그들이 이미 '홍익'을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또 공병부대가 주로 파견되는
국제평화유지군 활동에서도 그 젊은 장병들이 이미 '홍익'을 잘 실천하고 있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해내고 있는 바탕에는 우리 한민족의 DNA가 녹아있는 독특한 마음가짐과 마음씀이 이미 체질화되어 있고 그 외국인들의 마음을 끌어 사업  수주나 집행도 잘하고 전쟁이 계속되는 나라에서도 친선과 화합 분위기를 잘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우리 젊은이들이 무척 자랑스러워 보였다.

다행스럽고 고마운 것은 우리 한민족에게 대부분 이런 기본이 갖추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세상과 생태계를 보는 안목에 관해서도 다른 생각을 하게 된다. 지배와 피지배, 착취와 피착취, 적자생존, 약육강식, 먹이사슬 등의 관점으로 보면 세상이 온통 경쟁과 투쟁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련데 나의 안목이 바뀌어 실상을 보게 되면 세상이 그런 관계가 아님을 알게 된다. 생명의 실상은 발현하는 것이며 시시각각 새로움이 세상을 저절로 맑혀나가고 있다. 이전에 한번도 없었던 새로운 모습이 '찰라生'하고 있는 것이 실상이다.

내가 살아나가는데 온 세계, 우주가 동원되고 있다. 내가 먹는 음식이 그렇고 사는 집, 근무하는 곳, 타고 다니는 자동차나 지하철, 나와 관계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모두가 지금의 나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요소들이다. 비록 경쟁관계나 투쟁의 과정처럼 보일지라도 내면적으로는 완벽한 상호보완적 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완벽한 조화가 이루어진 덕분에 오늘이 있고 내일도 해가 뜬다.

그런 안목으로 보면 세상이 무척 조화롭고 아름답다. 그런데 그 일어나는 일의 원리들은 또 한치의 오차도 없는 인연과보의 법칙을 따른다. 누가 나에게 복과 행운을 가져다 주는게 아니라 내가 짓고 그 결과로 뒤따라 오는 것이다. 부모가 지은 것을 내가 받을 수도 있고 선배세대가 지은 것을 후배세대가 받을 수도 있다. 그래서 모든 개인은 個人이면서 세상과 역사에 대한 公人이라 할 것이다. 자기 지분에 대한 삶을 잘 살아가야 할 책임이 있다.

결론적으로 정리해 보면,
세상을 바꾸어 내맘에 쏙들게 하면 좋겠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니 나를 바꾸자는 것이다. 그게 훨씬 쉬운 일이고 내가 행복해지는 길이 된다. 앞에서 언급된 관점으로 나의 안목을 바꾸는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세상이 이게 아닌데..."라고도 생각하겠지만 개체로 보면 사람들마다 입장이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각각의 생명이 다양한 모습으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은 온갖 종류의 꽃들이 핀 야생화 들판이다. 나에게 주어져 있는 부분의 내마음을 바꾸어 살아나가면 세상이 바뀌어 간다. 우주마음과 다 연결되어 있어서이다. 내가 움직이면 천지가 움직이고 내가 원하면 천지가 감응한다. 세상은 통으로 하나이다. 개체, 작용으로 보면 따로따로이지만 바탕, 마음으로 보면 전체가 하나인 것이다.

이런 안목과 잣대로 세상일들을 비추어 보자. 어떤 말이나 행동을 해도 법도에 어긋남이 없고 세상에 이로운 결실로 나타나올테니까.

- 如樞 (돌쩌귀) -

눈이 부시도록 깨끗한 서울하늘.
구름과 미세먼지가 없으면 원래 그렇다.
설사 구름이 있어도 그 위의 창공은 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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