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시간,
가을의 시간.

시간이 감정이 있어 아이들이나 어른에게 다르게 나타날리 없고 계절따라 길이가 달라질리도 없는데 나에게 느껴지는 시간은 전혀 같지 않다. 봄에는 새싹이 돋고 꽃이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마음에 시간이 얼른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인데 가을은 그 반대이다. 떨어지는 단풍이 아쉽고 야속한 마음에 11월은 금방 가고 한해가 어느새 지나간다. 작은 바람에도 우수수 떨어지는 단풍이 다시 올라가 붙지 않듯이 지나간 시간은 이미 잡을 수 없다.

떨어진 단풍
매달린 단풍도
곧 떨어질 단풍

어디 방금 지나간 시간뿐일까? 살아온 70년의 어떤 시간들, 영광스러운 일, 힘들었던 일, 헤아릴 수 없이 들락날락했던 돈, 사람들과의 갈등과 풀릴 길 없을것 같았던 걱정꺼리들까지도 다 되돌아 보면 꿈속의 일과 다르지 않다. 그때는 가장 중요하다고 애지중지했던 어느것 하나 그렇지 않은게 없다. 일어난 것들은 다 언젠가는 사라지는 것들이다. 그 사라질 것을 실체라고 잡으려 하는 것이 어리석음이다. 그 일어난 것을 '나'로 삼고 사는한 삶에는 걱정꺼리가 끊이지 않고 따라서 고통이 일어난다. 바깥으로 보이기에 저사람은 무슨 걱정이 있을까 싶은 사람에게 물어보아도 한두개 문제를 안고 살지 않는 사람이 없다. 과거 현재 미래로 시간이 흘러간다는 시계나 달력에 있는 시간, 즉 '크로노스'의 시간에서 보면 세상은 언제나 그렇다. 나이가 들어가고 늙어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난다. 물질공간에서의 안목이다.

그 모든 것들은 어디서 일어나는 것일까? 몸에서 일어나는게 아니라 의식에서 일어난다. 스마트폰 화면에 여러가지 app을 필요시마다 올려 아이콘들이 많다. 다운받기도 하고 삭제하기도 한다. 그 어떤 아이콘들이 올려졌다 사라졌다 해도 '바탕화면'은 변치않고 그대로이다. 바탕화면에 올려졌다 삭제되었다 하는 그놈을 '나'로 삼고 사는게 우리들 대다수이다. 그렇게 습관적으로 살아왔다. 대나무밭에 여러 대나무가 서 있지만 땅속에서의 뿌리는 하나로 얽혀 있다. 일어난 것은 달라도 뿌리는 한덩어리인 것이다. 일어나기 이전의 바탕을 '나'로 삼으면 나는 생사가 없고 나와 남을 분별하지 않는 '不二法'의 안목으로 살게 된다. 자유이고 평등이다.
 
유치원다니는 손녀에게 물었다.
''낙엽이 떨어지면 어떻게 되지?''
''겨울이 와요.''

추운 겨울 지나야 새잎이 돋아날테고 그때까지는 추운 겨울을 이겨내야 한다.

고교동기 일육우보회 월례답사에 친구, 가족 등 19명이 참가했다. 단풍은 곱지만 추위를 재촉하는 비바람이 분다. 궂은 날씨에도 대공원예 모여 서울대공원의 국립미술관 단풍길을 씩씩하게 걸었다.

절정 단풍숲길에서 떨어진 낙엽을 밟으며 걷다보니 우리들 마음도 예쁘게 물들어 가는 듯 아쉬움과 추억이 교차하고 그래도 마음은 젊어진것 같은 기분이 된다.

저녁식사는 유명맛집 봉덕칼국수의 맛깔스런 샤브, 쌀죽, 만두에 막걸리 한잔까지 일품이다. 기본 참가회비 외에 조성춘회장이 풀 스폰서해주어 고맙다.

12월엔 2번째 금요일인 12.8(금) 15시에 남산 북측순환도로를 중심으로 서울역 명물 고가도로를 돌아보고 관악회관에 가서 송년회 예정이다.

떨어진 단풍도 예쁘다

청계산 정상이 구름속에.
'靑山은 그대로인데
白雲이 왔다갔다 하는구나'

'물은 그대로인데
산천이 흘러가누나'

맛깔스러운 저녁식사로 충전

정겨운 친구들과 가족.
매번마다 단한번의 멋진 시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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