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만난 90세 마라토너

아침에 강남역 가는 신분당선 옆자리에 나보다 연세 많아 보이는 두분이 앉아 나누는 이야기가 내귀를 의심하게 한다.

"어제 춘천마라톤 뛰었는데 출발때 날씨가 좋더니 22km 지나면서 비가내리기 시작해 저체온증 생기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는데 지나가는 젊은이가 자기 비옷을 입으라고 주어 덕분에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어. 마지막 2km는 무척 힘들었어."

마라톤 참가 후 흔히 듣는 이야기다. 옆으로 얼핏 보니 연세가 꽤나 들어 보이신다.

"출발전에 90세 마라토너라고 카메라세례를 많이 받았어. 이사람 저사람이 같이 사진찍자 해서 돈안드는 사진, 얼마든지 찍으라 했지."

문자멧세지 활용 잘못해서 조선일보로 전화로 물어보니 6시간 35분 33초라 했단다.
"요즘 젊은이들 탓을 많이 하는데 자기 비옷 벗어준 그 청년을 보고 신문사에 칭찬전화를 했어. 배번호를 알고 있으니 나중에 꼭 식사한번 살꺼야."





1927년생 90세. 수지 신봉동에 살고 매일 탄천에서 10km정도 달리기 연습을 하며 연간 풀코스 한두번 완주하신단다.

166cm, 62kg 체격인데 체질적으로 잘 타고나 늘 조상님께 감사드린다고 하신다. 회복이 빠른 체질이라 식사하고 2~3분 쉬면 몸이 금방 풀린다고. 달리면 염분, 당분이 부족할 수 있으니 음식은 짜게 먹는 편이고
단것과 고기도 많이 먹는단다.

70세 넘은 분들의 '칠마회'가 대단하다 생각했고 79세인 육사10년 선배의 쾌거를 전설처럼 보았는데 또다른 전설들이 내가 모르는 곳곳에 이처럼 숨어 있다.

맨 왼쪽 모자쓰신 분이 90세 마라토너 김종구씨

지난 4월에 풀500회 완주하신 79세 육사10년 선배. 지금도 매주 2회 완주하고 계신다




"눈으로 보고 경험한 것만을 전부라고 고집하지 말라. 세상엔 이런 일도 저런 일도 있을뿐 아니라 세상일 또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또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니라."

지난 9월에 베를린마라톤에 참가하여 부른덴부르그 개선문으로 골인하는 또 다른 10년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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