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7.23(화) 재경합중18 친구와 가족들 10명이 경의중앙선 양수역에서 10시34분 만나 세미원 연꽃과 두물머리 등을 돌아보고 부근 맛집에서 점심식사

재경 중학친구와 가족들의 여름나들이다.

1961년에 만났고 재경지역에 자리잡아 사는 인연으로 오래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자녀들이 어릴 적에 다 데리고 여기저기 여행을 다녔던 사진들이 가끔씩 튀어나오면서 옛 추억들이 떠오른다. 자주 함께해야 공통적 꺼리가 있고 계속 이어진다.

나중에 언제 하겠지 하는 때는 올 수도 있고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지금 여건될때 하면 된다. 어쩌면 지금 하지 않으면 영원히 못할 수도 있다. 가장 좋은 때가 바로 지금이다.

삼복더위 기간인데 계곡으로 가서 발담그기 하면 어떻겠냐고 하여 두어날 중에 많이 참가할 수 있는 날을 잡고 보니 23일이다. 계곡으로 가려고 했더니 폭우가 예고되어 위험하다. 앞주에 양평 세미원 연꽃 답사를 해보니 하도 경관과 코스여건이 좋아 그쪽으로 조정했다. 서울에서 경의중앙선 전철을 시간맞춰 타면 되니 가기도 쉽다.

일기예보는 서울 경기북부에 폭우가 내릴거라고 한다. 그래도 내가 주선한 일정에 우천으로 인해 취소되거나 계획대로 되지 않은 일이 없음을 믿고 그대로 시행했다. 장마에도 틈새가 있고 여름 소나기는 소잔등 이쪽 저쪽이 다르다고 어릴 적에 수도없이 들었던 터다.

不二門지나 洗美苑으로

양수리에 도착하는데 비가 내리지 않는다. 우산펴지 않고 세미원으로 이동하여 입장료 끊고 세미원에서 빌려주는 빨간 예산을 들고 입장한다. 불이문을 지나 세미원으로 들어선다.
'不二門' - 둘이 아닌 이치를 터득하라고 여러 곳에서 만나는 문이다. 고궁에도 있고 절에도 있다.

分別心, 天地不仁

이것과 저것을 비교하고 나누는 분별심을 내려놓으라는 의미이다. 모든 시비꺼리가 여기서 시작되고 고통도 여기서 비롯된다. 장마도 찜통더위도, 태풍이나 천둥번개까지도 그 자체에 허물이 있는건 아닌데 사람들마다 더우면 덥다하고 비내리면 불편하다 한다. 天地不仁이라했다. 자연은 누구편을 드는 법이 없다.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 반복되는데 사람들이 이름을 태풍이라고, 지진이라고 이름 붙인다. 자연의 흐름에 맞게 살면 편안하고 거슬러 살면 고달프다. 공자가 '순천자흥(順天者興), 역천자망(逆天者亡)'이라 했다.

세미원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양수리의 6만2천평 넓은 지역에 연꽃정원을 조성, 2004년에 개장되었다.

특징적인 포인트로는
1)백련지, 홍련지 연꽃단지
2)배다리: 정조대왕이 수원화성 행궁으로 부친 사도세자능 참배를 위해 한강을 건널때 놓았던 부교의 모형이 이곳에 상설 설치되어 있다.
3)추사 김정희의 세한도가 조각으로 제작되고 세한도 역사와 함께 전시된 세한정
4)두물머리: 남한강 북한강 두물이 만나는 맨머리부분으로 400년 느티나무가 있고 영화, 드라마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5)발담그기 인공냇물: 한바퀴 돌아보고 난 후에 다리의 피로를 풀어주는 명약이 냇물에 발담그기이다.

연꽃단지 부근에 이르면 연꽃향이 은은하게 바람결에 날려 온다.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몸이 깨끗해지는 느낌이다. 하얀 꽃은 순수해서 이쁘고 분홍색의 홍련은 화려하면서도 우아하다. 먼저핀 꽃은 꽃잎이 떨어진 자리에 씨앗이 있고 이제사 피는 꽃은 봉오리를 곧 터뜨릴 채비를 하고 있다.

피어날 꽃
피어있는 꽃
떨어진 꽃
모두가 떨어질 꽃이다

다리아래는 시원하다.
마루에 둘러앉아 삶아온 옥수수를 나눠 먹는다. 커피도 있다. 이쪽저쪽 연꽃을 보고 멀리 팔당댐의 풍성한 물을 바라보는 이 시간이 행복이다. 부족한 것도 없고 더 바랄 것도 없는 편안함이다. 바로옆에 조성된 냇물에 발을 담근다. 발이 시릴 정도로 시원하다. 몸속의 정전기, 활성산소가 다 빠져나가고 몸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기분이다.

배다리와 두물머리

정조대왕이 수원화성 행차시에 한강을 건넜던 배다리를 지나 두물무리로 향한다. 백련이 있고 무궁화가 많이 피어 있다. 두물머리 부근에서 준비해 간 물고기 먹이를 던져주니 큰 물고기들이 까맣게 모여든다. 고인돌 유적과 400년된 키큰 느티나무가 특징적인 풍경이다. 황포돗대는 안전을 위해 접어두고 있다.

세한도 전시 세한정

배다리를 건너 되돌아 나오는 길에 세한정으로 들어갔다. 손재형선생이 세한도가 일본에 가있다는 것을 알고 이를 반환해오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그분이 감동하여 세한도를 내놓았고 마악 세한도를 가지고 나온 이후에 그 집이 폭격을 맞았다는 극적인 사연이 있는 세한도이다. 추사 김정희의 충실한 제자 이상적이 그림을 받아 청나라 16명사의 찬사를 적어넣은 명품으로 그 사연과 사본이 전시되어 있다.

부지런히 되돌아 나와 격조있는 식당으로 갔다. 연밥정식을 하는 맛집 연밭식당이다.
1시반이 되니 배가 출출한데 코다리 한마리에 된장국과 연밥이 나오는 점심식사가 제격이다. 가족들이 가져온 후식과일까지 별도로 카페로 가지 않고 창밖의 연밭풍경을 내다보면서 여유로운 오후시간을 즐긴다.

장마기간인데도 날씨부조로 땀흘리지 않고 비맞지 않는 시원스런 시간여행을 즐긴 행복한 하루였다.

40여년전인가? 우리가 30대였던 시절에 자녀들과 함께 전방 철책선 전망대로 이렇게 여행도 다녔다.

세미원 불이문

양수역에서 만나 세미원으로 10여분 걸어서 이동

매표소에서 유공자, 월남참전자 부부 무료, 경로 3,000원

不二門으로 세미원 입장

징검다리를 지나

장독분수대
기다려도 오늘은 물이 안나온다.

홍련지에서

맨발 발담그기
발이 시릴 정도로 차갑다.

빨레판 돌을 쭉 깔아놓은 세심로

(觀水洗心 觀花美心)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

모네의 정원

배다리를 건너

두물머리

다시 되돌아와서

세한정으로

세한도

맛집 연밭식당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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