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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눈이 내리고 차가운 눈바람까지 부는 3번째 금요일 아침.

나라와 백성의 안녕을 축원하는 큰 뜻으로 동기회 산호회의 새해 첫 산행을 작년도에 이어 강화 마니산으로 가는 날이다. 예보보다 많이 내린 눈으로 인해 버스 갈아타며 두어시간 걸리는 길의 이동이나 미끄러운 급경사 산길 산행의 안전을 감안하여 산호회장과 일정취소가 타당하다고 의논하고 그리 전파되었다. 격식있게 새해 천제를 올리고자 제물 준비하고 새벽 2시 넘도록 축문까지 준비했는데 무척 아쉽다.

혼자라도 나서면 어떨까 하여 승용차 이동시간을 첵크해 보니 2시간 정도로 나온다. 고속도로가 아닌 지방도까지 제설작업이 되어 있을까? 동행자 없이 혼자서 먼길 가는게 무리이겠지?

한동안 머릿속이 복잡해지다가 금방 결론이 나온다. 다음달을 기다리기에는 適期를 놓쳐버릴 것 같은 책임감이 발동한다. '혼자 나라 지키나?' 라는 평소의 농담이 떠오르지만 내가 나서지 않으면서 누구에게 기댈 수 있을까? 이 시간에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며 실의에 잠겨있을 분에게 용기를 북돋아 줄 한사람의 힘도 긴요하겠구나 생각하니 그냥 편하게 있는게 도리가 아니다 싶다. 또 내일이 나라지키기 애국단체 집회가 있는 날이기도 하여 절박감이 일어난다.

12시에 김밥한줄 운전석 옆에 두고 100km정도 되는 길을 나섰다. 길도 괜찮고 교통흐름도 좋다. '天祭'를 올리러 가는 길인데 순조롭지 않겠나 싶다. 강화에 가까워질수록 산천경계 보이는 풍경 모두가 하얗게 청정해지고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수원 영통에 집사람 내려주고 2시간 안걸려 마니산주차장 도착, 아이젠을 단단히 묶고 나섰다. 배낭이 꽤나 무겁다. 올라가는 사람이 나밖에 없다. 가파르지만 짧은 계단길로 올랐다. 내려오는 일행들이 많다. 이들도 벌써 다녀 오는데 괜한 걱정을 했나 싶다. 50분만에 참성단에 이르니 4~50명이나 되는 어느 요식업단체가 마악 제를 마치고 음복 정리 중이다. 어찌 시간이 이리 딱 맞을까.

단군왕검께서 아들에게 명하여 이곳에 천제를 올릴 단을 세우게 했다고 전해져 오는 참성단. 당시에는 임금이 친히 제사장으로 하늘에 제를 올리셨나 보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번도 끊어지지 않고 이어진 오늘, 지금. 벗어날래야 벗어날 수도, 벗어나지지도 않는 바로 지금. 그 당시의 그 조상님 時空 자리에 지금 내가 있다.

壇 위에 눈으로 태극기를 고정시켜 세우고 자리를 펴서 천제의 제물을 약식으로 진설했다. 앞팀에서 별도로 가져온 팥시루떡 한접시까지 받아 추가되니 격식이 조금 나아진다. 향을 피워 하늘기운 내려받는 강신례와 세잔으로 이땅의 기운을 이어받는 참신례를 하고 天地人께 삼배를 올렸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참성단 자리, 앞뒤의 時空이 이어져 하나된 寂靜의 자리, 오로지 한 소리가 하늘로 울려 퍼져나간다.

"천지신명 일월성신이시여...
이에 감응하소서..."

(축문)

나라지키기 최일선에서 안보적 위기 아닌 적이 없었던 36년 군생활 동안 온갖 고비 이겨내며 한해 한해 잘 버티어온 결과 대한민국의 오늘이  지켜졌고 그 사이에 우리 형님세대와 우리 친구네들이 땀흘려 이만큼의 나라 위상을 격상시켜 한민족의 웅비가 바로 눈앞에 보이려 하는 지금이다. 이제와서 그 모든 것이 무너지려는 위기를 맞고 있으니 이 모든 과정을 겪으며 살아온 세대가 어찌 개인의 안일함에 빠져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국가적 위기에서 온몸을 불사른 호국의 선조들 심정이 느낌으로 전해져 온다.

"이 위기를 이겨내고 나라와 백성을 구할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이 되어도 좋다."

12시 수원영통 출발
1345 마니산주차장 도착
1400~1450 계단길따라 참성단 이동
1510~1550 천제 모시기
1600~1710 단군로로 하산 2.9km
1720~1950 수원 영통 도착

[ 摩尼山 塹星壇 정유년 천제 축문]
                 

歲次 丁酉年 1月 20日, 陰曆 丙申年 十二月 乙酉朔 二十三日 丁未 大韓民國 陸士 二十七期 山好會 會長 金ㅇㅇ 外 會員 一同, 韓民族 後孫 全ㅇㅇ 敢召告于

모든 생명과 우주만물을 포근하게 감싸 안아
조화로움 속에서 성장시키시는 천지신명 일월성신,
오래 전 참성단 이 자리에서
‘弘益人間 理化世界’의 큰 발원을 올리셨던 먼 조상님,

그리고 오랜 세월 나라와 겨레와 이 땅의 지킴이
산신 지신 수신 목신 조왕신을 위시한諸神이시여!

오늘도 변함없이 새로운 날이 밝고 만물이 생명으로 성장해가는 가운데 온 우주가 조화롭게 운행되어 가고 있음이 고맙고.

또한 인간이 그 본성을 알거나 모르거나 넓은 대지에 피어나는 각가지 아름다운 야생화처럼 각자의 삶을 스스로 가꾸어 가는 자연스러운 원리가 실행되고 있음을 고맙게 여기고 있나이다.

국내 최고의 生氣處인 이곳 마니산 참성단에
작년 이맘때에도 저희들이 참배하면서 국태민안과 남북 자유평화통일의 염원을 고해 올린바 있습니다.

아직 시절인연이 무르익지 않아서일까, 저희들의 정성이 모자라서일까 어느날 갑자기 불어닥쳐 온 모진 광풍에 나라가 무척 혼란스럽고 백성들은 갈피를 잡지 못해 오늘은 눈보라 속에서도 또다시 이곳을 찾아 하늘과 땅과 먼 조상님께 나라와 백성이 화를 피하고 복된 삶이 되게 고하려 하나이다.

누가 복과 화를 골라서 주는 것도 아니어서 자기가 살아온 대로, 백성들이 살아온 대로 그 그릇에 따라 담아가는 것이 순리이기는 하나 지금의 시대가 하도 위중하게 보여 또 이렇게 간절한 마음을 올려 봅니다.

생명을 주시고 성장하게 해주시는 하늘이시여!
수천 수만년 여기에 사는 백성들을 어려움 속에서도 감싸안아 지키고 키워오신 고마운 어머니 땅이시여!

변함없이 따스한 품속에 살면서도 저희들은 그 모든 고마움을 별로 대수롭지 않게 항상 있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오히려 없는 것에 대한 불만이 더 큰 마음으로 살아오지 않았나 반성해 봅니다. 잃고 난 후에 후회한들 어찌 돌이킬 수 있겠습니까 마는 아직은 희망으로 조상님들의 맥을 이어가는 정성을 쏟고 있음을 살펴 주소서.

국가나 사회 어느 구석에도 언제부터인가 바른 것을 바르게 보는 안목이 흐려지는 현상이 이곳저곳 만연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본성 바탕으로는 다같이 하나이나 그 작용이 제각각이라 반목과 비난이 난무해 보입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바른 깨달음으로 바른 길을 가고 있는 이들이 있는 덕분에 그나마 이 정도의 안정이 유지되는 것 같아 그것만으로도 고맙게 여기고 있습니다. 애국애민의 마음과 실천으로 평생을 살아온 저희들이라도 나라와 백성을 지키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오늘 이 자리에 와 있음을 살펴 주옵소서.

천지신명이시여!
새해에는 국운 성쇠의 갈림길이 될 여러 일들이 펼쳐집니다.
대한민국의 안정과 자유평화통일을 이루는 길이 곧 먼 조상님들께서 개국이념으로 실천해 오신 홍익인간 이화세계를 세상에 구현하는 기회가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지구와 인류를 살리고 화합과 평화로 이끄는 길이 이곳 대한민국에서 퍼져나갈 것입니다. 다른 어느나라도 해내지 못하는 위대한 과업을 대한민국이 해낼 DNA를 조상님들로부터 이어 받았습니다. 지금의 저희에게 그 실천의 기회가 주어지게 힘을 일으켜 주소서.

가까이는 국가의 지도자가 큰 지혜와 용기로 나라를 이끌게 하시고 백성들 마음에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겸손한 마음이 싹트게 하시며 특히 세상에 여러 불편함을 계속 일삼아 온 북녘의 지도자에게는 바르고 건전한 마음을 일으켜 한민족이 함께 공생공영하는 길에 동참하게 하소서. 나아가 지구상 모든 이들에게 ‘홍익인간’의 밝은 깨달음이 자리잡게 하는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발원하나이다.

단기4350년 새해에 한민족 후손 일동

뒤로 돌아본 참성단

저 구불구불한 길의 끝에는 어떤 세상이 열려 올까? 어둑해지는 숲 뒤쪽에 비치는 햇살이 앞날을 예견해 주는 듯하다.

얼음 아래로 봄은 이미 잉태되어 있다

"이 기상과 이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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