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작은 모임에서도 구성원간의 작은 이견들은 늘 있다. 내가 나 자신에게도 충만하지 못하고 무언가는 부족함을 호소하며 그 공백을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하물며 남이 어찌 내맘에 쏙 들 수 있겠나?

그 갈등이 대부분 수면속에 잠재되어 있지만 외부로 표출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대로 화합되는 것처럼 지내고 있다. 부부간, 형제와 친척간, 학교 동창들, 사회 친목회 등 어떤 관계에서도 다 비슷하다. 그래서 옛 선인들께서 세상을 '堪忍土 감인토'라고 표현하셨나 보다. 참고 견디어 이겨내야 할 세상이라는 말이다.

참 사람들은 독특하다. unique하다. 태어나 어릴적엔 다 비슷한 어린이였는데 자라나면서 어찌 형성되었는지 자기마다의 관점이 다르다. 학문 사상 이념 철학 종교 등에서 다 다르다. 그래서 '世間事'에서는 '平等'할 수가 없다. 그게 생명력이 발현되는 모습이니 지극히 정상이다. 그런데 本性에서는 평등이다. 상대적 평등이 아닌 절대평등이다. 비교할 대상이 없으니 평등 아닐 수가 없다. 평등일 뿐만 아니라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충만이기도 하다. '出 세간사'의 희소식인데 그 출세간은 세간을 떠나지 않고 겹쳐 있는 '이중구조'라 하겠다. 이 말을 알아듣는 것만 해도 '축복'이지 싶다. 두 차원을 다 쓸 수 있는데 대다수가 한쪽 차원에서만 평생 바쁘게 살고 있다.

남의 말을 잘 들을려고도 않지만 듣고도 잘 바뀌지는 않는게 사람이다. 글을 읽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고 하면서도 그렇다. 알아서 이해하는 수준의 '解悟'로는 어림도 없다. 아는 수준처럼 삶이 펼쳐지지는 않는다. '覺性'이 일어나야 한다. 이중구조의 다른 차원으로 들어가는 門이다. 다른데로 찾아가는 길이 아니고 자기 내면의 일이니 마음만 먹으면 된다. 손바닥 뒤집기보다 쉽고 세수하면서 코만지기보다 쉽다고도 했다. 없는걸 찾는게 아니고 있는걸 알아채는 것이니 그렇다.

최근에 단체모임에서 활동하는 중에 여러 갈등들이 많이 일어나 요점을 정리하여 제시해 보았다. 귀담아 듣고 그리 되지는 않을지라도 중심의 안목은 필요하겠다 싶어 제시해 본다.

재작년인가, 어느 동기생 모임에서 한친구가 가만히 다가와 묻는다.
''나 송ㅎㄱ를 한번 안아봤으면 여한이 없겠는데 이거 잘못된 생각이지? 눈앞에 아른아른 해''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인기였던 때였다.

어느 농촌 할아버지 할머니 코믹대화에서 남편의 다른 호칭을 물으니 할머니가 대뜸 ''웬수!''라고 했다.

결혼은 누구랑 하는가?
내가 선택한 사람?
내가 사랑하는 사람?
평생 사는 동안에 100만명이 나와 이런저런 인연이 되어 살아가고 혹 다음生이 있다 해도 그 100만 그룹이 계속 이어진다 했다.

그 중에 해결해야 할 일이 가장 많은 관계가 부부이고 부모자식이다. 피할 수도 없다. 어떤 자식은 등골을 다 빼먹는다고 말할 정도이면서도 피할 수 없다. 언젠가 졌던 빚을 갚는 과정이다. 다 갚아야 채무가 면제된다.

가까운 친구, 동기생, 친목회, 동호회에서 자주 만나는 선후배, 이전의 인연이 보통관계가 아니다. 그 만나는 기회에 충분히 갚지 못하면 역시 채무자로 남아 나중 언젠가라도 반드시 갚아야 한다.

지난 70여년 동안 좌파에게 빚진게 엄청 많았던가 보다. '저놈' 때문이라고 손가락질하며 분노하지만 다 우리가 지은 결과이다. 그 책임에 나만 쏙 빼버릴 자격이 있나? 2년 가까이 추우나 더우나 땀흘리며 갚고 있는데도 아직 멀었나 보다. 아마 제2의 IMF수준으로 어려움까지 겪어야 겨우 풀려갈 듯싶다. 그나마 그것도 우리가 좌절하지 않을 때 최상의 시나리오다.

육군과 육사가 푸대접을 받는 시대가 되고 있다. 기무사도 그렇다. 엄청 미움을 받은게 많았나 보다. 지금이라도 잘해야 한다. '있을 때 잘해야' 한다.

다행히도(?) 북한이 지은 죄가 우리보다 훨씬 컸다. 우리보다 먼저 죄값을 치른다. 우리가 쌓은 덕이 그나마 조금 더 크지 싶다.
미국에겐 갚을게 엄청 많은데도 계속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토요일 12시엔 어린 학생으로 보이는 한 그룹이 미대사관 둘레를 구보로 돌면서 구호를 외쳤다.
''한미동맹
파기하라!''
그래도 미국이 우리 곁에 있어 주니 참 고마운 일이다.

잘 몰랐던 선후배들이 만나는 기회가 되고 있다. 노선배님들의 넓은 마음이 느껴지고 장년의 후배들 기백도 느껴진다. 다 '陸士人'답다. 이꽃 저꽃이 피어 야생화 들판을 이룬다. 꽃밭 가까이 가서 보니 소똥 개똥도 있다. 그런 것까지 가려내지 않고 다 합해서 아름다운 '꽃밭'을 이룬다.

''아하! 온 세상도 나눠지지 않는 한덩어리, 한송이 꽃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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