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퇴직이후로 오래 건강검진을 못하던 차에 목이 간질간질하고 가래도 나오고 해서 흉부검사 해보자고 병원에 갔다.

할아버지들은 부인이 손잡고 온 사람들이 많다. 부인이나 딸이나 며느리가 대다수 보호자로 보인다. 내가 눈설미가 없어서 그런지 해당부서 찾아가고 진료절차 거치는데 떠듬떠듬하는데 아내는 척척 쉽게 해낸다. 진료카드를 찍고 차량번호 누르니 주차확인이 되고 해당 부서에 가서도 카드찍고 순위표 받고 정말 잘한다. 전문의 상담 후 약처방전 받아 원무과에서 비용 지불하고 지정약국 찍어 차몰고 가서 온라인으로 통보된 약을 받아온다.

수년동안 건강검진 안해봤으니 나중에 한번 받아보자고 웰빙센타에 가서 이것저것 예약한다. 예전에는 이런 일들을 내가 대부분 처리하는 주체이더니 언제 이렇게 역전되었나 싶다. 앞으로는 더 그리될 것같다.

인도네시아에서 30년 가까이 섬유사업을 하던 친구가 작년에 영구귀국하여 가족과 합류했다. 부부라도 오래 떨어져 살다보니 말하는 방식이나 하루일과 등 생활문화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자유분방하게 살다가 이제 가정이라는 울타리로 들어오니 이것저것 여러가지가 생경하게 보일게다. 사장과 회장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는데 이제는 아내가 상전이 되었다고 한다. 이것저것 먹으라 약먹었느냐 하나하나 챙겨주는게 잔소리로 들리나 보다. 그게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역할인데 왠 잔소리가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고 한다. 사장, 회장같은 위상이나 가장이라는 생각까지 다 내려놓아야 자연인으로 편안해지지 않겠나 싶다.

어느 씩씩한 동기생이 말한다. 예전엔 안그랬는데 마누라가 무서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분고분 얌전했었는데 이제는 남편에게 야단치듯 명령조로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변한 것이다. 나이 들면서 여성들이 목소리도 커지고 용감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생리적 현상인 것같다. 여성호르몬 분비가 줄어드니 상대적으로 남성호르몬의 비율이 높아짐으로써 '남성성'이 늘어나는 경향이 된다. 반대로 남성들은 남성호르몬 분비가 감소되어 예전보다 남성성이 현저히 줄어든다. 그래서 여자들은 나이들면서 더 적극적이 되는 반면 남자는 예전보다 소극적이 된다는 것이다.

수원 아주대병원은 총상외과 전문 이국종교수로 인해 인지도가 높아지고 좋아졌다. 소말리아 해적에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석해균선장이 총상 6발로 사망지경에 이르렀을때 살려내었고 작년인가 JSA에서 귀순한 북한군병사의 치명적 총상에서도 생명을 살렸다. 15년정도 전인가 대구 사시는 장모님이 무릎통증으로 오래 고생하셨는데 아주대병원 민박사 수술로 이후에 통증없이 건강하게 사신다. 이래저래 이미지가 좋아진 아주대병원이다. 서울의 대형병원에 비해 손님대접 받는 기분이라 훨씬 편안하여 이왕 건강검진도 여기서 하자고 예약해 둔 것이다.

자식들이 많아도 출가하여 제 자식챙기기 바쁘고 나중에는 결국 노부부만 남게 된다. 힘있을 때는 여기저기 다니느라 분주하게 지내지만 점차 몸뚱이 끌고 다니기가 예전같지 않다. 박경리 박완서 등 여성작가들이 노년의 몸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 동안 고분고분하던 몸이 기습적으로 반란을 일으킨 것같다. 여기저기서 힘들었노라고 불평을 해댄다...''
실감이 난다.
그래도 청춘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집착하지 않아도 괜찮은 자유와 여유로움이 좋은 것이다.

부부간의 해로가 현상세계에서는 그나마 사회적, 가정적 부담을 줄이는 길이 될 것이다. 근본적인 길이라면 노인네들이 '생사해탈'의 인생일대사를 해결하는 길이겠지만 다 그리되게 기대하는건 지나친 욕심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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