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목)  오전에 동기생 15명 참석

가을단풍이 절정인 작년 이즈음에 우이령길을 가보고 이번에 또 가보아도 역시 좋다. 어제 밥먹고 오늘 또 먹어도 맛있는 것처럼 그렇다.

작년에 못간 친구들까지 15명이나 모였다. 미국에 이민가서 40년간 살았던 친구가 일시 귀국하여 동참하기도 했다. 우이령길 걷기는 좋은 때를 맞추어 답사하기 쉽지 않은 멋진 힐링코스이다. 철이 안 맞으면 별것 아니게 시시해 보이고 제철 맞추려면 예약이 또 쉽지 않다.

도착 후 이동의 편리성과 뒷풀이 모임 여건을 고려, 북쪽 교현에서 남쪽 우이동으로 이동하는 코스를 선택하여 인터넷 예약을 하고 중간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전망좋은 고찰인 오봉산 석굴암 참배와 도일 주지스님께 부탁드려 점심공양까지 하도록 계획했다.

구파발 전철역에서 버스타기가 복잡하여 그 이전의 녹번역 1출구 정류장에 11시에 모여 704버스를 여유있게 타고 앉아 갈 수 있게 했다. 우이령입구 정류장에 내려 탐방센타에서 예약증을 보이고 이동 시작. 전 구간이 흙길이고 전날 내린 비로 패인 곳에 물이 고여 있기도 한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옛 산길모습이 그대로 살아있어 좋다. 길옆 풀숲은 원래부터 있었던 야생초 덤불과 잡목들이 제멋대로 자라있어 자연스럽다. 일찍 노랗게 물든 싸리나무, 오리나무, 이름모를 여러 잡목과 마악 피기 시작한 억새가 여기저기 불규칙하게 있어 편안함을 준다. 길옆을 조림으로 가꾸었다면 아마 잡초나 잡목으로 다 잘려나갈 수목인데 자연 모습으로 제자리에 있으니 잡초, 잡목으로서가 아닌 주인 자리를 지키고 있어 조금 덜 서러워 보인다. 산소부근이나 조경된 곳에 있었다면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었을테니까 말이다.

3호선 녹번역에 모여

교현리쪽 탐방지원센터 입구

오봉산 석굴암을 참배하고 점심공양도

오봉산 석굴암 공양간에서 맛깔스런 청정 자연식 점심공양을 하고 이곳에만 특이하게 있는 큰 바위 아래 자연적으로 조성된 공간에 마련된 석굴에 앉아 자연의 큰 기운을 느껴보고 받아들이고 하는 시간도 가졌다. 다음날의 산사음악회에 대비한 야외무대 조성작업이 마무리되고 있다. 앞쪽으로는 북한산 자락 너머의 저녁놀, 오봉의 웅장한 풍경을 뒤로 하고 주변의 단풍과 자연의 바람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속에서 펼쳐질 가을 음악회가 '영산회상'의 모습으로 미리 떠올려 진다.

우이령 고갯마루 직전, 오봉의 다섯 봉우리를 다 볼 수 있는 널찍한 공터에 국립공원 무대가 마련된 공간이 있다. 배낭을 벗어두고 기공체조로 몸을 풀고 몸에 쌓여있던 탁기도 털어낸 후 그 빈 자리에 자연의 좋은 기운을 듬뿍 받아들였다.

그리고는 간편 음악회 개최.
지난 주 두어번의 친구들 가을여행때에 옛시절을 떠올리게 활용했던 여러 동요곡목 중에 엄선된 3곡의 악보, 가사를 준비해 와서 즉석 '숲속 음악회'를 열었다. 스마트폰 유튜브 링크를 열어 크지 않은 소리지만 주변이 조용하여 그런대로 반주가 된다.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임태경-
그리고 추억의 동요 2곡.
'기러기(가을밤 -이선희-)
창작동요 '노을' 등을 합창했다.
가는 10월을 아쉬워하면서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도 불러 보았다.
손주들에게 할아버지가 가끔 불러주어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고 우뇌와 정서적 발달도 도모하자고 했다.

예전에 우리가 불렀던 동요가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교보, 영풍문고에서도 찾지 못했다.
'나의 살던 고향은...'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면...'
'푸른하늘 은하수...'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도시에서 나고 자란 지금 아이들에겐 실감나지 않는 노래들인가 보다.

우이령고개의 서울쪽은 동남향이라 아직 단풍이 덜 들었다. 1주 정도는 지나야 단풍나무 은행나무가 빨갛고 노랗게 물들 것 같다. 오후 4시 이전에 통제구간을 벗어나야 하니 우이동 도착한 시간이 아직 오후 3시반이라 작년에도 갔던 민속먹거리 식당의 은행나무 아래 야외식탁에 둘러앉아 약식 뒷풀이 모임으로 각자의 근황과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몸은 51억원의 가격으로 환산될 만큼 비싼 존재라 했다. 안구 2억, 장기, 팔다리 등 등. 게다가 산소마스크를 쓰게 된다면 시간당 36만원으로 하루에 860만원이나 되는 숨쉬기를 역시 무료로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한 친구는 '노발대발'이란 건배구호를 제안하기도 했다. 노인이 힘차게 제 역할을 해나가야 하나보다.

이런 유익한 모임에 나오지 못하는 친구들의 처지가 다 그럴만한 이유야 있겠지만 여기 나온 친구들은 그 자체만 해도 행복의 조건 하나를 더 구비한 셈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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