戊戌年 그믐날 새벽에 지난 한해의 일들이 함축된 악몽을 꾸었다. 옴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으로 계속 내몰렸다. 이게 꿈인줄 알아 그나마 두려움과 고통은 조금 덜했던가 싶다. 오늘밤 子時부터는 己亥年 초하루가 되니 오늘 새벽이 그믐밤이 된다.

DMZ 철책 안쪽으로 들어갔는데 모래사장이 있고 공군전투기가 앉아 있었다. 여러 동기생과 사람들이 보이고 아이들도 많았다. 철책 바깥으로 나오지를 못해 애를 썼다. 겨우 벗어나와 어느 허름한 빈집의 마루에 올랐는데 마당이 온통 삐죽히 솟은 작은 돌밭이라 맨발로 내려설 수가 없었다. 개들이 많았다. 그중에 큼직한 개가 오른쪽 엄지발가락을 끙끙 핥더니 서서히 깨문다. 뿌리칠 수가 없다. 작은 발바리 한마리는 왼쪽 손 냄새를 맡으면서 역시 손가락을 깨물고 놓지 않는다. 무술년 개띠의 개들인가 보다. 손발이 개에게 물려 있으니 꼼짝을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되었다.

이게 2018, 개띠의 해 戊戌年 내 처지의 함축상황인 것같다. 개인적, 사회적 현상이 그랬다. 후반부 몇개월간 여러 몸살로 그 넘치던 기운이 소진되어가는 기분이었고 국가사회적 현상은 우리의 끊임없는 자유민주 대한민국 수호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계속 운동장이 기울어져 가고 있었다. 끊임없는 활동으로도 종북주사파의 질주를 막지 못하고 용만 쓰는 형국이었다.

군사적으로 DMZ와 공군이 꿈에 보인 것은 공군출신 국방장관의 국방안보에 관한 역할에 관한 것이었나 싶다.

몸도 맘대로 움직여지지 않고 마음도 위축되어 걱정스러운 그 수많은 고통들이 꿈에서 깨어나고 보니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 편안하게 나는 따스한 이불속에 누워 있었다.
''아~ 꿈이었기 다행이다. 지난 戊戌年이 한바탕 꿈이었구나!''

흘러간 70여년의 삶이나 지난밤의 꿈이나 다 붙잡을 수 없이 똑같은 꿈속의 일이 되고 있다. 그런데 두 꿈의 재료는 같을까 다를까? 아마 같을 것같다.

꿈속에서의 재료는 프로이드의 과학적 해석에도 있듯이 무의식이 투사되어 나타난 현상이다. 즉 내 마음이다. 꿈속에 나타난 가족이나 친구, 철책, 모래사장, 집, 개 등이 다른사람의 꿈에 나타나지는 않고 내 꿈에만 나타난 내마음이다.
지금 현실에서의 재료는 어떨까? 저기 집과 친구가 있고 철책, 모래사장, 전투기, 또 그런 상황 등이 있으니 전부 나와 나 아닌 것들로 인식되는 대상으로 보인다. 두두물물이나 일어나는 모든 현상들도 다 대상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二分法적 관점에서는 주객이 갈라지는 세계가 된다. 그런데 실상은 세상 전체가 이것저것으로 나눠지지 않는 한덩어리라는 사실이다. 한덩어리이면 그 재료는 무엇이 될까? 그 한덩어리의 본체바탕으로부터 만물이 나타나온다. 그 본체가 바로 지금 현상의 재료가 된다. 그 본체가 곧 '우주의 마음'이고 생명이며 성령이다. 진여라 하고 부처라 하기도 하며 本心이라고도 한다. 역시 마음이다.

무술년을 악몽처럼 보내고 설날부터 시작되는 己亥年은 조금 더 희망이 넘치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잠자면서 꾸는 꿈은 무의식의 현상으로 내가 조정할 수가 없지만
깨어있는 현실의 꿈은 내 마음이 재료가 되니 지금 여기에서 내가 노력해 나가는데 따라서 조정이 가능하다. 이것이 축복이고 희망의 멧세지가 아닌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