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전 서예부문 초대작가이신 자형 溪山선생께서 올해 설날차례 선물로 전서로 쓰신 멋진 8폭 병풍을 거금들여 표구까지 완성해서 위패와 함께 보내오셨다. 이제까지 계속 지방을 병풍에 밥풀로 붙혔는데 이제 위패에 부착하면 된다.

<기해년 새해 차례 축문>


歲次 己亥 正月 癸酉朔 초하루 癸酉 孝子 寅0과 後孫 一同 敢召告于

기해년 황금돼지해가 밝아왔습니다. 모두가 새해에는 더 좋은 일들이 많이 있기를 기대하면서 새해를 맞고 있습니다. 지난 정유년, 무술년은 나라 안밖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일이 많이 일어났고 백성들의 삶도 이전같지 않게 어렵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변함없이 새로운 날이 밝고 생명이 나와 우리를 통해 세상을 살아나가고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조상님으로부터 이어져 온 음덕의 바탕에서 오늘 여기에 모인 우리 가족들도 남달리 매사에 정성을 다해 그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자녀 5남매는 모두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 화합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여기 모인 친손, 외손, 또 그 아래 증손들까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성장해 나가고 있으며 초등학교, 중학교, 대학교로, 또 사회 각 분야로 진출하여 든든하게 소임을 다하고 있음을 고해 올립니다. 또 일본, 프랑스, 싱가폴, 태국 등 해외로도 진출하여 학문을 수학하고 있는 증손이 여럿 있습니다. 그 귀한 자손들이 가는 곳마다 이루고자 하는 소망들을 성취하게 보살펴 주옵소서.

옛 시절을 되돌아 보면 예전의 조상님들과 부모님은 언제나 말과 행동이 일치했습니다. 사람은 이렇게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말씀을 생활 속에서 그대로 실천하셨습니다. 언제나 바른 길을 말씀하셨고 그렇게 살아오셨습니다. 아무리 큰 깨달음이 있더라도 이를 생활 속에서 실천하고 살지 않으면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셨습니다. 이제 저희들이 가문의 전통으로 잘 이어가야 할 일로서 새해를 맞으며 다시한번 그 실천을 다짐합니다.

천지신명과 조상님이시여!
기해년 새해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국가와 사회는 어떤 상황으로 펼쳐지게 될까 걱정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우선 나부터 지금 여기에서 솔선수범하여 바르게 살아가는 길이 사회와 국가가 변화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실천해 나가겠습니다. 오늘 기해년 정월 초하루 조상님께 차례를 올리는 자리에서 후손들의 안녕과 각 가정, 그리고 국태민안의 염원까지 함께 고해 올리오니 굽어 살피소서.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자녀 손주 증손들과 또 함께 하지 못한 이들까지 일일이 다 살피시어 새해에도 그들의 가는 길에 희망과 성장이 함께하게 하소서.

2019. 2. 5 음력 정월 초하루

기해년 새해에 부모님과 조상님께 후손들이 간절히 고해 올립니다.

예전 고향에서는 초하루 차례를 모시고 나면 다음날 초이틀까지 온동네 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세배를 드렸다. 형과 동생, 셋이서 적어도 2 ~ 30집에는 다녔던 것같다. 세배드리고 무릎을 꿇고 앉으면 어른이 덕담을 하시고 그 사이에 부엌에서 자그마한 둥구른 음식상이 금방 나온다. 집집마다 만든 유과와 튀긴쌀, 검정콩으로 만든 강밥에 단술은 거의 기본이고 부침개, 묵 등을 내온다. 다음 집으로 가야 하고 골목에 또 다음 세뱃꾼이 기다리고 있어 얼른 인사하고 나온다. 집집마다 다니며 맛있는 설음식 먹는게 무척 즐거웠다.

세배가 끝나고 정월대보름날까지는 동네 어른들과 젊은이들이 매일 잔치를 벌이고 놀았다. 지금은 마을회관이 있어 모이기 좋지만 그 때는 동네뒤 '호연정' 정자의 방에 불을 뜨끈하게 때고 모였다. 거기 가면 한꺼번에 세배를 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름날이 가까워오면 메구치며 온동네를 집집마다 도는 풍물단이 활동한다. 꽹과리를 치며 사설하는 박자에 맞추어 신명나게 동네를 돈다.

어느 집에 들어가면서 부터 입구에서 복들어가니 문열라고 사설을 한다. 그리고 풍물이 시작된다.

''서울로 지치달아
삼각산 일체로 아주 주르르 흩어져 금강산이 되었네
금강산 줄기받아 아주 주르르 흩어져 계룡산이 되었네
계룡산 줄기받아...
지리산 줄기받아...
한라산 줄기받아...
남산에 줄기받아 아주 주르르 흩어져 이리에 당산이 되었네
당산에 줄기받아 이집터가 되었구나''

집에 들어와 마당에서 지신밟기를 하면서 성주풀이가 계속된다.

''...
천년성주 만년성주 자손만대 내려온성주
초가성주 와가성주 성주근본이 어디레요
경상도 안동땅에 제비원이 본이로다
제비원도 본아니요 강남원이 본이로데
강남에서 날아온 제비 솔씨 한쌍을 물어다가
팔도강산 높이떠서 삼천리강산에 흩쳤더니
밤이되면 이슬받고 낮이되면 태양을받아
그솔이 점점 자라나서 타박솔이 되었구나
타박솔도 자라나서 황장목이 되었구나
황장목도 자라나서 낙락장송이 되었구나
천지풍아 막아내고 지하풍아 막아내고
천제풍재 막아내고 관제굿을 막아내서
일년하고 열두달에 제년하고도 열석달에
삼백하고도 육십일 오늘같이도 점지하소
잡귀잡신은 물알로 가고 만복술복만 돌아오소...''

지금은 동네에 젊은이가 거의 없어 이런 풍습은 사라진지 오래 되었다. 이제는 면마다 풍물단을 조직하여 활동하는데 남자들은 몇명없고 아주머니, 할머니들이 대다수인 풍물단이 운영되어 매년 가을 재외 향우회 행사때마다 가서 공연을 펼치고 서울에도 꼭꼭 한번씩 온다.

작년 재작년 서울에 와서 한마당!

시대에 따라 풍습이 바뀌어 가지만 골목이 시끄럽게 어린이들 깡통차기하던 소리가 들려올 듯한 그 시절 농촌마을 풍경이 고향집을 갈때마다 그리워진다. 골목이 반질반질하도록 뛰어다녔던 그 골목 중간중간에는 명절에 고향집을 찾아온 객지 자녀들의 승용차들만 옆의 흙담장과 생뚱맞게 주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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